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1박 2일로 서해 인천광역시 덕적면 굴업도에 다녀왔습니다. 9일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동인천역에서 내려 24번 버스를 타고 연안부두에서 내려 예약한 11시 30분 덕적도로 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덕적도에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도착, 여기서 다시 굴업도로 가는 나래호를 타고 굴업도에 도착하니 오후 2시 50분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연평산에 올라 굴업도를 조망하고 하산하다가 멋진 노을을 감상하였습니다. 민박집에서 저녁을 먹고 밤 9시경 큰마을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오늘 하늘이 맑아 달과 별을 잘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달은 밝게 굴업도 해변을 비추고 있는데, 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달이 너무 밝아 달 주변에서는 별을 볼 수 없습니다. 같이 간 선배는 이 모습을 "달이 별을 먹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동쪽 하늘과 남쪽 하늘에는 별이 어느 정도 보입니다. 해변 모래 사장 위에 작은 풀들이 있고, 이 위에 카메라 다리를 펴고 릴리즈로 셔터를 누릅니다. 셔터를 대략 20~30초쯤 열어줍니다.
바다에는 고깃배가 밝은 빛을 비추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시간 정도 여러 장의 사진을 담았지만 만족한 사진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개머리능선에서 일출을 보고 텐트촌까지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민박집 방은 따뜻하여 잠을 푹 잤습니다. 새벽 잠에서 깨어 일어나니 4시 반입니다. 5시 반에 개머리 능선으로 출발하기로 하고 과일과 물을 배낭에 넣고 세수를 하고 옷을 단단히 입었습니다.
민박집을 나서 큰마을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물이 들어와 해변을 지나 개머리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잠겨버렸습니다. 약간 바위를 올라 겨우 개머리 능선으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달은 휘영청 밝아 랜턴도 필요 없습니다.
개머리능선을 오르다가 넓은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별도 반짝입니다. 바위 위에 삼각대를 펴고 달과 별을 찍어봅니다. 30초 정도 장노출을 하니 수크렁과 작은 풀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별과 달이 있는 멋진 사진이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의 색은 파랗게 변합니다. 해가 뜨기 전 1시간 정도의 빛을 사진 찍는 사람들은 "매직아워"라 하여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합니다.
달과 별 사진 몇 장을 찍고 따뜻한 차도 마시며 쉬었다가 개머리능선 정상에 올랐습니다. 여기서 동쪽 하늘을 보니 여명이 밝아 오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6시 10분, 오늘 일출 시간이 6시 30분이라고 하였으니 20분 후에는 태양이 떠오르겠군요. 개머리능선 정상에는 몇몇 사람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개머리능선을 지나 서쪽 캠핑장으로 갈 계획이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1년 전에는 여기서 방목하는 사슴들을 만났는데 오늘은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달빛에 의지해 수크렁과 억새가 바람에 날리며 소근대는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달빛은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동쪽하늘은 더 밝아옵니다.
어제 밤부터 해변에 나가 별 사진을 찍으며 별을 손으로 헤어 보고, 달을 찍으며 "네가 너무 밝아 별을 다 먹어버렸구나" 하며 달과 별을 보며 즐거워한 적이 언제였는지 모릅니다. 도시를 떠나 자연과 어울리며 잠시라도 지내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껴보는 시간입니다.
개머리능선에서의 일출과 서쪽 텐트촌의 풍경은 어떠한지 궁금해하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