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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2013년 3월 28일 오후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에서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가 이날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2013년 3월 28일 오후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에서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가 이날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2013년 4월 초 국내 언론들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외신기자들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전쟁 개시자'라는 별명이 붙은 NBC 리처드 앵겔 기자 등 25개국 280여 명의 분쟁전문기자들이 입국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등에서 한반도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문점 북-미 간 군사전화와 남북 직통전화는 물론 남북 군통신선까지 차단돼 군사적 우발사건이 발생해도 소통할 수 없는 가운데, '한반도의 마지막 냉각수'인 개성공단까지 끊긴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해 5월 15일까지 한미연합 공군·대잠함·해상 훈련이 진행되고 북한이 이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5월 18~19일 동해안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6발 발사한 것을 끝으로, 2013년 초반 유례없이 뜨거웠던 '한반도군사위기'는 막을 내렸다.

2012년 12월 12일 '광명성 3호 2호기'(3호 1호기는 4월에 발사했으나 실패) 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성공에 대한 '처벌'로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 2087호를 내놓자 북한이 이에 반발해 3차 핵실험을 함으로써 촉발된 당시 상황을 심층 분석한 연구서가 나왔다.

"핵전쟁 금기 깨져... 핵전쟁 위협이 언어상 수사 차원 넘어"

북미관계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백학순 박사는 9월 초에 낸 연구서<제2기 오바마 정부 시기의 북미관계 2013~2014- '핵무기 사용 위협'과 관계의 파탄>(세종연구소)에서 지난해 봄 상황을 "(북미) 상호간에 공개적으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는 전쟁위기를 겪음으로써 예전과는 달리 '핵전쟁'이라는 금기사항이 깨져"버린 시기로 정리했다. "'핵전쟁' 위협이 단순한 언어상의 수사(修辭)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은 당시 한미의 키리졸브·독수리 합동군사훈련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샤이엔 공격형 핵잠수함(USS Cheyenne), 현존 최고의 전투기라는 F-22 랩터(Raptor)를 출격시켰다. 또 국방부 부장관과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개해 한국측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사상 최초로 B-2 스텔스 폭격기 2대가 미 본토에서 한반도까지 6500마일(1만여 km)을  날아와 군산 앞바다의 직도 사격장에서 북한을 겨냥한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돌아갔다는 것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 핵공격 수단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이를 모두 공개한 것은 전례없는 '사건'이었다.

특히 B-52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괌에서 온 데 비해 B-2는 미 본토에서 미 공군이동사령부(AMC: Air Mobility Command)로부터 공중급유 등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까지 왔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첨단 핵무기 사용 능력 과시를 통해 북한을 '위협'하는 미국의 행동은 모두 미태평양사령부(PACOM)의 작전명 'The Playbook'(더 플레이북)에 따른 것이었다. 2013년 4월 3일과 4일에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과 CNN이 각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더 플레이북'은 '작전계획'(Operation Plan)의 하위 개념으로, 2012년 12월 미 태평양 사령부가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응해 새롭게 마련한 일종의 '전술교본'이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 시절에 처음 시작됐고, 현재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의 지지속에 완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 같은 핵무기 사용위협은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높여 북한의 핵에 대한 집념을 더 강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미국은 왜 드러내놓고 북한을 겨냥하는 '핵무기 사용 위협' 훈련을 한 것일까.

백학순 박사는 여기에는 미국의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압도적인 핵공격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둘째는 '북한의 핵위협과 핵공격을 대신 막아줄 테니(핵우산 제공) 핵무기 개발을 하지 말라'고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은 북한 핵보유 전제... 북한 비핵화 목표와 어긋나"

그는 미국의 이 같은 핵우산 제공 약속은,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목표와 상치되고, 이제부터 미국의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북핵문제 해결)로부터 한일양국의 핵무장 방지, 즉 비확산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사용 위협'을 했으니, 실제 핵공격이 이뤄져 핵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미 간의 군사 대결의 성격이 상호 '핵공격'을 위협하는 '핵전쟁'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이고, 북한 스스로 핵포기 결정을 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는 난망한 상황이 되어, 북핵문제 해결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더 플레이북'에 대해 북한도 ▲ 전략로켓군과 장거리 포병부대 등 야전포병군에 1호 전투 근무태세 하달 ▲ 북-미와 남-북 모든 통신선 차단으로 전쟁위협 수준 고조 ▲ 핵·경제 건설 병진노선 채택 ▲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 4가지의 적극적 대응책을 구사했다.

무수단 미사일, 차량 발사대에 실은 뒤 은폐

이중 괌 미군기지와 일본전역을 사정거리 내에 두고 있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사정거리 3,000-4,000km)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백 박사의 분석이다.

북한은 4월 5일 무수단 미사일 2기를 동해안으로 옮긴 뒤 발사대 장착 차량에 실어 원산 부근에 은폐했다. 백 박사는 "미사일 발사의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없게 함으로써 핵공격 위협을 실제 물리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한미 양국은 이에 대해 완벽하게 어떻게 '미사일방어'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 배치돼 있는 당시의 미사일 방어 능력으로는 무수단을 충분하게 방어할 수 없었고, 더 높은 차원의 미사일방어 능력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같은 4월 5일과 7일 평양주재 외국공관과 유엔기구들에 철수를 권고했고, 8일에는 김양건 대남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노동자 전원을 철수시켰다.

일련의 북한의 예상밖 강수를 접한 미국은 4월 7일 이틀 뒤로 예정돼 있던 ICBM '미니트맨 3'의 발사실험을 5월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함으로써 생겨나는 오해나 오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우발적 사건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그뒤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11일 한국은 '통일부 장관 성명'을 통해 대화를 촉구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지금은 북한이 그동안 취해왔던 호전적인 접근을 끝내고 온도를 낮춰야 할 때"라면서, "미국은 이 문제들에 대한 외교적인 해결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백 박사는 이 과정을 "미국은 무수단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의 한계를 느껴 '더 플레이북'의 시행을 중단하고 대북 '대화 제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긴장완화 제스처를 취했고, 이와 더불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종료됨으로써 한반도에서 '실질적이고 명백한' 전쟁위험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것"이라고 정리했다.

예년의 한미합동훈련과는 달리 2013년 봄이 미국의 '더 플레이북'에 따른 핵무기 사용위협에 북한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 발사위협으로 맞서면서 '핵전쟁 금기'가 깨진 시기였다는 이같은 진단은 이제까지는 나오지 않은 새로운 분석이다.

'더 플레이북'이 중단된 뒤 미국이 내놓은 차선책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MD(미사일방어) 강화'였다. 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MD체계에 이미 일본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의 편입 요구를 더욱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기존 요격미사일 30기 외에 14기 추가배치 등의 대책과 함께 한국에 대한 MD체제 편입요구가 노골화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한국의 MD참여에 대한 '좋은 구실'이 된 것이다.

(백 박사는 "미국이 그동안 북한 미사일을 한국의 MD참여를 압박하는 구실로 이용해 왔을 뿐 그에 대한 해결노력을 포기해 왔다"면서 "이제는 북 미사일이 골치아픈 실질적인 위협으로 등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뮤얼 라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9월 26일 북한이 미국의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실전 배치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위협...MD체계 편입 요구 강화하는 구실로

북한 중거리미사일(IRBM) '무수단'  지난 201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중거리미사일(IRBM) '무수단'. 2013.4.11
북한 중거리미사일(IRBM) '무수단' 지난 2010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중거리미사일(IRBM) '무수단'. 2013.4.11 ⓒ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7일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실질적으로 한국의 MD참여가 결정된 자리였다. 당시 발표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감시·정찰(ISR)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운용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하기로 했다.

백 박사는 또 "박 대통령은 '국내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공동의(shared) 능력, 기술, 미사일 방어에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공하고 함께 작전할 것'이라고 명확히 언급함으로써 한국이 '공동'(shared) MD에 투자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박사는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MD와 한국형MD(KAMD)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언급이 1회, 올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5회 나왔고 지난 8월 방한한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와 한국형MD의 '완벽한 상호운용성'(extreme interoperability)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MD편입은 사실상 완료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초의 군사위기는  바로 그때 출범한 2기 오바마 정부가 취하게 될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 북한을 (공식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핵능력을 가진 적국"(a nuclear-capable adversary)으로 취급 ▲ '더 플레이북' 같은 '핵무기 사용 위협'을 피하는 대신 미사일방어 능력 강화 ▲ 북한에 대한 '선 핵포기 요구' 입장 강화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 강조 등 4가지다.

물론 이런 기조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북한, 오바마 정부에서 북미관계 개선 희망 접었다"

이런 상황 등을 거치면서 현재 북한은 오바마 정부에 대해 관계개선의 희망을 접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올해 2월 방북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에게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와 많은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바마보다 오래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상황에 대해서는 "(6·25 때) B-52 공습의 기억이 (북한인들의) DNA 속에 박혀있다"면서 "특히 핵무장 능력이 있는 B-52가 북한 영공에 출현한 것은 정말로 끔찍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한 유례없는 인신모독성 공격도 이들이 집권하고 있는 한 관계개선의 희망은 없다는, 일종의 심리적인 '포기'상태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서울에서 한미정상회담 직후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직은 북핵문제와 같은 어떤 한 이슈와 지역에 계속 힘을 쏟을 수 있는 사치(luxury)를 누리지 못하는 자리"라고 답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무대책과 관심부족을 고백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도 '통일대박'을 얘기할 뿐 사실상 북핵문제는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백학순#THE PLAY BOOK#무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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