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제2기 노동자정치세력화 길 찾기 두 번째 연속토론회를 열어 민주노총-진보정당의 현재와 이후 노동정치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사회로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 의장,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 부의장,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의 발제가 진행됐다.
먼저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 의장은 "진보신당이 '노동당'으로 창당할 때 당명을 둘러싸고 '도로 민노당 아니냐 혹은 타 정당과 통합하기 위해 민주노총 일부 세력과 합작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 아니냐, 노동이 강조되면서 다른 부문운동을 배제하거나 위축시키게 되며 이로 인해 대중과의 접촉면을 좁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노동'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진보정당의 구성원들이 우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이 사회가 심각할 정도로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부의장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그 세상을 위해 우리가 취할 방식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노동정치 틀 안에 비정규직 등 불안정노동자들, 장애인, 소수자, 각 세대별 주체, 지역과 부문, 녹색 생태가 함께 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당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자기 정치색을 분명히 하며, 기존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노동중심성을 우선에 두는 정치세력화 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창당한 지 3년이 된 신생정당이며 선거를 치르면서 이름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대안정치 세력이 제도정치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걸 절감했다,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문제를 고민 중이며 기존 정치에 연대하고 연합하기보다 독자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우리 숙제"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동과 녹색이 노동중심성이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보다는 삶의 정치로 사람들 마음에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양천구에 민중의집을 만들 때 지역사업장 노동조합이 지역공간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줬고, 민주노총이 변화하는 모습에 긍정적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원들은 기존 진보정치와 같이 묶이는 것에 부정적이고, 민주노총도 기존 정당들과 정치개편을 논의하는 것이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으니 민주노총이 자기정치를 스스로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은 당의 공식결정을 설명하고, 진보정치의 현주소에 대한 개인적 주관적 의견을 전했다.
조 의장은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 당선자를 기준으로 본다면 명백한 패배지만, 당의 인지도가 오르고 입당자가 급상승하는 성과를 얻었다"면서 "민주노조운동이 구조적 위기를 맞고 노동정치 중심세력이 혼란을 빚고 있는 것이 노동정치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국사회 주체적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 현장 역량 강화와 정당운동 간 상호관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한국사회와 대중의 고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대응하며 성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 부의장은 "노동중심성을 구현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는데 제2의 정치세력화 운동이 절실한 상황에서 적극 기여하겠다"며 "통합진보당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있는데 민주노총에는 통합진보당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부의장은 "노농 전략명부제를 정착시키고 노동자 농민 간부들이 당 활동의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당내 민주주의, 소통고 통합의 리더십을 확립하고,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시켜 진보대통합 실현에 복무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는 "진보재편을 위해 진보혁신회의를 이야기할 때 노동당과 정의당이 통합진보당을 배제했고 진보재편 논의에 관심이 없어 안을 내라고 해도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진보정치 지형은 확장되고 현장과 대중이 원하니 같이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은 불가능하지만 그 모두를 압도하는 대중적이고 역동적인 노동자정치운동의 흐름이 있다면 가능하고 이는 민주노총에 달렸다"면서 "현장-지역-부문을 결합하는 조직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운동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각 진보정당을 나와 노동 중심의 지역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각 정당의 발제에 이어 토론에 참가한 정당인들과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등 청중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정치위원장)은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다름과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민주노총이 제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6·4선거와 7·30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이 토론회에 지금 얼마나 앉아 있는지, 이것이 바로 민주노총 현실임을 인식하고 정치위원회를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순 서울지하철노조 정치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정책위 부의장의 발제문 일부를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 직장위원회, 현장분회 등 당 조직을 세워내고 현장에서 일상적 정치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잘못된 혁신전략에는 어떤 식으로든 저항할 것이며, '노동자 농민 당원들을 일상적 당 활동의 주인으로 내세우지 못했다'는데 우리가 해볼테니 나서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발제자들이 마지막 발언을 통해 이후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운동과 진보재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는 "오늘 공격적인 과제를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에게 드린 것"이라면서 "현재 정치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중앙에 모여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을 고집한다면 2016년 총선도 또 그렇게 맞을 수밖에 없으니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노동자들이 책임있게 지역당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각 정당들에 대해서는 "밖에서 건드리고 들쑤셔서 당이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진보재편 관련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 부의장은 "우리 통합진보당은 이 토론회에 입장을 제출하는 것만도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향후 지속적으로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적극 밝히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총연맹과 지역본부, 지구협 어디서든 진보재편이나 지역활동 어떤 것이든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 의장은 "제가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 북구에서 4번 선거를 했고 민주노총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은만큼 진보운동에서 조직노동운동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데,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정말 냉랭했다"면서 "울산에서 노동자중심 지역정당을 만드는 움직임이 있다면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우리 당원의 절반이 여성이고, 제가 활동했던 서울녹색당 당원의 절반은 청년이었는데 이런 자리에 오면 늘 그랬듯이 지금도 여기 저 혼자만 여성"이라 면서 "우리 당원들 대부분이 노동자인데 자신의 노동조합에서는 자기정체성을 밝히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없다, 민주노총이 그런 면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 의장은 "노동당 내에서 진보재편에 대해 논쟁하며 당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찰리 채플린이 '삶을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고, '남이 잘리면 경제위기고 내가 잘리면 공황'이라는 말도 있듯이 자신이 체감하는 것에 따라 희극과 비극, 낙관과 비극이 공존한다"면서 "노동이란 말이 먹히지 않는 현실 속에서 어디서부터 바꿀 것인지 가치와 대안을 중심으로 연대하고 투쟁하면서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운동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오는 11월 25일 오후 3시 세 번째 '제2기 노동자정치세력화 길찾기 연속토론회'를 연다. 세 번째 토론회에서는 북한 문제를 포함해 진보정당의 이념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 1부 발제 전체 듣기☞ 2부 토론 전체 듣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