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횡령이 확인된 복지법인에 대해 검찰이 죄를 묻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사회복지연대와 부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검찰은 올 초 부산의 한 복지법인에서 국고보조금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로 고소·고발된 복지법인 이사 A씨 등 피의자 4명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에서 피의자들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들이 법인 전입금을 줄이고, 국가보조금을 유용할 목적으로 1억 2천만 원 가량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피의자들도 검찰에서 횡령한 돈을 개인 사용 목적의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법인전입금 명목으로 조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자신들이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복지관을 위해 법인에서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 법인전입금을 줄일 목적으로 국가보조금을 빼돌려 지원해왔다는 말이다.
이같은 점은 확인했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의자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이 불법적으로 이 돈을 취득할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피의자들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힘입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복지법인의 내부고발자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횡령 혐의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던 사회복지연대는 반발하고 있다. 사회복지연대는 26일 입장문에서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사고가 안 났으니 괜찮다', '남의 돈을 훔쳤지만 다시 돈을 돌려줬기 때문에 괜찮다'는 그 어느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 밖의 결론"이라며 "법 집행의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부고발자 역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지난 24일 항고한 상태이다. 내부고발자인 B씨는 항고 이유로 "복지법인이 복지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당연히 부담해야 할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것으로 이 자체만으로도 위법행위이며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연대 측은 이 사안이 "매우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된 사건으로 충분한 증거와 의도가 분명한 사건"이라며 "부산지방검찰청이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에 대해 지켜볼 것이며 부산시 및 북구청 등에 이번 사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