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지역이 북한강변을 안고 있는 춘천인 탓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게스트들이 적지 않게 있다. 한강에서 시작해 북한강까지 이어지는 길들이 원체 잘 닦여 있고, 경관도 매우 아름다운 편이다.
그 수가 원체 많은 탓에 굳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해서 나는 크게 감흥 하는 바가 없다. 뭐, 그런가 보다로 넘어가려는데 정작 자전거 여행자는 그게 아니다. 마치 자신이 엄청나게 대단한 무언가를 이룬 사람처럼 오버한다. 누가 보면 사도행전이라도 떠났는가 싶을 만큼 자신의 길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이었는가를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던 해일씨는 달랐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 출발하여 서해와 충청도를 거쳐 20여 일 만에 도착한 여정임에도 전혀 지쳐 보임이 없었다. 그리고 매우 깔끔했다.
지하철을 타고 당일치기로 여행 온 대학생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보통 이 정도의 여정이면 자신이 매우 지쳐있음을 강조하면서 동정표를 구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태연하게 파티준비를 돕고, 또 태연하게 왁자지껄 이야기에 참여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청바지 차림이었다. 누가 봐도 자전거 여행자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치만 그는 그랬기 때문에 자전거여행자라는 틀을 훨씬 넘어서는 큰 여행을 하고 있었다.
"왜 떠났나요?"라는 다른 게스트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냥요. 좋아서요."자신과의 싸움이니.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느니.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기 위함이니 그런 고리타분하고 복잡한 이유가 아닌. 그냥 좋아서. 이 얼마나 멋진 여행의 자세인가. 이것은 단순히 여행의 자세를 넘어선 삶의 마인드라고 생각했다.
인생에 무슨 대단한 의미를 찾아서가 아니라, 그저 좋은 것을 향해 떠나는 모습. 나는 그의 간결함과 소박함과 심플함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는 여행 내내 술을 많이 못 마셨다면서 벌컥벌컥 술을 마셔대는 그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후 여행 코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미시령 옛길이나 한계령 길에 관해 얘기를 해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넘기에는 정말정말 힘들 것이지만,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경치만큼은 정말 황홀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다시 별 고민 없이 답했다.
"그럼 그 길로 가야겠네요.""정말 힘들 텐데요.""예쁘다면서요."
그리고 해일씨는 미시령을 넘어 속초에서 부산까지 동해안을 일주하고 다시 배를 타고 제주까지 이르렀다. 그가 보여준 여행의 자세는 지금도 내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때때로 손님들이 어쩌다가 게스트 하우스를 하게 되었는지 물을 때 나는 이렇게 답한다.
'좋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