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첩혐의자에 법원의 무죄 선고가 잇따르자 판사들에 대한 색깔 공세가 시작됐다.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공세에 나섰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증거수집 장벽에 안보가 흔들린다 : 대공수사력,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홍아무개씨 간첩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대해 "법원에서도 이런 판결이 내려진 건 판사 중에서도 큰 일 날 사람이 있지 않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 의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때 31명이 반대·기권·무효표를 던진 사실을 거론하면서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국회의원) 약 10% 정도는 '색깔'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국회에까지"라고 말한 이후에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바른사회시민회의, '헌법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공동주최했다. 정 의원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장으로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지낸 3선 의원이다.
"간첩에 포섭돼 판사하는 이들 있을 것"
비슷한 발언은 토론회 발제에서도 이어졌다. 북한 공작원 출신으로 1995년에 남파돼 체포됐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곽인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우성씨나 홍아무개씨 등이 무죄되는 걸 보고 북한에선 만세를 부르고 있지 않겠느냐"며 "판결은 재판부의 몫이지만, 이 판결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위한 게 아니라 북한을 위한 판결이라 생각들 정도로 한심했다"고 말했다.
곽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탈북자로 위장해 간첩을 남파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은 간첩활동을 하기엔 좋은 세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엔 간첩이 노동자, 농민을 포섭했지만 1980년대부터 북한이 방향을 바꿔 엘리트를 포섭한다"며 "(포섭된 간첩이) 국회의원, 장관되고 대통령도 되고... 대통령 되면 대한민국을 통째로 김정은에게 바치겠죠"라고 말했다.
곽 연구위원은 이어 "포섭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게 '공직에 나가라'는 거다. 판사가 되면 제일 좋고, 정 안 되면 변호사를 해라. 법관을 해야 간첩이라는 걸 들켜도 못 잡아갈 게 아니냐. 그래서 법조계로 많이 갔다"며 "아마 그런 사람 일부가 판사를 하고 있지 않나 한다. 변호사는 이미 상당히 많이 있다. 간첩사건마다 변호하는 몇몇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곽 연구위원은 "과연 그런 판결을 하는 판사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며 "과연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대고 판결을 해도 그렇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목에 칼을 들이댄다'는 맥락상 어색한 표현으로 '생명의 위협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토론회 중간중간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대부분 어버이연합과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었다. 해병대 출신의 국가유공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노인은 발언권을 얻어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뭉치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흩어지기만 하고 있다"며 "간첩 척결을 해서, 간첩이라고 하면 백성이 무서워서 말도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여건이 어렵지만 여러분같이 늘 행동하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격려했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 때 법원에 색깔공세를 펼 것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 발의해 놓은 여러 법이 있는데, 야당의 굴복을 받아내 법도 개정할 수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따져서 (간첩사건을) 제대로 재판하도록 확실하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