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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자동차 신고식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 알 수가 없다.
아내의 자동차 신고식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 알 수가 없다. ⓒ 픽사베이

지난 8일, 여느 때처럼 퇴근하며 아파트 우편함을 열어보았다.

정기 구독하는 주간지가 비닐봉투에 담겨져 있었고, 엊그제 가입한 자동차보험가입증명서,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B5 세 번 접어 인쇄된 편지봉투 크기의 '그것'이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과태료 사전통지서'라고 적혀있다. 순간 아내가 머리에 떠올랐다. 바로 엊그제 토요일에 아내가 진월동으로 일보러 갔다가 '주차위반 통지서'를 받아온 지 불과 이틀뿐이 안 됐는데….

최근에 아내가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직장까지는 차로 30여 분 거리였다. 처음에는 동료직원과 카풀을 하다가, K 자동차에서 성능이 향상 됐다는 우유빛깔 경차를 36개월 저리할부로 구입했다. 벌써 새 차를 뽑은 지 두어 달이 되가는 중이었다. 구입 후 선팅한 차뒷유리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천원에 구입한 '초보운전' 차량사인을 정성들여 붙여주었다. 그런데, 요즘 안 보이기에 아내에게 물어보니, 어디선가 떨어져 사라졌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아내의 화려한 자동차 신고식... 대체 언제 끝날까

그러더니, 보름 전 주말에는 친정에 갔다가 앞 범퍼에 스크래치 났다고 사진 찍어 보내고 난리 한 번 쳤다. 신고식이 시작된 것이다. 이어서 사이드 안 풀고 출발하기, 밤에 미등 켜고 운전하기, 일방통행로 역주행하기, 비 오는 날 뒷창문 안내려 시트 적시기, 회식한다고 전날 주차해놓은 자리 못 찾기, 깜빡이 안 켜고 끼어들기, 후면 주차하는데 10번 이상 전후진하기, 주유소 가서 주유구 찾기, 하이힐신고 운전하기, 운전석 시트 조정할 줄 몰라 반쯤 누워서 운전하기, 상향등 켜고 운전하기 등… 막장운전의 하이라이트는 불빛 없는 야간운전이었다. 야간 군사이동작전이라도 했나보다.

그래서 한마디 해줬다.

"밤낮으로 역사를 만드시느라 바쁘시네."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아내는 두려움이 있나 싶을 정도로 운전에 자신 있어 하였다. "항상, 차는 위험한 무기야, 조심하지!" 라고 충고는 여러 번 해주는데, 흘려듣는 것 같았다. 어디서 오는 배짱인지 모르겠다. 자기가 운동신경이 남다르다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사건·사고의 상당부분이 자동차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직은 체감을 못하는 것 같았다. 조만간 제대로 당해봐야 실감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그것도 동시에 2건이나…. 나는 10여 년이 넘게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보았다. 그래서 과속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다만 한달 전에 아내의 할머니가 연세가 93세이신데, 머리를 다치셔서 병문안차 간적이 있었다. 그때, 병원주차장이 만차여서 근처 골목길에 주차했다가 주차위반 과태료를 문 적은 있었다. 1년 여 만이었다. 요즘은 벌점이 차량보험료와 연동이 되니 더욱 신경 써서 운전해야한다.

과태료 사건으로 아내는 더 이상 운전 못하겠다며, 내 눈치를 살피며 의기소침해 있었다.

이달은 아들 녀석 태권도장에서 동계복 세트 구입하는데 현금 10만 3000원을 지불해야하고, 자동차보험료도 결재해야 한다. 게다가, 나주 빛가람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카드결재로 커튼을 주문한 상태였다. 이래저래 지출할 곳은 많은데, 한가하게 우리지역 경찰교통과에 실적 올려주고나 있으니, 아내도 미안한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설상가상, 누가 좋지 않은 일은 함께 온다 했는가! 지난 12일 저녁에 집에 들어서는 데 현관 문틈에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끼어 있었다. 등기물인데 나주경찰서에서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쪽 볼펜으로 써 있는 아라비아 숫자 '2통'. 그리고 내 이름이 필기체로 적혀있었다. 차가 내 명의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아내가 2건을 더 한 것 같다. 아이구야… 합해서 4건이나….

전화를 받지 않는 아내... 나는 착한 남편이라 참는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미안한 얼굴을 하며, 얼른 직장에 가야한다며 이내 나가버렸다. 혹시 내가 과속했을 수 있으니, "우선, 확인하고 연락할게", 내심 걱정되지만 아내에게 위안의 말은 해주었다. 나는, 아내를 이해해주는 착하고, 자상한 남편이니까….

아들 녀석을 어린이집 차량에 태워 보내고 우체국으로 차를 몰고 갔다. 수능 보는 수험생의 떨린 마음으로 2층 집배실로 올라가서 등기 가지러 왔노라 했다. 아침부터 집배원들이 분주하게 배송준비를 하고 있었다. 담당집배원이 2통을 가져와 건네주었다.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였다. 무거운 마음으로 주차장에 있는 차로 돌아와, 조심스레 위쪽 상단의 붙어있는 부분을 떼어내고 차량 사진을 확인했다.

그녀의 차였다. 60도 각도에서 흑백으로 또렷이 찍혀 있었다. 위반내용에는 하루를 사이로 동일한 장소였고, 제한속도 80에 초과18, 초과19로 적혀있었다. 과태료 4만 원이다. 그리고 그 아래 사전납부하면 3만2000원이라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니 엊그제 "그 구역에 과속카메라가 있었어?" 라고 반문했던 천진난만한 아내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이구야….

그 후로 두 세 차례 정도는 그 구역을 지났을 텐데…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흥분된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안 받는다. 두 번째도 안 받는다. 평소 이 시간에 전화하면 받더니, 오늘은 안 받는다. 수신번호가 남았을 텐데 반응이 없다. 10분이 지나도 전화가 없다. 통지서에 있는 위반내용을 두 번 사진 찍어 보냈다. 두 시간이 지났다.

아직 나의 사랑스런(?) 아내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초보운전#아내#과태료#과속#빛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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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감과 강인함을 좋아하며, 인간 '종'이 세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를 실현하고자 하며, 지구어머니의 한 생명체으로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구온난화 및 핵탈피에 관심있는, 깨어있는 시민이되고자 합니다~(나주혁신도시 16개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 사회적기여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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