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기금 출연을 약속한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내기로 했던 금액의 40%, 공기업은 21% 정도만 출연했다. 특히 르노삼성차를 비롯해 롯데푸드, 석유공사 등은 기금을 약정해놓고도 한푼도 내지 않았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기금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 및 협약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의 기금 출연 이행률은 40.3%에 그쳤다. 공기업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21.4%였다.
지난 2011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국내 대기업과 공기업 등이 동반성장 기금 출연에 참여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123곳)은 8245억 원의 출연을 약속했었다. 이 가운데 대기업(77곳)이 6518억 원, 공기업(14곳)이 1334억 원, 중견기업(33곳)은 393억 원 등이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현재 출연금 누적분은 대기업 2629억 원, 공기업 286억 원, 중견기업 125억 원 등 모두 3040억 원에 그쳤다.
[대기업] 약속한 기금 모두 낸 곳은 삼성전자, 현대건설 등 10개 뿐
업체별로 보면 포스코는 2011년 2376억을 약정했지만 지난 4년간 794억 원(33.4%)만 냈다. SK텔레콤은 197억 원을 약정해놓고 56억 원(28.1%)을 내놓았다. 삼성SDI는 75억 원에 29억 원(39.0%), 삼성디스플레이는 690억 원에 76억 원(11.0%), 현대중공업은 190억 원에 19억 원(10.2%)을 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2년에 146억 원을 약정해 놓고 64억 원(43.6%), 기아자동차는 68억원에 31억 원(45.1%)을 출연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경우 기금 약정을 해놓고도 한 푼도 내지 않은 경우도 있다. 르노삼성차와 롯데푸드 등이다(위 표 참고). 유한킴벌리의 경우 자료를 취합할 때까지는 내지 않았으나 지난 8월 6일 2억1천만원을 출연 완료한 상태다.
약속한 기금을 모두 낸 기업은 삼성전자 1012억 원을 비롯해,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 엘리베이터, LG하우시스, LG CNS, LG 유플러스, GS홈쇼핑 등 10개 회사에 불과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정권 출범에 따라 생색내기용 기금 출연을 약속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기금 출연에 나선 33개 대기업 가운데 대림산업(1억 원), SK건설(3억 원), 롯데제과(5억 원), 롯데홈쇼핑(5억 원), 두산건설(5억 원), SK C&C(4억 원), 삼성엔지니어링(4억 원), 현대로템(1억 원) 등의 경우 회사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금액을 출연했다.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동반성장 기금 출연에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완주 의원은 "이들 기업들의 경우 마지못해 동반성장 기금에 참여한 것 같다"면서 "전형적인 생색내기용"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석유공사는 2년간 한 푼도 안 내공기업의 경우는 대기업보다 더 심하다. 공기업은 2013년 1334억 원을 약속해놓고 약정기한을 2018년으로 연기해놨다. 이들 공기업이 현재까지 낸 금액은 286억 원(21.4%)에 불과하다. 올해 출연을 추가로 약속한 공기업은 단 한곳도 없었다.
게다가 출연을 약속하고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인천공항공사, 석유공사 등 4개사에 달했다. 특히 석유공사의 경우 매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약정금액(10억 원)을 해놓고도 지난 2년동안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완주 의원은 "중소기업을 살린다고 만든 동반성장 기금을 두고 기업들이 모두 청와대 입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단지 상생이라는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지 말고,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