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27일 오후 4시 35분]"제2롯데월드 5~6층 바닥에 광범위한 균열이 발견됐다."
27일 오전 한 시민단체가 공개한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궜다.
최근 임시 개장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저층부 바닥에서 균열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곧바로 안전성 문제와 연결되며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롯데건설 측이 "1930~1980년대 서울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한 디자인 콘셉트였다"고 해명하면서 이 사건은 단순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사진을 공개한 것은 오랫동안 제2롯데월드 공사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온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방문한 롯데월드몰 5~6층 바닥에서 광범위한 균열을 발견했다.
시민단체 "눈에 보이는 부분도 이런데... 정밀검사 필요하다"
롯데월드몰 5층에는 영화관·의류점·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갈라짐 현상은 콘크리트로 바닥을 시공한 식당가 복도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역시 식당가가 들어선 6층 바닥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장한지 3일 만에 눈에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균열이 바닥에서 발견됐다면 이는 안전성 논란이 재차 제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김현익 사무국장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식당가 복도를 따라서 돌아보면 어디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바닥의 균열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전문가들도 완공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닥에 균열이 이렇게 빨리 생긴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러나 저희는 눈에 보이는 부분도 이렇게 급하게 마감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어떨지 걱정"이라며 "바닥 표면 자체의 문제인지, 구조물 안에서 뒤틀리거나 (마감재 등이) 충분히 굳지 않아서 위에 변형이 온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에서도 관계자와 전문가를 제2롯데월드 현장에 내보내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몰탈로 마감한 게 크랙(균열)이 간 것"이라며 "구조체까지 문제가 있는지는 코어(원기둥 모양의 샘플)를 채취해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 관계자는 "구조상의 문제는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자세한 원인은 현재 파악 중이고, 원인이 규명되면 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롯데건설 "바닥 균열은 디지인 콘셉트...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 그러나 이날 오전 11시경 롯데건설 측이 해명자료를 내면서 상황은 급반전 됐다. 롯데건설은 "(롯데월드몰 5~6층 바닥에 발생한 균열은) 1930~1980년대 서울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한 디자인 콘셉트로 구조적 균열이 아니며 건물의 안전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잠실 롯데월드몰 5~6층의 '서울 3080' 거리는 설계 때부터 간판도 옛 모습으로 연출했고, 금이 간 길의 모습도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시멘트 몰탈 시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도하였고, 그 위로 투명코팅 처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흔히 말하는 빈티지 느낌을 주기 위해 (바닥)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바닥 마감재를 사용할 때 시멘트 몰탈을 쓰게 되면 시공을 한 다음에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균열이 가게 돼 있다"면서 "시멘트 몰탈만 쓰면 표면이 꺼끌꺼끌하고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투명 에폭시로 코팅을 깔아 매끌매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균열을 만들어 1930~1980년대 서울의 거리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했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 더 부추겨... 롯데, 굉장히 무책임하다"
서울시 측에서도 롯데건설의 설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 몰탈을 쓰면 크랙이 갈 수 밖에 없는데, 주차장처럼 불투명한 것으로 덮지 않고, 투명하게 처리해서 (균열이) 보이게 놔뒀다는 것은 일부러 디자인 콘셉트로 연출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식당가를 제외한 영화관이나 의류점 바닥은 화려한 대리석이나 카펫 등으로 포장돼 있어 균열을 발견할 수 없다. 다른 층 역시 바닥이 화려하게 설계돼 있고, 유독 5~6층 식당가 복도만 두드러지게 콘크리트 바닥으로 구별을 해 놨다.
그러나 1930~1980년대 서울의 거리를 연출한 것이라는 롯데건설의 해명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개장까지 연기시키며 제2롯데월드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숱한 논란의 핵심은 다름 아닌 안전성 문제였기 때문이다. 또한 균열 사진이 공개됐을 때 곧바로 해명에 나서지 않고 뜸을 들인 것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김현익 사무국장은 "에스컬레이터 바로 인접한 부분까지 균열이 생겼는데도 이것이 디자인상 의도된 균열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단지 콘크리트 바닥만 연출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균열이 생긴 것을 두고 뒤늦게 디자인 콘셉트라고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만일 의도된 것이라고 해도, 건설 초기부터 안전성과 관련해서 계속 문제가 제기된 곳인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디자인 콘셉트라고만 하면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0안전에 대한 우려를 더 부추기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롯데건설이) 굉장히 무책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시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바닥 균열에 대한) 정확한 안내 표시판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