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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이 연일 '무상급식'을 때린다. 새누리당 소속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교육청에 지원되던 무상급식 예산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시작이다.

이어서 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여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대립,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지자체와 교육청의 충돌 등 교육현장에서 불화와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많은 국민과 특히 학부모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것을 거론하며 무상급식 정책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정치인이 앞장서고 보수언론의 지원사격이 뒤따랐다. <조선일보>는 7일 1면기사로 '무상복지의 비명'이라는 제목과 함께 무상급식 정책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2013년 무상 보육이 전면 확대되면서 보육비 부담만 3조6000억 원이 들었는데 기초연금이 시행되면서 올해 7000억 원, 내년에 1조50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상당수 지자체가 복지 디폴트에 처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복지 정책 때문에 지자체 재정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같은 지면의 다음 기사 '보편적 복지 집착 벗어나야'라는 제목에서 그 의중을 드러냈다. 이제 무상급식 정책을 폐기하자는 것이다. '무상복지의 비명'이라는 기사의 첫 문장은 "여야가 선거 때마다 경쟁적으로 내놓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無償) 복지 정책이 예산 부족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국가예산이 파탄난 현재 무상급식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수진영의 주장이다.

예산 문제로 거론된 '무상급식' 비판론

2010년 지방선거의 쟁점이었던 무상급식이 4년 만에 '복지 디폴트'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급식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인해 국가 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보수진영이 거듭 쏟아내고 있다. 무상급식 정책은 4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지만 여당에서 경제적인 이유를 들면서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매년 3조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는 무상급식 정책이 중앙정부와 지방의 경제상황을 파탄냈다는 주장은 어딘가 억지스럽다. 그보다 더욱 많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가 실효성이 없어 비판받는 것을 보면 그렇다. 각각 22조 원과 그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 이 정책들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는 상황이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침묵과 방관의 자세로 무시할 뿐이다.

MB정권에서 추진된 두 정책이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주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일까. 수십 조원의 예산이 강가의 녹조로, 실체가 없는 자원사업으로 공중분해된 것은 여당의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그대신 애꿎은 아이들의 급식예산인 '무상급식'만 공격의 대상으로 삼을 따름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뻔뻔한 책임회피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자신들의 무능과 실패를 상대진영의 잘못으로 뒤집어씌우는 작태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민망할 정도이다.

예산의 관리부실을 근거로 무상급식 정책이 후퇴할 상황에 놓였다면,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무상으로 아이들 점심밥 먹일 때냐'는 식으로 오히려 유권자를 향해 보수정치인과 언론이 동시에 윽박지른다. 이쯤되면 주객전도라는 말이 떠오른다.

보수진영의 야권 프레임 무너뜨리기

애초에 '무상급식'으로 이름 붙인 것이 정책의 성격을 왜곡하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보육정책의 일환으로 전환하여 혜택을 돌려주는 차원인데, 이것을 '무상'이라 불러서 '공짜'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무임승차'에 큰 거부감을 지닌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폭넓은 유권자 층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무상급식 비판론자에게 손쉬운 공격의 도구가 되는 셈이다.

야권이 추진했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무상급식과는 달리, 세금을 투입하여 유지되는 치안이나 교육정책 전반에는 아무런 비판이 없는 것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드러난다. 필요에 따라 보수정당이 '보편적 복지' 자체의 거부감을 '복지 철폐' 주장에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실상 국가의 테두리에서 안전한 삶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많은 것들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임은 자주 거론되지 않는다.

'무상급식' 논쟁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서울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시행했고, 결과는 투표율 저조로 자신이 공약했던 대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로 무상급식은 야권이 프레임을 선점하여 승리한 사례가 되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인지, 보수진영이 3년이 지난 현재 다시 싸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미 패배했던 전례를 반복하기 싫은 듯 보수진영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복지관점의 대결로 나가려는 양상이다. 예산 압박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가 정책적으로 더욱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방식이다. 이는 꽤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앞서 거론한 것처럼 4대강사업 등으로 낭비된 예산에 관한 내용은 거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 급식 빌미로 한 복지 논쟁, 비겁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 지난 5일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포퓰리즘'이라 발언하는 글을 올렸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 지난 5일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포퓰리즘'이라 발언하는 글을 올렸다. ⓒ 홍준표 지사 페이스북 인용

결국 비겁한 것은 유권자를 향한 새누리당의 태도 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 다르게 들이대는 잣대이기도 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발언에서 '미래세대'를 거론했다. 공무원연금을 개정안에 대해서 "지금의 고통분담이 미래세대를 위한 황금저축이라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되돌려서 "현재의 무상급식이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한 밥상이라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고통분담이란 이럴 때에 더욱 필요한 말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는 '무상교육 공약'을 이행하고자 누리과정(만 3~5살 공통교육과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 계획에서는 아무런 재정 조달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교육부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102억원과 1조 2197억원 등의 국고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는 '0원'을 반영했다고 한다. 무상보육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국가에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복지정책에 대한 논쟁에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29일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라는 단어를 59번이나 언급했지만 '복지'는 관심 밖에 머무르는 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만만한 무상급식이 여당과 보수언론의 공격대상이자 '예산 압박'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꼴이다. 여권에서 '세월호 참사를 이제 그만 잊고 살리자던 경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아이들의 급식을 빌미로 한 복지 논쟁으로 보수진영은 의제를 선점하고자 한다. 세수가 부족한 마당에 '복지 과잉'이 왠 말이냐고 몰아붙이는 셈이다. 논란으로 화제가 된 홍준표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나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 늘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고 적었다. 수돗물을 마시며 굶주림을 채우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무상급식의 필요성이 아닌 예산지원 철회를 역설하는 일에 소비하는 모습이 씁쓸할 따름이다. 이러자고 보수진영에서 그토록 자랑하던 '산업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상급식#새누리당#무상보육#홍준표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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