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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했다. 이 합의안에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고, 박 원내대표는 재협상을 선언하게 된다.

당시 주변 복수의 지인들은 기자에게 자신이 카카오톡으로 받은 메시지라며 인터넷 주소를 하나 보내왔다. '재미 작가의 대한민국 단상(감동)'이라는 간단한 제목이 붙어 있었다.

"윤 일병의 죽음에 대한 정부의 처방이 멀쩡한 육군참모총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면, 더 나아가 전직 장관까지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면, 그건 너무나도 단세포적인 웃기는 처사입니다.

(중략)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참사 방지도 무슨 '특별법'으로 되겠습니까? '국가 추념일 지정, 추모공원, 추모비, 전원 의사자 처리, 유가족 생활 평생지원' 등 이런 비상식적인 특별대우를 만약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해준다면, 이것이 앞으로 대형 참사를 막아줄까요? 참사마다 그렇게 해줘야 합니까?"

아파트 카페 게시물 조회수가 120만 건

 '재미 작가의 대한민국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카카오톡 등에 퍼진 글
'재미 작가의 대한민국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카카오톡 등에 퍼진 글 ⓒ 인터넷 갈무리

인터넷 주소를 따라 들어가 보니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의 인터넷 카페로 연결됐다. 여기에 '김유미'라는 재미 작가가 보수적 성향에 인터넷매체 <뉴데일리>에 게재했던 칼럼이 올라와 있었다.

글에는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윤 일병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묶어 사건의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어야 하는지를 논하며 세월호 특별법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8월 12일에 게시된 이 글은 이틀 만에 조회 수가 80만 건에 달했다. 이틀 뒤에는 120만 건이 넘었고 아파트 주민이 아닌 손님들이 남긴 댓글만 1000건이 넘었다. 대부분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이었다.

이처럼 카카오톡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과 유가족들을 폄훼하고 비방하는 등의 흑색선전 메시지들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대량 유포돼 왔다. 이를 통한 여론 조성은 앞서 제시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광범위하고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 단지 온라인 카페에 올라왔던 글은 어느 순간 삭제됐지만 이후 인터넷 공간 여기저기로 확산됐고, 지금도 간단한 검색으로 손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카카오톡을 통한 '왜곡된 선동'이 정치 현안뿐 아니라 각종 선거에서 보수층의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과 홍보위원회는 지난 24일 '카카오톡 여론전'을 토대로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라고 하더라'의 줄임말)톡으로 변질시켰나'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왜곡된 메시지가 어떻게 공감을 얻고 빠르게 확산됐는지 분석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카카오톡은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보수집단 중심으로 카톡에서 불량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조직화하는 경향이 발견된다"라고 진단했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세월호 정국'과 6·4 지방선거, 그리고 7·30 재보선에서는 보수집단이 카톡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십분 활용했고, 이를 통해 여론지형을 뒤집었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포된 메시지들은 ▲ 대부분 유언비어이거나 악의적인 네거티브이지만 수용자의 공감을 얻기 쉽게 구성 ▲ 형식상 유명인을 사칭하거나 소문을 전달하는 방식 ▲ 타깃층이 분명하고 메시지 내용이 단순 ▲ 채팅방의 성격에 맞게 변형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보험금 4억5천만원'부터 '노란리본은 우상숭배'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7월 2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악성 메시지를 유포한 심재철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규탄하는 모습.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7월 2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악성 메시지를 유포한 심재철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규탄하는 모습. ⓒ 강민수

각 메시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었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유포에 참여해 논란이 됐던 메시지에는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 회사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으로 만들어 보상해달라는 것은 이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참전용사들도 힘겨운 여생을 말없이 살아가는데 특별법이란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사망자들은 일단 보험금으로 4억5000만 원을 일시금으로 받는다"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적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심 의원은 "인터넷에서 6월부터 떠돌던 견해를 참조해보시라고 복사 전달한 것으로 제 견해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지정한다거나 희생자 추념 국가기념일을 지정한다는 내용의 메시지 역시 카카오톡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의사자 지정'은 유가족들이 청원한 특별법에는 없는 내용이고, 국가추념일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 메시지는 '새민연(새정치민주연합) 제출한 세월호 특별법 내용'이라는 제목 아래 '1) 사망자에 대한 국가추념일 지정 2) 추모공원지정 3) 추모비 건립 4)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라는 식으로 일렬번호를 매긴 항목이 나열돼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음해하는 내용의 메시지도 카카오톡을 통해 대량으로 유포됐다. "유민이 엄마가 이 넘(놈)이랑 이혼하고, 10년 동안 전주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애들 양육비 벌고, 할머니가 안산에서 애들을 양육했다고 함" "이 넘은 애들 자기에게 떠넘기면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넘만은 농성하면 안 된다고 유민 엄마가 절규하고 있다고 함"이라는 식으로 소위 '카더라'체로 구성된 메시지는 김씨에게 '나쁜 아빠'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노란 리본'에 대한 악의적인 메시지는 주로 '교회 카톡방'에 유포된 것으로 분석됐다. '노란 리본'을 '우상숭배'로 간주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이 메시지에는 "나비 리본은 주술"이라며 "이것은 종교혼합주의에 빠져 귀신을 부르는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메시지는 또다시 변형돼 "(노란 리본에) 정치적,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음으로 신자가 동참하면 안 됩니다"라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도 새정치연합이라고..."

 새정치연합은 흑색선전 카카오톡 메시지들과 관련해 "사고와 순국이라는 구분법을 도입함으로써 세월호 사건을 축소시키고 국민을 분리한다"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은 흑색선전 카카오톡 메시지들과 관련해 "사고와 순국이라는 구분법을 도입함으로써 세월호 사건을 축소시키고 국민을 분리한다"라고 분석했다. ⓒ 조혜지

이러한 흑색선전 카카오톡 메시지들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사고와 순국이라는 구분법을 도입함으로써 세월호 사건을 축소시키고 국민을 분리한다"라면서 "전형적인 '~카더라' 문체로 소문 전달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별도의 메시지 없이 유가족들이 받는 배상·보상만 나열했으나 일련번호를 매겨 나열함으로써 수용자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유가족이) 지나치다'는 인상을 주도록 오도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흑색선전 메시지에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법'이라고 명시돼 있어 "정치적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새정치연합에 책임을 전가하도록 했다"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은 카카오톡을 활용한 보수층의 여론전에 무력하게 대응했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다. 새정치연합은 보고서에서 "7·30 재보선이 끝난 뒤, 뒤늦었지만 신고센터를 만들고 고발하는 등 대응했으나 이미 국민 여론은 분열된 뒤였다"라면서 "보수 측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유언비어라는 각인 효과는 다소나마 있었으나, 시기상의 한계와 조직력의 한계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을 진영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되고 다수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형성의 장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세월호#카카오톡#새정치연합#심재철#김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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