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학생이 무심코 스쳐 지나갔을 지난 5일은 '교과서의 날'이었다. 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에 있는 내용을 담은 책으로, 각 학교 교과 담당 선생님들이 모여 신중하게 심의하고 선정하는 것이므로 공신력이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교과서 타령이냐고?
우리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교과서를 이용해 수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 일반고의 학생들에게 전 과목을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학생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과목 또는 선생님별로 달라지는 부교재로 내신공부를 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교과서는 이미 학교수업에서 밀려난 지 오래란 얘기다.
고1, 2학년 학생들은 매 학년 시간이 감에 따라 주요과목부터 시작해 교과서가 시험 범위의 비중에서 줄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3이 되면 어떻겠는가? 수능을 앞둔 고3에게 교과서를 보게 하는 것은 사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교과서가 주된 수업교재에서 밀려나고 고3의 경우엔 아예 거들떠보지 않고 버려지는 현실은 결국 대학입시 때문이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수업을 하는 이유가 '대학 진학'이 가장 큰 목표이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한민국 학생들이라면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게 되어버린 대학은 누구에게나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서울대를 갈 수는 없고, 변별력을 높이고 줄을 세워야 하니 대학 수능은 그에 맞춰 진화해 왔다. 조금이라도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 사교육이 들끓자, 그에 대한 방안으로 EBS 수능연계 70%라는 것이 생겼다. 당연히 학교에선 고3에게 그들에 맞는 수능연계교재를 보게 하느라 교과서는 뒷전으로 미뤘다.
교과서만 봐서 수능을 대비한다는 것은 엄청난 천재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현실을 무시한 채 학교에서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20여 권이 넘는 연계교재를 일 년 안에 풀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산 교과서는 한 번 쓰지도 못하고 바로 버려지는 그저 애물단지에 불과한 폐지로 전락했다.
교과서(약 10만 원)와 수능연계교재(약 20만 원)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서 학생들과 학부모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대학입시 때문에 학교 수업교재는 교과서뿐 아니라 더 많은 교재를 살 수밖에 없고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교과서는 쓰지도 않고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와 교재의 구매에 드는 비용부담은 2~3배 증가하고 폐지로 버려지고 몇 번 보지도 않는 교과서는 국가적으로 봐도 얼마나 큰 반복적인 낭비인가?
수업시간에 보지도 않을 교과서를 사야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당연하다고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학부모들은 이런 버려지는 교과서에 꼬박꼬박 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교과서가 무용지물이면 없애 버리든지 아니면 진짜 교과서 중심의 교육을 만들어 가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교과서인지 그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
교과서를 일컫는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한 학교 교육의 주된 교재로서 가르치는 데 사용되는 학생용 또는 교사용 도서'. 학교 교육의 주된 교재가 실제로는 교육의 방해물이 되어 버린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현실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윤소정 기자는 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