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는 구조적 결함과 안전의식 미비가 빚어낸 '인재'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후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해 20일 오전 사망자 보상 문제 등에 대한 극적인 합의 내용이 발표됐다. 그러나 '행사 주최 문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여전히 계속되고, 환풍구와 관련한 법 규정은 물론 안전 점검 항목이 전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행사 전 안전 점검이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고 행사 진행 당시에도 안전요원은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점을 두고, 이번 사고는 사전 예방만 잘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급하게 환풍구 설치 실태 등을 파악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고로 인해 드러난 안전 관련 문제점들을 정리해봤다.
[문제①] 700명 모인 행사인데... 안전 점검도, 안전 요원도 '0' 사고가 일어난 행사 당일, 현장 안전요원이 없었다는 점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박성주 경기도경찰청 형사과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당일 현장에는 38명의 행사관계자가 있었지만 안전요원은 없었고, 4명이 문서상 안전요원으로 올라 있었지만 경기과학기술진흥원(경기과기원) 해당직원들은 자신이 안전요원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서류상으로만 안전요원이 존재했던 것이다.
행사에 앞서 경기과기원이 분당소방서에 행사장 안전 점검을 요청했으나, 점검할 시설물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기도 했다. 김홍곤 분당소방서 소방경은 "안전 점검 시 보통 소방시설 등을 살피는데, 현장은 일반 소규모 광장이었기 때문에 안전을 점검할 대상물이 없었다"며 "환기구에 사람이 올라가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긴급 상황을 위한 구급차 등도 출동해 있지 않았다.
[문제②] 환풍구, 높이도 두께도 규정 없어... 관련한 안전 기준 '전무' 사고가 터지면서 관련 법 규정이 전무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행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 11조에는 환기량과 환기 횟수 등이 나와 있지만 환기구(환풍구)의 두께나 덮개 강도 등에 관한 규정은 없다. 김남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환기구와 관련한 안전 기준 항목이 없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항목을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환풍구의 높이는 약 1.2m 정도다(하지만 낮은 곳은 60㎝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규칙 23조에는 '환기시설의 배기구 설치 기준'에 대해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라고 돼 있지만, 김 대변인은 "사고가 난 환풍구는 배기구가 아닌 급기구(공기가 들어오는 곳)"이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지난 18일 시·도 등 관계기관에 환기 구조물 안전점검을 지시, 서울시와 부산시 등이 실태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③] 행사주최 두고 논란... '내 탓 네 탓' 책임 놓고 진실 공방 이어져
경찰에 행사 관계자가 진술한 바에 따르면 당일 사회자가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주최 측에서 몇 차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반적인 안전 관리 부실 문제가 제기되면서 누가 주최했는지를 놓고 여전히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행사 플래카드 등 홍보 자료에는 주최가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주관사가 <이데일리> 측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앞서 경기도·성남시는 이데일리·경기과기원의 행사 진행과 관련해 "행사를 알지 못했다, 명의를 도용당했다"고 선을 그었고, <이데일리> 측은 "합의된 사항이었다"며 반박했다.
이를 둘러싼 공방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으로 정리되는 듯 싶었으나, <이데일리> 측이 "경기도가 경기과기원을 대신할 뿐,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관련기사:
판교 사고, 사망자 보상 극적 합의... "형사처벌 최소화").
27명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 사고와 관련, '행사 주최'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결국 빠르게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를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9일 관련 기관 20여곳의 압수수색 한 뒤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