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 오전 9시, 경남 8개 학교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일선학교에 대해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벌일 계획을 천명한 가운데, 박종훈 교육감의 경상남도교육청이 이를 거부 선언했다.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경남도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90개 초·중·고교에 대해 무상급식과 관련해 감사를 벌인다. 경남도는 도청과 시·군청 공무원 20여 명으로 8개의 감사반을 편성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경남도가 오는 3~4일 사이 감사를 벌이는 학교는 진주 신진초교, 김해 수남초교, 밀양 미리벌초교, 거제 삼룡초교, 양산 신주중, 함안 칠원중, 창원 장복초교, 거창 아림초교 등 8개 학교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은 경남도의 감사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에 일선학교는 경남도 감사반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의 항의도 벌어진다. 78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교육미래연대는 이날 경남도 감사반의 모든 활동을 막기로 했다. 경남교육미래연대 소속 학부모들은 3일 오전부터 각 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일 예정이다.
경남교육미래연대 관계자는 "해당 학교 주변에 있는 학부모 항의단을 조직해서 아침부터 정문 앞에 서서 감사반을 막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감사반은 각 2~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무모들이 학교 정문에서 막을 경우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종훈 "경남도 감사 단호히 거부한다"박종훈 교육감은 경남도 감사에 대해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지난 10월 31일 교육장협의회와 학교급식관계자회의를 잇따라 열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육감은 창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교육장협의회 회의 때 "경남도의 특정감사에 나서는 공무원들을 최대한 정중하게 모셔야 하겠지만, 감사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며 "모든 것은 교육감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당초 하동에서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경남도의 무상급식 관련 특정감사라는 긴급 현안이 발생해 창원에서 개최하게 됐다"면서 "교육감 부임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교육감 입장에서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 원만하게 이 사태를 해결하고 질 높은 무상급식을 위해 급식비 지원을 더 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최근 경남도의 입장과 도지사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에 특정감사의 의도가 드러났다"며 "경남교육청이 감사를 받든 받지 않든 더 이상 무상급식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급식잔반 처리 비용이 증가했다며 급식의 질 등을 언급하는 것은 짐작하건대 급식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육감은 또 "연례적으로 경남도 농산물유통과가 지원한 식품비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액을 삭감한 후 지원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까지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식품비 사용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특정감사를 통보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특정감사에 대해 법률상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육감은 "도가 무상급식 지원금을 보조금이라고 하는데 보조금은 민간단체 등을 도와주는 것으로 지도점검이 필요하지만 도 단위의 대등한 기관에 보조금지원조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며 "이 지원금은 전입금 또는 전출금이다"고 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도의 특정감사는 행정 효율성이나 기관에 대한 예의, 정치적 도의에도 맞지 않다"며 "감사를 받을 수 없고, 도가 감사할 권리도 없으며 교육감 소속의 모든 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감사권한도 교육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교육감은 같은 날 경남도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학교급식 관계자 협의회에도 참석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18개 교육지원청 학교급식 업무담당자를 비롯해 창원, 진주, 김해, 밀양, 거제, 양산, 함안, 창녕, 거창지역 90개교 교장과 영양교사 등 230명이 자리에 참석했다.
박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도 "도가 사전협의 없이 교육감 소속의 학교에 감사를 한다면 교육감이 구경만 할 수 있겠느냐"면서 "교육자치를 살려내고 학교급식을 지켜내기 위해 교육감이 최선봉에 서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마지막으로 "경남도 감사반이 학교를 방문할 경우 감사 거부 사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당부했다.
홍준표 지사 "감사 없이 지원 없다"홍준표 지사는 지난 10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무상급식 정책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무상포플리즘으로 표를 사는 일이 있어도 안 되고 잘못된 무상정책을 무한정 확대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본래 무상급식은 교육청 사업으로 지자체는 예산을 지원하거나 보조금을 교부해야 할 법적·정치적 의무가 없다"며 "무상급식은 교육청 예산으로만 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른 글에서 "감사 없이 지원 없다"고 밝혀 감사를 받지 않으면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경남지역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전 교육감이 '분담'에 합의하면서 시작됐고,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 시·군청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경남도는 2013년 401억 4000만 원과 2014년 328억 8000만 원, 18개 시·군은 2013년 537억 5900만 원과 2014년 493억 1800만 원을 지원했다. 경남도는 일선학교에 대한 감사의 근거로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