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16대 중앙종회 개원은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52년 전 문을 열어 200회째를 맞는 조계종 중앙종회이다. 16대 전반기 의장 선출에 앞서 임시의장을 선출한 중앙종회는 불교광장의 다수의 힘이 압도했다.
중앙종회는 11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개원식을 갖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200회 정기회를 개회했다. 정기회에는 80명의 종회의원 중 79명이 참석했다.
중앙종회법에 의해 임시의장에 선출된 최다선(7선)의 영담 스님은 중앙종회의장 선출에 앞서 신상발언을 했다.
단상에 오른 영담 스님은 "순서에 따라 의장선출을 해야 하는데 먼저 신상발언을 하겠다. 듣기 거북한 말씀이 있다 하더라도 들어 달라"며 준비해 온 원고를 읽었다.
영담 스님은 "소납은 33대 자승 스님을 33대 총무원장으로 추대하고 3년간 총무부장으로 재임하며 우리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사람이다"라며 "총무원 집행부를 비롯한 범계 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총무원 집행부의 범계행위와 허울뿐인 자성과쇄신결사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16명의 상습 고액도박 폭로을 언급하고, 적광 스님 폭행과 한국문화연수원 밤샘 술판 등 사건을 열거했다. 법인법의 형평성을 상실한 적용으로 분종사태를 초래했다며 자성과쇄신결사를 전면에 내세운 우리 종단의 민낯이라고 부끄러워했다.
영담 스님의 발언은 이 대목에서 잘렸다. 여당 불교광장 소속 종회의원 스님들은 신상발언을 저지했다.
정념 스님(신흥사)은 "임시의장은 종회의장만 선출하면 된다. 왜 종회를 모독하느냐"며 제지했고 만당 스님은 "주어진 소임만 하시라. 창피하지 않느냐"며 발언 중단을 요구했다. 함결 스님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을 중단하고 신상발언을 재석 후 하라"고 했고, 주경 스님 역시 "발언이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제지했다.
불교광장 소속 종회의원들은 임시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불교광장 의원들은 "임시의장이 의사일정에 맞지 않게 진행한다. 임시의장을 바꾸는 것에 동의한다"며 제청과 삼청을 쏟아냈다.
이에 영담 스님은 "임시의장은 종법으로 정한 것이다. 임시의장이 신상발언을 하는데 새로 선출하자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만당 스님은 "7선 다선의원이면 선배답게 후배스님들에게 모범을 보이라"고 소리쳤고, 함결 스님은 "임시의장의 발언은 종회를 모독하는 것이다"고 했다. 불교광장과 삼화도량 스님들의 고성과 막말이 오가자 초격 스님은 "종회 개원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정회하자"고 요구했다.
정인 스님은 "중앙종회를 이렇게 문란케하면 되겠나. 종회를 개판으로 만들자는 건가. 막가자는 것 아니냐 종회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범해 스님은 "임시의장으로 올라가셨다. 신상발언이 우리가 듣기에도 거북한 면도 있고, 많은 의원 스님들이 임시의장으로서 신상발언은 동의를 얻어 다음에 하고, 원구성을 속히 해달라"고 했다.
영담 스님은 "원 구성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 의장을 선출하기 전에 임시의장으로 발언하는 것이다"며 "임시의장으로 신상발언을 하는 데 말을 잘라버리고 하면 되느냐"고 했다.
주경 스님은 "양해의 수준을 넘어섰다. 종회의원 다수가 원하면 받아드려야 한다"고 했고, 만당 스님은 "임시 의장이 의제에서 벗어나서 진행하고 있다. 임시의장이 중앙종회법 5가지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화도량 장명 스님은 "임시의장이 신상발언을 하는 데 마지막 발언 정도 남은 것 같다. 들어보고 의사일정을 진행하자"고 했다.
하지만 만당 스님은 "맞지 않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맞섰고, 정념 스님은 "7선의원이고 누구보다 종회를 원활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불교사에서 임시의장이 나와 불교를 모독하고 폄하하는 것은 처음이다. 개탄스럽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사전에 거북해도 들어달라고 했다. 마치 죄인같이 무슨 말로 마무리하려는지 모르지 않느냐"고 했다.
정념 스님은 "임시의장이 전체를 폄하하는 경우는 없다. 왜 전체를 그런 양 모독하느냐"며 "허물이 많은 것은 중 노릇 오래한 스님이나 저나 마찬가지 아니냐, 참회하려면 부처님 앞에 가서 해야지"라고 했다.
막말과 고성은 심해졌다. 성무 스님은 "종회에 처음 와봤는데 실망스럽다. 깽판 수준이다. 깽판치면 때려주는 법은 없느냐"고 했다.
각림 스님은 "임시의장의 뜻은 전달된 것 같다. 제가 모시고 갈테니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 모시러 나가겠다"며 단상앞까지 나오기도 했다.
영담 스님은 "문제점도 지적하고 우리가 그것을 귀감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하는 종회에서 다짐을 하자는 내용도 있다"며 "임시의장으로서 여러 가지 발언을 들었다. 임시의장으로서 목탁을 칠 수는 없다고 사료되어 의사봉을 놓겠다. 최다선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참회정진에 돌입하겠다. 일부 비불교적 언사가 있었다면 이해해 달라"며 의사봉을 놓고 단상을 내려갔다.
결국 16대 중앙종회 의장 선출 건은 영담 스님에 이어 6선 의원인 지홍 스님이 임시의장을 맡아 의결했다. 영담 스님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로 자리를 옮겨 쉼없이 참회의 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