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담뱃값 2000원 인상분의 73%가 중앙정부로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매년 2조381억 원에 달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의 추가 세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어, 지방 재정난 완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담뱃값 인상이 중앙정부의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한 '꼼수 증세'라는 비판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전후에 따른 세금 분석 내용을 보면, 현재 한 해 동안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모두 6조7826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담배소비세가 2조7826억, 지방교육세 1조3935억, 건강증진부담금 1조5367억, 부가가치세 1조158억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적용할 경우, 담뱃세는 9조5061억 원으로 현재보다 2조7775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새롭게 끼어넣은 개별소비세로 1조7081억 원의 세수입이 전망된다. 이밖에 건강증진부담금 8728억 원, 부가가치세 2247억 원, 담배소비세 1025억 원 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교육세는 오히려 1243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규정에 따라 담배소비세는 지자체에, 지방교육세는 각 지방교육청으로 들어간다. 반면 개별소비세와 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은 중앙정부로 귀속된다. 따라서 이번 인상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담뱃세 증가분의 73.4%(2조 381억 원)가 중앙정부의 차지가 된다. 지자체는 17%, 지방 교육청에는 9.6%가 돌아가게 된다.
박원석 의원은 "담뱃값 인상분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가져가면서 그동안 담뱃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담배 한 갑당 매겨지는 세금의 지방과 중앙의 비중은 68.1% 대 31.9%였다. 하지만 정부안 대로 담뱃값이 오르면 이같은 비율은 55.9%(지방) 대 44.1%(중앙)로 바뀌게 된다.
박 의원은 "결국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중앙정부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로 사치성 제품에나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이번 인상안에 끼워넣는 것 자체가 정부의 세수보전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