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 조직개편과 관련, 힘없는 부서만 손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6년 만에 비능률 요소를 척결하는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을 했다는 충남도의 자랑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충남도(도지사 안희정)는 지난 3일 민선6기 '더 일 잘하는 조직'을 위해 관리기능을 축소하고 현장관리조직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통폐합으로 생긴 여유인력 95명은 통합정원으로 도정 현안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
충남도, 16년 만에 기구-인력 통폐합).
하지만 도 직원들은 이번 조직개편을 '갑을 관계'에 의한 조직개편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힘없는 조직, 힘없는 부서' 위주로 손댔다는 것이다.
실제 도본청의 경우 이번 조직개편으로 1개 과와 6개 팀이 줄어든 반면 직속기관은 1개 처와 4개 사업장, 1개 과가 줄었다. 특히 사업소의 경우 1개 사업소와 3개 과가 줄었다. 현장 부서인 직속기관과 사업장 위주로 칼질을 했다는 불만은 이 때문이다.
충남도가축위생연구소의 경우 축산시험장은 현재 5개과 5지소로 정원이 87명이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2개과에 8명이 줄었다. 도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하자 자주적 방역기능을 강화한다며 정밀분석과와 해외전염병진단과, 역학조사과를 신설했다. 이 같은 방역체계는 중앙부처는 물론 다른 자치단체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도는 2년 만에 이를 유사 중복기능으로 보고 조정한 것이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1998년 IMF 직전에는 82명(1과, 2부 8과)이 일하다 현재 66명(1과 1부 9과)으로 인원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을 채용해 대처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번 조직개편에서 1개과와 3명의 인력이 줄어들었다.
충남도 행정포털 내부 토론방에도 조직개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3일 내부 토론방에서 올린 글을 통해 "처음에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자치 행정과부터 솔선수범해 줄인다더니 (결국) 직속기관, 사업소만 주로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갑질하는 조직관리 지휘부부터 먼저 혁신한 다음에 새로운 조직개편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4일 현재 10여 건에 이른다.
조직개편에도 인력감축이나 기준인건비 감소와는 관계가 없다. 충남도 관계자는 "조직개편으로 95명의 여유인력이 생겼지만 정원을 실과 사업소에 그대로 두면서 현원을 관리해 기준(총액)인건비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여유인력은 새로운 정책수요 발생 시 투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은 했지만 당장 자리를 이동시키거나 명예퇴직과 같은 변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내부 토론방에는 "원칙과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뭔가 새롭게 하는 척이라도 하려는 전시행정"이라며 "조직개편의 기준이나 원칙도 없는 별 소득 없는 구태답습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도의회 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조직개편안은 도의회에 상정, 심의 의결과정을 거친 뒤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