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이 주요 도시의 대학병원의 천장재에 대거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석면은 그 위험성 때문에 2009년 이후 전면 사용이 금지되고 있지만 이들 병원들은 법 시행 이전에 석면자재를 사용했다는 점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은 부산을 비롯한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도시의 16개 대형병원 모두에서 석면자재가 사용되고 있으며 관리 또한 부실하다고 5일 밝혔다.
이들 병원에서 확인된 석면은 2~7% 수준으로 이는 석면 사용금지 기준 농도인 0.1%를 20~70배 초과한 것이다. 부산대병원과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근로복지공단 대전산재병원에서 7%의 백석면 농도가 확인됐다.
10개 병원은 환자들이 머무는 입원실 천장재에서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특히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과 조선대병원의 경우 석면의 위해 등급이 높음 단계로 평가됐다.
가장 상태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경우 천장재의 파손부위가 428곳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석면 위해등급이 낮다는 평가를 받은 대전 선병원(8곳) 보다 60배 가량 이나 높은 수치다. 비슷한 병상 규모를 갖춘 영남대의료원(14곳)이나 계명대 동신의료원(55곳)에 비해서도 파손 부위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도 대부분의 병원은 석면의 비산을 막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조사를 실시한 환경단체에서는 파손된 석면자체의 방치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파손된 부위 부터 비석면 자재로 교체해야"환경단체들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천장재의 경우 파손되지 않아도 바람, 진동 등의 영향으로 자연 비산되기 때문에 석면이 공기 중으로 날릴 수 있고, 파손될 경우 비산 가능성이 매우 커 건축물 이용자 대부분이 노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경단체들은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찾은 병원에서 석면자재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노후되거나 관리상태가 부실해 비산의 우려로 석면피해라는 이중의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를 실시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병원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석면을 제거하겠다는 관리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이용하는 병원에 오래된 석면 자재를 방치하는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소장은 "개선 방향의 가장 좋은 방법은 비석면 자재로 교체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파손된 부위 부터 비석면 자재로 교체하고 파손이 되지 않은 부위에 대해서는 페인트칠을 해서 임시로라도 안전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환경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들을 향해서는 석면 피해 근절 노력을 주문했다. 이들은 "(지자체가) 관리감독함으로써 더 이상 시민이 석면의 피해로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건물이 노후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면서 "향후 리모델링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석면은 UN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한국은 그 유해성을 인정해 2009년부터 모든 석면의 제조·수입·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사용된 석면 자재의 경우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노후화로 인한 석면 노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석면 피해는 10~40년의 잠복기를 거치며 중피종암, 석면폐암, 석면폐 등의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