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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쳐온 야당 안에서 '세월호 출구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예산안 처리, 전당대회 등의 정치 일정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 이상 세월호 의제에만 갇혀 있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세월호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감지된 것은 지난 9월부터다. 당시 새정치연합이 유가족 참여가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인 것을 두고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지도부가 당 분열 사태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솔솔 피어올랐다.
'세월호 국감' 요구에... "했던 이야기 굳이 해야 하나"
이런 가운데 김현 의원과 세월호 가족대책위 일부 대표단이 '대리기사 폭행 의혹 사건'에 휘말리면서 야당의 동력이 약화됐고, 결국 같은 달 30일에는 사실상 여당 의견이 반영된 내용에 합의했다. 당내 온건파를 중심으로 세월호 출구론이 수면 위로 본격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성곤 새정치연합 의원은 여야가 합의를 이룬 다음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제 가족들도 돌아간 영혼들의 영면을 위해 마음을 정리할 때가 됐다, 우리 모두 (세월호 참사) 출구를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아닐까"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 사건 이후로 당 안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더 이상 발목 잡히면 안 된다' '매몰되면 안 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사실"이라며 "이러한 여론이 당 안팎에 있는 걸 당시 원내지도부도 의식해 미완의 합의를 이룬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새로운 자료나 정보가 예상했던 만큼 나오지 않은 것 역시 이러한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감지된다. 물론 국정 전반을 다루는 국감의 특성상 세월호 이슈에만 집중하는 게 무리일 테지만, 생각만큼 당력을 쏟지 않은 것도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국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이를 둘러싼 의원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라면서 "'국감에서 굳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해야 하나'라는 게 다수의 생각인 듯하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공식적으로는 '세월호 국감'을 선언했지만, 특별히 당 차원의 전략은 없었다"라고 귀띔했다.
세월호 TF 시한 D-3... 부정적 전망 '솔솔'
'세월호 출구론'이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 협상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달 말로 타결 시한을 정하고 협상 중인 여야가 최대 쟁점인 '유가족의 특검추천과정 참여 여부'를 생략한 채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지역위원장 공모, 예산안 처리, 전당대회 등 주요 일정이 산적해 있다"라며 "이달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판'을 유지하는 게 '유가족 의견 수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유족을 설득해서 법안을 마무리짓는 게 당의 포지션"이라며 "애초부터 '유가족을 설득한다'는 전제로 TF가 시작됐기 때문에, 유가족 참여 방안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도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세월호 진상규명은 여야를 떠나 시대적인 과제"라며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진상규명을 위한 역할을 야당이 계속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지난 22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바로서야 국가가 바로설 수 있다는 저희의 진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새정치연합의 '진심'이 국민에게 전달되길 원한다면, 우선 그동안 해온 약속부터 지키는 게 우선일 테다. 유족의 뜻이 반영된 세월호특별법 제정도 그 약속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