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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가을이면 볕이 따뜻한 공원에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종종 열리곤 한다. 며칠 전 공원을 산책하다 만나게 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단체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우리 삶이 한 폭의 그림을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 바탕 위에 자신만의 무늬를 삶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려나가는…

논어 팔일(八佾)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자하가 여쭈었다. "고운 미소에 팬 보조개, 아름다운 눈동자에 또렷한 눈, 흰 바탕에 여러 가지 색깔을 그렸구나'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 이후의 일이다."
(자하가) 여쭈었다. "예는 (인의) 다음에 온다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일깨우는 자는 상(商)이로구나.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詩)를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구나"

공자님은 자하의 물음에 회사후소(繪事後素.)라고 답했다. 직역해 보면 '흰 바탕이 있고 나서야 그림을 그린다'는 말로 흔히 '어떤 일의 본질(本質)이 있고 나서야 꾸밈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무엇인가를 그리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림이 그려지게 될 바탕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삶이라는 그림을 멋지게 그려내고 싶다면 우선 그 바탕을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라는 그림이 그려지게 될 바탕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무작정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면서 언제나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라는 그림을 그려낼 바탕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바탕 위에 그림을 그려낼 수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른 사람보다 많은 지식을 갖는 것이나 좋은 대학의 졸업장, 화려한 스펙, 끈임 없는 자기계발과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것들은 바탕이라기 보다는 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지 진정한 바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것들에 앞서 가장 근본이 되어야 하는 바탕은 바로 인성(人性)이라는 바탕이 아닐까?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인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럼 인성(人性))이란 무엇인가? 인성(人性)은 특정 개인을 다른 사람과 구분 짓는 그 사람만의 심리, 행동양식을 말한다. 이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모든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성장의 과정이 그 사람의 인성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한번 만들어진 인성은 바꿀 수 없을까? 물론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성은 그 사람이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기에 살아가면서 본인이 행하는 모든 선택 속에서 충분히 교정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본인 스스로 마음의 거울을 지속적으로 봐야할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후천적으로 인성을 변화시키는 데 가장 좋은 도구는 무엇일까? 바로 독서가 그 답이 아닐까 한다. 독서는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 놓은 지식 체계를 가장 빠르고 게다가 저렴한 비용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내가 가진 바탕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인성을 내 스스로 정확히 인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 때 가장 나에게 어울리는 그림이 될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 소중한 시간을 책이 선물할 것이라고 믿는다.


#회사후소(繪事後素)#인성#독서#논어 팔일#가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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