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5일 낮 12시 43분]
전두환 정권 초기 일어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었던 '부림사건' 피해자 5명에게 재심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부림사건 피해자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씨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확정판결로 피해자들은 사법적으로 완전히 명예가 회복됐으며, 해당 사건의 성격 역시 영장 없는 불법구금과 고문 등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됐다. 지난 81년 사건이 발생한 지 33년만이자,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재심 무죄가 나온 지 7개월만이다. 재심이 열리기까지는 수 십 년이 걸렸지만,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상대적으로 신속히 나왔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부산지방법원의 재심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압수물 등의 증거능력, 반공법위반죄 및 국가보안법위반죄에서의 이적표현물의 이적성 판단, 범인도피죄 및 범인은닉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유죄판결 파기하고 무죄 선고한 것 정당"이에 앞서 지난 2월 13일 재심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한영표)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불법구금과 자백강요의 영향으로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단순히 정권에 반대한다거나 사회주의에 관한 공부를 한 정도가 아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므로, 피고인들의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관련기사 :
부림사건 5명, 재심서 33년만에 무죄 ,
부림사건 33년만에 무죄, 그동안 무슨 일 있었나) 대법원까지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나머지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부림사건 피해자는 재판을 받은 사람만 19명이고 그 외 관련자까지 합하면 22~23명으로, 이번 재심에 참여한 사람은 일부일 뿐이다. 고호석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생존자 18명 중 이번 재심 참여자 5명을 제외한 13명도 곧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확정판결로 현재 살아있는 당시 가해자들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수사 지휘자는 당시 부산지검 공안 책임자였던 최병국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알려져있으며, 그로부터 직접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많다.
지난 2월 재심 무죄 판결이 나오자 당시 담당 공안검사였던 고영주 변호사(65)가 반발하며 "좌경화된 사법부의 판단으로, 사법부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는 것", "(이번 판결은) 좌경의식화 학습을 받은 사람들이 현재 중견 법관까지 됐다는 것을 의미"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설동일씨는 "사법부가 과거사 정리는 판결로 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져 기쁘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건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다시 만드는 등 국가 차원의 구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맡아서 변호하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가게 된 사건으로, 올해 초 이 이야기를 영화로 다룬 <변호인>이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