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꼴통! 너는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야 꼴통! 너 조용히 안해"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기억 속에는 이렇게 불렀던 '꼴통' 한 두 명씩은 꼭 있다. '꼴통'의 사전적 의미는 머리가 나쁜 사람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꼴통은 골통을 억세게 부르는 말로 골=머리, 통=빈 통을 뜻하며 머리가 비었다는 좋지 않은 말이다.
공부는 안하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들을 선생들은 그렇게 불렀다. 친구로써 생각해 보니 그 꼴통 친구들은 문제아라기 보다는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진 독특하고 튀었던 아이들이었다. 따라서 졸업 후 다른 친구들의 이름은 가물가물 하지만, 이 꼴통 친구들은 이름이며 얼굴까지 선명하다.
선생들에게는 말썽꾸러기 문제아였을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그저 많은 추억을 선물해 준 보고 싶은 친구일 뿐이다. 오랜만에 동창회라도 나가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도 바로 이 꼴통들의 소식이다.
"야 그런데 그때 그 꼴통 지금 뭐하고 사냐?"재미있는 것은 그 꼴통들은 지금 대부분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꼭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문제아로 인식되어 사회에서도 말썽만 부리며 살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몇몇은 사업으로 큰 성공했다는 친구도 있고, 중견기업 임원 자리에 올랐다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도 다들 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내 주변만 보고 단정하는 일반화의 오류일수도 있다. 어떤 꼴통들은 사회에서도 진짜 꼴통 짓을 하며 살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꼴통들은 몰라도 최소한 내 초·중·고 시절 꼴통 친구들은 다들 잘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교육을 업(業)삼아 살다 보니 이 꼴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지나고 보니 선생들이 우려 섞인 호칭으로 불렀던 그 꼴통들은 문제아라기 보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재단하려 하는 우리교육의 아픔 중에 한 가지라는 생각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꼴통들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튀었던 아이들이다. 이 친구들은 특별한 모험심으로 정해진 틀을 파괴하려 했고, 대단한 창조성으로 남과 다른 생각을 가졌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가졌던 도전적인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학교 기준에는 조금 안 맞았을지 모르나 욕을 먹더라도 스스로 자기 생각을 실행에 옮겼던 친구들이었다.
못된 문제아나 모자란 아이가 아니라 모험심 많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아이들이었다. 다만 그런 재능을 학교라는 울타리에 가두려 하니 거기에 대한 반발심으로 힘들어 했던 아이들이다. 어찌 보면 꼴통들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희생자들이었다.
미국의 명문대 유학생 비율은 인구대비 우리나라 학생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중도 탈락율이 무려 40%에 이른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 이유 중 한가지가 복종과 경쟁에 길들여진 한국의 교육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팀웍과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미국명문대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설령 학부를 견뎌낸다 하더라도 스스로 주제를 찾아 내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연구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에 올라가면 더욱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키면 시킨 대로 해야 하고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이 있어야'하는 우리의 교육풍토를 생각하면 이해가 갈 일이다.
최근 먹는 과자 봉지로 한강을 건너겠다는 젊은이들이 나타나 SNS를 뜨겁게 달궜다. 과자 값은 올렸지만 질소를 넣은 과대포장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제과업체들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기획했다는 것이다. 질소과자를 타고 한강을 건너겠다고 공표한 후 SNS상에는 수많은 응원 댓글부터 직접 과자를 사서 후원하겠다는 반응까지 뜨거웠다.
어떤 이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얻었다'는 참신한 풍자로 그들을 응원했다. 실제 이들은 지난 28일 과자 150여 봉지를 이어 붙여 그 '과자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이날 한강 선착장에는 수많은 언론에서 나와 취재열기가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한강을 건넌 후 젊은이들은 이 과자를 세척한 후 봉사활동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하니 속까지 깊은 멋진 청년들이다. 이 소식을 접한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제과업체의 풍자를 넘어 세상을 밝게 하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퍼퍼먼스라며 이들의 행동을 칭찬하고 있다. 이 친구들을 보니 학교 적 내 '꼴통' 친구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 꼴통들을 생각하며 나도 사람들의 칭찬에 한마디 더하고 싶다.
"간만에 엘돌핀 쏟게 하는 굿뉴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치인이 아니라 바로 그대들 같은 멋진 꼴통들이다. 꼴통만세!"교육은 아이들이 타고난 재능을 잘 발현시켜 그 재능대로 살게 하는 일이다. 타고난 재능을 꺼내려면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해보고 스스로 다른 생각을 통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 지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아이가 명문대를 나와 부모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업으로 많은 연봉을 받게 하는 것만이 교육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어른들이 정해 놓은 엘리트 코스라는 기준을 버려야 한다. 세상에 사람들이 모두 의사, 검사, 판사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과학자도 필요하고, 엔지니어도 필요하고, 사업가도 필요하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미래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좀 잔소리를 듣더라도 당당한 꼴통이 많아져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틀에 가두어 '진짜 꼴통'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날, 그때 그 꼴통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만나서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한잔 하고 싶다. 고백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그 꼴통 중의 한 명 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친구들은 나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과자 봉지로 한강을 건넌 청년들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가을날이다. 당신도 잊고 지냈던 꼴통 친구를 찾아 한 번 만나보는 가을 만드시길 권한다. 그리고 만나거든 정겨운 이 한마디를 던져보자.
"야, 꼴통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