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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8월 13일자 1면 기사 '세월호법 재협상 수용 안되면 야, 다른 법안들 협조 않기로' 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조선일보> 8월 13일자 1면 기사'세월호법 재협상 수용 안되면 야, 다른 법안들 협조 않기로' 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여야가 유가족은 배제한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다. 지난 9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과 정부조직법 및 일명 유병언 법을 10월 말까지 동시 처리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발표하자마자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이었던 법안 90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특별법을 위해 36일간의 장외투쟁을 하는 동안, 언론과 새누리당, 정부는 '민생법안'이 묶여 있다고 아우성을 쳤다. 도대체 평균 1.4분 만에 1건씩 처리했던 법안이 진짜 민생법안이었는지, 왜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을 꼭 묶어야만 했는지 그 속내를 살펴보자.

<조선>,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 근거 없이 '대치'

<조선일보>는 8월 13일 1면에 <세월호법 재협상 수용 안 되면 야, 다른 법안들 협조 않기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 핵심 의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본회의를 열지 못한다"며 "'결과적으로는 다른 법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쳐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새정치연합비대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의원은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말이 단 한 번도 오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조선일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다른 법안(조선일보는 친절하게도 경제·민생법안 등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을 무기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을까?

<조선일보>의 친절한(?) 보도가 나오고 난 뒤인 8월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은 민생법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국회 회기에 민생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제 골든타임' 뉴스는 그날 포털과 지상파, 종편 채널을 도배하면서 국민에게 '민생법안'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켜 줬다.

8월 28일 <조선일보>는 1면에 '세월호법과 따로 경제법 처리 78.5%'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배치했다. 8월 26일 최경환 부총리가 '민생법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긴급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세월호특별법이 민생경제법안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며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국회를 무력화시키며 압박까지 나서

여론조사 결과를 무기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을 연관시키는 프레임을 국회까지 연장해버렸다. <조선일보>는 추석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9월11일 '국회, 15일 본회의에서 무조건 경제·민생법안 처리하라'는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5개월 동안 단 하나의 경제·민생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기껏 동료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일밖에 한 게 없는 국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며 "만약에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박근혜 대통령의 공통적인 주장은 국회의원들이 민생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일하지 않으면 세비조차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박근혜 대통령은 19대 국회가 처리한 법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19대 국회의 전반기 처리 법안은 모두 1,276건으로 16대 국회(전후반기) 948건,17대(전반기) 745건, 18대(전후반기) 1,241건보다 훨씬 많았다. 언론들은 19대 국회가 전반기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보도하지 않고 아무런 의정활동도 하지 않고 세비만 축내면서 오히려 국민의 경제를 막는 주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린 것이다.

민생법안의 탈을 쓴 '경제법안'들의 문제점은 모른 척

민생법안 때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언론들이지만, 실제 관련 법안이 무엇인지,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언론의 보도 행태는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이 실제로는 '의료 관광비자'를 위한 '관광진흥법'이나 논란이 많은 원격진료에 관한 '의료법', '카지노' 등의 문제점은 축소 내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민생은 말 그대로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은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생명과도 같은 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법안들이 태반이다.

언론의 사명은 진실이 무엇이고, 정부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보면 고기를 잡기위해 밑밥을 깔아 놓은 낚시꾼처럼 정부와 여당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거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언론은 고기를 잡기 위해 밑밥을 던지거나 어느 포인트에 고기가 잘 잡힌다고 데이터를 보여주는 낚시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국민을 위한 진짜 기사를 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 홈페이지[e-시민과 언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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