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9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9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라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인 지난 5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의 소회를 상세히 밝혔다. 그는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이라며 "어제 안산에서 만나 뵌 유가족분들로부터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들었던 끝까지 함께 해 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는 가능한 한 빨리 출범해야 한다"며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한다고 믿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다"라며 "2004년 국가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진상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사퇴를 촉구한 일부 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라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비대위는 오전 10시 현재 당직자들을 내보내고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 중이다. 박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 원내대표의 사퇴발표문 전문.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합니다.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세월호 비극의 한복판인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입니다. 어제 안산에서 만나 뵌 유가족분들로부터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들었던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호소가 가슴 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는 가능한 한 빨리 출범해야합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증거들을 현명하게 붙잡아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습니다. 2004년 국가 보안법 협상이 그랬고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7대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이 그랬습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법 역시 우리가 개혁특위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법 한 줄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되는 일을 되는 것처럼 포장해 시간을 지체 시키는 것은 진실의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정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합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습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님들,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영선#세월호 침몰 사고#특별법#세월호 침몰 사고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