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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유라시아 역내 지역이 미래에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본 요건 중 하나가 바로 '상호교류'이다. 한반도가 미래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닫힌 영토, 폐쇄적 영토'에서 '열린 영토' 개념으로 한반도 공간 발전을 추진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 사업은 한반도의 경제통합과 통일로 가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합(integration)' 및 '공동체(community)' 형성을 위한 요건은 집단간, 개인간의 상호교류, 주요(핵심적) 가치의 일치, 공유된 기능적 이해관계, 강력한 경제적 유대, 핵심지역의 통합능력,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개방 등으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Jacob and Teune 1964, Deutsch 1957).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평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개발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 남북철도연결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남북경제공동체의 추동력이며 선도 사업이다.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개성공단·금강산과 같은 특구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호 필수불가결한 주요기반시설이다.

남과 북은 2000년과 2002년 각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합의하였다. 이후 비교적 정치적 이슈에서 자유로운 도로가 선(先) 개통되었고, 이로 인해 2003년부터 개성공업지구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아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북한 근로자 6만 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4년부터 금강산 관광도 크루즈관광에서 육로관광으로 전환되었고, 한해 30만 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에 다녀올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다시 말하면, 남북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남북접경지역의 특구개발 활성화를 견인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듯 남북철도 및 대륙철도 연결사업은 남북경제공동체를 위한 지속 가능한 경협 체계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 회생 지원과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 완화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동북아 교통·물류 동향분석 통한 남북 및 동북아 통합철도망의 전망

야간 열차 슬류댠카 기차역을 떠나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야간 열차슬류댠카 기차역을 떠나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 정대희

최근 동북아지역은 세계3대 교역권(EU, NAFTA, 동북아) 중의 하나로 세계물동량 중 동북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아시아지역 역내 국가 간 물동량 증가율은 EU와 NAFTA를 추월하고 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보고서에 따르면 약 10년간 전 세계의 고부가가치 컨테이너 물동량이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의 물동량은 매년 1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연계하여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물동량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컨테이너 수송량은 1999년 7만TEU에서 2007년에는 62만TEU로 9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한국은 2011년부터 교역 1조 달러시대에 돌입했으며,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역내 국가들과의 수출입 교역액이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북방경제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가추세에 따라 한국과 동북아 역내지역과의 교역 물동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동북아 및 극동·시베리아 지역과 연계된 물동량의 경우, 환황해권 화물뿐만 아니라 환동해권의 화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해운을 이용하고 있지만, 특히 고부가가치의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남북철도로 운송하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매우 높다.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할 경우, 해운은 4주 이상 소요되지만 철도 운송은 2주면 가능하다. 운송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는 TSR 물류 운송시간을 2주에서 1주로 단축하는 'TSR 7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럴 경우 해운보다 4배 이상 빠른 화물운송이 가능하며, TKR-TSR 철도망의 부가가치가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밖에 중국은 동북3성의 성도인 '하얼빈-장춘-심양간 고속철도'를 2012년에 개통하였다. 중국 전체가 이미 고속철도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이면 심양-단동과 장춘-훈춘 간 고속철도도 완공될 계획이다. 북한만 고속철도로 연결하면, 동북아가 일일 생활권에 놓이게 된다. 이렇듯 동북아 역내 국가 간의 철도·물류협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남북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 등과 물리적으로 연결된다는 단순논리를 뛰어 넘어, 동북아를 통합하는 국제 승객철도망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국제 화물철도망으로 발전해 나가야 된다.

과거 제국주의의 산물이며, 식민지경영의 상징이었던 철도가 유럽의 경제·사회·문화를 통합하여 EU결성을 앞당긴 것처럼, 동북아 철도사업은 동북아 역내 지역을 통합하고 이 지역의 경제·사회·문화 공동체를 선도하는 동북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남북 경제통합과 한반도 장기비전에도 부합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남북을 포함한 동북아 역내국가 간 인프라를 공유하고, 투자와 이익을 공유하려는 초국경 협력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남·북·러 3각 협력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최근 북·러 철도협력의 가속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나진항 제3호 부두에서 하산까지 철도(54km)를 개보수하고, 항만 화물터미널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나진항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계하는 글로벌 물류사업을 추진 중이다. TKR–TSR사업의 시범사업인 것이다. 특히 '나진'은 동북아국가의 전략적 요충지로써 남·북·러 뿐만 아니라 중·일간의 인프라·물류 협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북·러 간의 협력을 통해 ① 경쟁력 있는 운임구조 ② 빠른 수송시간 ③ 신속하고 투명한 통관절차 ④ 풍부한 항만 인프라를 구비해야 한다. 특히 남·북·러는 나진 항만이용료 및 화차 렌탈비용 절감, 할인운임제 적용, 빠른 수송시간과 통관절차 간소화로 경쟁력 높은 물류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달 중 계획하고 있는 TSR-나진-포항 간 석탄 시범운송은 이러한 내용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남북 및 대륙철도의 시범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동북아 역내 국가 모두에게 실익이 되는 사업이다. 북한은 노후 된 북한철도 일부를 복원하여 나선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북·러 협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향후 북미관계 개선에 따른 다자간 경협 사업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러시아는 포화상태의 극동항을 해결하고, TSR경쟁력 제고를 통한 유라시아 물류망을 활성화할 수 있다. 북·러 관계를 개선하고, 동북아지역에서 철도·에너지 대국으로써의 정치·경제적 영항력을 확대할 수 있다.

한국은 한·러간 경제협력에 새로운 추동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3자 또는 다자사업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남북경협을 추진할 수 있다. 이밖에 중국은 창지투 개발계획을 완성하기 위한 동해 출로를 확보하고, 일본은 대륙진출의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셈이다. 또한 본 사업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향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철도현대화와 TKR–TSR사업 투자에 매우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것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이외에도 최근 북·러간 철도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최대 법적 걸림돌인 북·러간 채무관계가 해결됨으로써 북한철도 투자에 대한 양국간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북·러는 총 3500㎞ 길이의 북한철도를 현대화하는 '포베다(승리)' 프로젝트를 발표하였고, 투자비 250억 달러는 희토류 등 북한의 광물자원으로 상계하는 방식으로 특별관리회사를 설립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시범사업으로 평덕선의 일부 인 재동역∼강동역∼남포역 구간 철도 개건 착공식이 지난달 21일 동평양역에서 있었다.

남북 및 대륙철도의 비전과 향후 과제

'남북 및 대륙철도'의 비전은 '한반도 경제통합'과 '유라시아 교통·물류의 가교국가'이다. 남북 및 대륙철도'는 기존의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고 새로운 유라시아 협력시대를 여는 개혁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중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남북 및 대륙철도의 개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단기 추진과제로 '조속한 남북간 철도 연결 및 운행'과 '남북철도공동운영위원회', '남북철도 합영회사'의 구성 및 정례화가 필요하다. 남북철도정기운행의 세부사항 협의, 남북철도실태공유, 북한철도현대화 및 남북철도 산업기술협력을 단계별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북아 철도망 구축을 위하여 GTI, UNESCAP, OSJD 등 국제기구와의 동북아운송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 추진과제는 동북아 기반시설 네트워크 구축 및 지속적인 한반도 기반 시설의 내부 역량 강화가 필요한 단계다. 동북아의 철도 운송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동북아철도운송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북한철도현대화를 통해 동북아 역내지역과 고속철도로 연결할 수 있다. 교통, 에너지, 운하, 정보통신, 기타 기초 인프라가 남북 간에 집적되어 단일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것이 다시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를 초고속으로 이어주는 사업이 '동북아고속철도' 사업이다.

남북철도는 '남북경제공동체', '동북아일일생활권', '동북아·유라시아 시대'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철길은 바로 그 미래로 가는 길이다. 우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 나희승 박사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면서 UNDP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륙철도#남북철도#남북경제공동체#북방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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