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인 딸이 탱크 몰고 나와 권력 잡은 아버지를 자신의 모델로 삼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통치를 재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인사문제 등 일부 국정 운영은 아버지보다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1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민청학련계승사업회 주관으로 열린 '박정희의 유신, 박근혜의 신유신' 시국토론회에서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근혜 정권의 등장은 우리 정치에서 격세유전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그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성공에도 민주화세력이 집권에 실패하며 보수세력의 재구축을 막지 못했고 사회 양극화 심화를 막지 못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 탓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통치 패러다임부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시종일관 추구했던 가치와 목표는 경제성장이었다"라며 "(박근혜 정권의 '국민행복시대'는)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가 아니라 점차 경제성장의 내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헌법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 통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 교수는 "(박정희 정권은) ▲ 정당정치 무력화 ▲ 검찰·경찰·중앙정보부 등 억압적 국가기관 동원 및 활용 ▲ 여론에 대한 조작과 통제 등으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했다"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스타일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정권 역시 위로부터의 통치만을 강조했고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정당을 무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라며 "이를테면 박 대통령은 인사 문제나 법 통과의 지연에 있어 그 책임을 공공연히 야당과 국회에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권은 자신의 통치를 위해 검찰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자 했고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허용했다"라며 "전자의 대표적 사례는 혼외자식 문제를 제기해 스스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던 '채동욱 사건'이고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NLL 회의록 문제에 대한 국정원의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또 안보와 남북관계 문제를 국내정치에 동원했던 모습마저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박근혜 정권 역시 그 등장 때부터 남북관계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했다"라며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권 당시 이뤄졌던 남북 정상회담의 NLL 회의록 문제를 제기했다"라고 짚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도 "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인 상호신뢰조차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국내정치를 감안한 또 하나의 공허한 행동인지 앞으로 두고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 가장 나쁜 모습의 박정희 따라해"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절차적 정통성 문제에서는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와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라며 선거 직후 제기된 국가정보원·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박 대통령 자신이나 박근혜 캠프가 공모자였는지, 단순한 수혜자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라면서도 "현재까지 밝혀진 바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절차적 정통성과 관련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교수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안에 대하여 수사를 철저히 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했다"라며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자 그를 검찰총장 자리에서 몰아낸 것은 (워터게이트로) 탄핵당한 닉슨 전 미 대통령이 범한 잘못보다 몇 배나 큰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교수는 인사 관련 이릉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더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력 초반이나 중반에 행한 행사를 보면 마키아벨리적인 용인술을 놀랄 정도로 잘 구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은 집권 초중반까지는 자신을 비판하거나 아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했다"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권력에 취해 비틀거리는 가장 나쁜 모습의 박정희를 박 대통령이 따라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는 독재자였지만 나름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고 또 대중들의 에너지를 결집하고 동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라면서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공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또 그는 "막후실세 정윤회나 그와 연결된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실세로 보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라며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유체이탈 화법'을 일삼는 것을 보면 과연 남은 임기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된다"라고도 말했다.
간첩 조작사건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 등은 박정희 정권의 용공조작사건과 같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유신의 후예인 신유신 정권과 그를 뒷받침하는 수구세력은 모든 문제를 이념문제로 환원해버린다"라며 "박근혜 정권은 이념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이 세월호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감추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