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MBC 등 공중파 방송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돼 논란인 가운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SBS는 지난 16일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종이아트 기술 사연을 소개하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조선 후기 화가인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원작과 모방본을 비교하면서, 원작을 진본이 아닌 합성이미지로 잘못 사용한 것이다.
이는 <일간베스트> 사이트 회원이 만든 것으로, 원래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자승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다. 이에 SBS 측은 외주제작사에 편집을 맡겨 벌어진 실수라며 관련 제작자를 징계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에는 "한 번이 실수지 반복되면 의도적(송OO)", "실수라는 변명도 지겹다(나OO)"는 등 약 400여건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SBS의 일베 이미지 사용, 특히 노 전 대통령 비하 사진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아래 미방위)은 "SBS는 지난 8월에도 <뉴스8>에서 노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가 담긴 도표를 써 '주의' 조치를, 또 연세대·고려대 로고에 일베 마크가 합성된 이미지를 이용해 각각 주의·권고 조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방심위 측에서 엄중한 책임 물어야"MBC도 앞서 SBS와 비슷한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 유명화가의 얼굴에 노 전 대통령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그대로 방송해 방심위로부터 '관계자 경고 및 징계' 조치를 받았다. 또 지난 12일 '섹션TV 연예통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사용해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재단(이사장 이해찬)' 등은 각 방송사의 개별 사과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SBS에 실질적 재발방지책을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MBC도 그렇고 더 이상 '실수'라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단발성 사과를 넘어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도 아닌 지상파에서 이런 방송을 내보내는 건 무책임하다"며 "방송사의 '일베' 사진 사용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회 미방위 국회의원들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아래 노사모)'은 아예 23일 서울 목동 SBS사옥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오영애 노사모 회원은 "사과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또 실수하고 다시 사과로만 끝낼 거이냐"라며 "제대로 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BS는 23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방영에 앞서 "잘못된 화면 사용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유가족과 시청자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내보냈다.
해당 프로그램의 장경수 CP(책임PD)는 "SBS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사과드린다, 현재 관계자 징계가 진행 중"이라며 "향후 이미지 사용 시 정확한 출처를 표기해, 세 번의 크로스체킹을 거치는 등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하겠다"고 사과했다.
최 의원은 SBS와 MBC의 일베 사진 사용 논란에 대해 "되풀이되는 실수를 보며 의도적인 사용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 자체 책임을 떠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과징금 처분' 등 좀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