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천 세종병원 중환자실 복도에서 선천성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물결이와 물결의 엄마, 아빠를 위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부천 세종병원 중환자실 복도에서 선천성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물결이와 물결의 엄마, 아빠를 위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지난 18일 저녁 7시 30분 부천 세종 병원 중환자실 앞 복도가 소란스럽다.

"이쪽으로요! 좀 더 옆으로요!"

중환자실 앞 복도를 작은 사진 전시관으로 바꾸기 위해 분주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복도를 오가는 보호자들이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누군가를 위한 이벤트가 준비되고 있음을 알아챈다.

드디어 저녁 8시. 중환자실 면회를 마치고 나와 복도의 사진들을 보며 지나치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한 여자가 움찔 걸음을 멈춘다. 이젤 위에 놓인 전시회 포스터를 보곤 빙그레 웃는 그녀. 바로 오늘의 주인공 물결이 엄마 박희진씨다. 결혼 6주년 기념 축하글과 복도 벽에 촘촘히 전시된 추억의 사진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걸어 나오는 희진씨.

신혼여행 사진, 물결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 찍은 가족사진, 오빠 한결이와 찍은 물결이의 사진 등 지나온 시간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사진을 보면서 희진씨는 벅찬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막다른 복도 끝. 숨어있던 남편 금형민씨가 꽃다발을 안겨주며 꽉 안아준다. 물결 아빠의 편지가 촘촘히 쓰인 케이크와 개그맨 김인석씨, 윤성호씨의 응원 영상 메시지를 보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희진씨. 이날 이벤트로 지금까지 겪은 극심한 마음고생이 잠시 사라진 듯하다.

 금형민 씨는 아내를 위해 이날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리고 더 강하게 딸 물결이를 지키리라 다짐했다.
금형민 씨는 아내를 위해 이날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리고 더 강하게 딸 물결이를 지키리라 다짐했다. ⓒ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함께 힘내자! 남편의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

이날 이벤트는 물결이의 오랜 병원 생활로 아파하고 있는 금형민, 박희진씨를 응원하기 위해 결혼 6주년에 맞춰 준비한 사진전이다. 이렇게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사진전을 할 만큼 특별한 사연을 갖게 된 건 바로 그들의 딸 물결이 때문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나 6번의 수술과 6번의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물결이는 이제 태어난 지 1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작고 여린 아기다. 하지만 아주 씩씩하게 병마와 잘 싸워내고 있다. 옆에서 계속 봐주지 못해 애가 더 닳지만 그래도 두 부부는 꼭 건강해지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만 허락되는 짧은 면회시간을 위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수원과 병원이 있는 부천을 하루 두 번씩 오가고 있다.

"물결이를 임신했을 때, 아이가 잘못된 것 같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제가 걱정 말라고 위안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었죠."

형민씨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아이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덜컹 내려앉은 마음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1주일간 아내와 대화도 하지 못했던 일이 기억난다"고 당시 마음을 전했다.

부부는 결국 주변에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혹시 나쁜 생각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자신들의 상황을 말하니 정말 도움이 됐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의 부모들 사이에서 '우리아기심장소리'라고 불리는 '한국 선천성 심장병 환우회'를 만나게 됐고, 이곳에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큰 힘을 얻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됐어요. 같은 병을 먼저 경험하신 부모님들이 많으니까 위안도 받을 수 있었고요. 물결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리 부부가 마음을 다 잡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날 이벤트는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가 준비했다. 누구보다 더 물결이와 부모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아픔이 어떤 아픔인지 잘 알고 있기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함께 걱정하고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환우회가 뒤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기운 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전해졌다.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희진씨를 보면서 함께 준비한 환우회 가족들도 눈물을 훔쳤다. 

모두와 함께 극복... 힘내라 물결아!

 금형민,박희진 씨 결혼 6주년을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와 물결의 중환자실 간호사분들이 함께했다.
금형민,박희진 씨 결혼 6주년을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와 물결의 중환자실 간호사분들이 함께했다. ⓒ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심장수술을 받은 진혁이의 어머니이자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정혜은씨는 "물결이 엄마도 줄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심장을 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씩씩하게 지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힘든 시간이 지나면 웃을 날이 올 것이다, 물결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이 될 테니 좀 더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은 이벤트가 끝날 무렵 중환자실에 있던 간호사들도 복도로 나와 한마음으로 축하해줬다. 모두 물결이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더 축하해주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함께 했던 물결이의 첫 돌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뭉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 부부를 향해 "축하해요! 그리고 용기 내세요"라고 말하며 격려 박수를 치기도 했다.

형민씨도 "이렇게 행사를 준비해주고 모두 축하해줘서 고맙다"면서 "이 자리를 빌어 아내와 아들 한결, 그리고 딸 물결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결이가 나으면 우리가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 꼭 가자!"는 약속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경험자로서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물결이와 부모님은 절대 혼자가 아니며 물결이가 튼튼한 몸으로 퇴원할 때까지 환우회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우리아기심장소리#세종병원
댓글3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