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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원 분신으로 집값 떨어진다? 우리를 사람 아닌 개로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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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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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5층에서 빵 집어 던져요. 주워 먹으라고. 그런 사람이란 말이에요. 경비원들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에요. 개로 보는 거지."지난 7일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한 경비원 이아무개씨의 동료는 1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한 70대 여성 입주민의 모멸적인 언행이 이번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9월 29일 이날도 1시간 반 쫑알대고 사고난 날 10월 7일 8시 30분부터 9시 넘게까지 잔소리하고 (그 경비원이) 성질을 못 이겨서 저 앞에서 분신 자살을 한 거고… 괴로워해서 팀장이랑 면담도 했다고 했고. 그러면 한달 동안 병가 내줄 테니까 쉬라고 했는데 안 하고 계속 (일을) 한 거예요.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이 동료 경비원은 분신한 이씨의 전임 경비원도 지난 6월 이 여성 입주민 때문에 그만 뒀다고 주장했다.
"그 전에 잘랐던 사람도 (자리 비웠다고 할까봐) 여기에서 꼼짝도 안 하던 사람이에요. 여기서 밥을 먹고 그랬어요…. (그 입주민이 딸하고 사위하고) 셋이 와서 쫑알대서 6월에 자른 거예요. 또 내려와서 또 잔소리해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요? 그건 인간이 아니라고 봐야죠."특히 이 동료는 "일부 주민들이 경비원 분신으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며 "집값보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민들도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지금 이렇게 방송에 나가면 집값 떨어진다 이거야. 아니, 집값이 문제야? 사람이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게 그게 중요한 거지. 사람 죽기 전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가버리고. 오죽했으면 저쪽에서 분신자살하려고 했을까요."이에 앞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는 분신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분신자살 기도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를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식사과하고 사고수습,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아파트 주민을 대표한 입주자대표회의는 병원에서 고통받는 당사자들을 직접 뵙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하고 앞으로 재발할지도 모르는 그런 일에 대해서 불안에 떨고 있는 경비노동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나." - 박문순 /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사무처장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분신이 입주민의 모욕감을 주는 태도와 언쟁 때문이었는지는 경찰이 조사할 일이고, 그렇다고 해도 그건 해당 입주자와 해결할 일"이라며 대표회의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한 입주민의 폭언과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을 기도한 경비원 이씨. 이씨는 전신 60% 가량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입주자 대표의 공식사과도 사고수습을 위한 논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