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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마지막 선지식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경책이자 화두다. 1962년 가깝게는 1994년 개혁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포장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형해화시키는 위기다. 하여,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전도된 수행가풍을 다잡고 계율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 사부대중이 뼈아픈 자성과 대안을 릴레이 기고한다. 두 번째 글은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 공동대표인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이 불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보내왔다. 참회, 비판, 발심, 대안...사부대중의 다채롭고 지속적인 기고를 기다린다.... 기자 주

송담 스님의 탈종선언을 통해 불자들은 '나는 누구인가?'하는 존재론적 화두를 잡게 되었다.

1950~60년대 불교정화운동이 폭력성과 정치권력 순치과정을 내포하고 있었을지라도 왜색불교, 대처불교를 극복하자는 명분은 온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여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이 적지 않았을지라도 정화운동의 주체들이 건설한 조계종단이 한국불교의 대표가 되는 것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 조계종단의 현실은 우리 불자들에게 '나는 조계종 사부대중의 일원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제까지 조계종단은 암묵적으로 한국불교의 적통을 잇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전국의 전통사찰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어 불자들 스스로도 조계종단에 자기 정체성을 일치 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론적 화두 접한 불자들

그러나 지난 10월 14일 '청정한 바른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은 '송담 스님의 수행가풍은 조계종단의 수행가풍과 무엇이 다른가' 제하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현 조계종단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 암울한 현실을 고백했다. 당시 선언서를 발표한 공동대표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국불교의 1700년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 불교도임에 자긍심을 갖는 많은 불자들에게 번뇌를 안겨준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선언서에서 제기한 것처럼 현 조계종단은 청정승단임을 스스로 포기한 채 혼인한 자의 승적을 유지 시키고, 폭력, 부패, 도박 및 막행막식으로 사회인의 상식으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추태를 보이고 있다. 자정기능이 상실된 것은 물론 국민 모두가 아는 위기상황을 스스로만 외면하며 권력과 이권 나눠먹기에 몰두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반복해오고 있다. '과연 조계종을 불자의 정체성과 동일시해도 괜찮은 것인가?'하고 심각하게 점검해볼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승단이 공동체성을 상실하고 보시금이 쌈짓돈이 되며 사찰이 전리품이 되어가면서 승가사회는 물질적 안락과 풍요에 경도되어 왔다. 때로 종단의 정치 권승들은 정치권력자 주변에 기웃거리거나 선거철에 특정 정당에 드나들며 이를 빌미로 종단 내 권력을 탐하기도 했다. 이를 징치할 대중공의가 상실되면서 승단의 부패는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경허·만공·전강 스님의 법맥을 잇고 전통 선수행의 상징과도 같은 송담 스님이 '수행가풍이 다르고' '희망이 없다'며 조계종도임을 거부하고 9월 15일 탈종공고를 내었지만 종단내부는 침묵했다. 안타까운 재가불자들이라도 의견을 나누자고 사발통문을 돌려 1차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공동선언서를 발표하고 종단의 변화가 없다면 2차 3차로 행동의 수위를 높여가자는 결의가 있어 급하게 1차 선언서가 준비되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당초 108명을 목표로 서명 동참자를 모았으나 사흘 만에 165명으로 초과 달성됨은 물론 이후로도 공개된 이메일을 통해 수십 명이 동참의사를 밝혀왔다. 내지는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서명을 받겠다며 서명용지를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 서명작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 불교, 청정함만은 절대 잃어선 안 된다

 '청정한 바른 불교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공동대표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지난14일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 오른쪽에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김종규 교단자정센터 원장이 함께 자리했다.ⓒ2014 불교닷컴
'청정한 바른 불교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공동대표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지난14일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 오른쪽에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김종규 교단자정센터 원장이 함께 자리했다.ⓒ2014 불교닷컴 ⓒ 불교닷컴

불교 현실은 암울할지라도 불교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래도 한국불교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얻는다. 더욱이 많은 스님들로부터 지지와 감사의 뜻이 전해져오는 것을 볼 때 승단 내부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 믿는다.

물론 송담 스님과 같은 은둔형 수행이 한국불교의 전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속과 연을 끊고 깊은 산중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며 정진하는 스님도 있어야 하지만 저잣거리에 나와 중생들의 고통을 위로하며 대승불교의 보살행을 행하는 스님들도 필요하다. 내지는 당대의 지성들과 격의 없이 교류하던 사상과 문화의 거장들이 절 집안에 계셔온 자랑스러운 문화전통도 이어져야 한다. 그 모두가 어울려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가 되어 왔으니 21세기 한국불교의 풍경도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함 속에서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는 곧 청정함이다. 승단이 청정함을 잃음은 승단의 존엄함을 포기한 것이다. 귀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청정함은 승단의 대원칙이고 그 조건이 지켜진다는 전제하에 한국불교의 계승자이며 현재적 담지자로써 승단의 권위를 인정하고 사찰과 문화재를 계승 관리하는 주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만일 승단이 청정함을 잃어 버리고 음행하고 막행막식하면서 세속에 사는 중생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면 더 이상 그들에 대한 존경도 기대도 나아가 기득권도 인정할 수 없다. 한국불교의 유산을 담당할 새 주체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재가불자들이 1차 공동선언서로 던진 문제제기로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작지만 길게 그리고 오래 갈 것이다. 각자가 속한 작은 단위에서부터 뜻을 나누고 작은 실천부터 조직해내면서 한국불교의 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부처님의 법을 배워 삶의 지표를 세운 불자로써 불은에 보답하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에 동참을 원하시는 사부대중은 (재가불자모임 kss8171@daum.net )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릴레이 기고에 동참하실 사부대중은 (dasan2580@gmail.com )으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이글은 김경호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 공동대표이자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이 썼습니다. 이 글은 불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불교#불교닷컴#청정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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