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진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유엔에서 잘 활동하고 있는 분을 들었다놨다하면 그게 무슨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라며 "그렇게 모시고 싶으면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고 대통령 선거 즈음에 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가 꼭 대통령 후보로 적격자라는 건 아니다. 지난 세월을 보면 한 분도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라며 "반 총장은 대한민국 외교사 60년의 쾌거로, 임기를 마치고 민심과 국민 의지에 따라 불림을 받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차기 당대표 선거와 당내 계파주의 문제를 비롯해 개헌논의 등 폭넓은 주제와 관련해 이야기 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개혁과 누리과정 예산책정 등 각종 정책과 정부운영에 비판의 날을 세웠고, 최근 논쟁거리가 된 '신혼부부 집 한 채'(임대아파트 보급정책) 등 당의 주요 정책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계파 이기주의와 공천 독점"문 위원장은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내 계파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계파 자체가 걱정 사항이거나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다양성이 민주정당의 생명이고 다양성은 의견이 다르게 표출될 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계파 패권주의와 이기주의, 공천 독점"이라며 "계파 패권주의나 이기주의는 있을 수 없다. 이는 민주 정당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최근 정대철 상임고문이 신당 창당을 거론하고 조경태 전 최고위원 역시 신당이나 분당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그(언급을 한) 분들이 탈당한 사람 하나 없다. 탈당하지 않고 당내 비판은 할 수 있다"라며 "창조적 파괴에서 파괴보다 창조에 방점을 둔다. 창조력으로 구당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문 위원장은 당내 일부의 당권·대권 분리 주장에 "문재인 의원이 대통령 후보니까 당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라며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당원이면 누구든 전당 대회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권 가진 사람이 대표나 최고위원에 나오려고 하면 현 당 대표나 최고위원을 그만두라고 할 수 있다. 그건 당헌에 정해져 있다"라며 "하지만 누구를 특정해서 나와라 마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
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등을 시대정신으로 강조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 이 세 가지가 바로 시대정신"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 시대정신을 '누가 더 잘 실현할 수 있을까'의 싸움에서 박 대통령이 더 잘해낼 것으로 믿고 선출됐지만 당선된 지 만 2년째인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인 '초이노믹스'를 거론하며 "국민이 선택한 복지를 지방정부로 떠넘기며, 아이들 밥그릇마저 위협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한 논쟁에는 "규정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급식과 보육에 대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면 재벌 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 정권 7년간 재벌 감세액만 100조 원이 넘고,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로 날린 돈도 100조 원"이라면 "복지는 소비가 아닌 투자다. 지금이라도 국민이 원하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사회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남북평화 등을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도 질타했다. 그는 "지금 남북관계는 사상 최악"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드레스덴 구상, 통일대박 등 구호는 요란한데 정작 남북관계에 북한이 빠져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교를 잘하려고 아무리 바쁘게 뛰어다녀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박 대통령의 잦은 해외순방을 지적하기도 했다.
"연금개혁 군사작전 하듯 해서는 안 된다"
문 위원장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국회 처리와 관련해 "뜸을 들이지 않으면 설밥이 돼, 이를 먹고 체한다"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 처리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100% 동의한다고 얘기했다. 몇 년 뒤면 기금이 전부 고갈되니까 해결해야 한다"라며 "이해당사자들이 전부 참여해서 합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당사자 의견 취합해서 마지막까지 양해안 만드는 게 최선이다. 그게 없으면 사회적 충돌로 가서 걷잡을 수 없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로 합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군사작전하듯 무조건 해야 한다는 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또 국회의 개헌논의와 관련, "한국 정치의 병폐는 제왕적 대통령에 있다고 본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라며 "정·부통령제와 대통령 중임제도 개헌에 포함된다.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대위 체제로 있는 동안 개헌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최근 헌재 판결로 시작된 선거구 재획정 논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 제3의 선거구획정위를 만들고 선관위가 관리하는 것이 최적안"이라며 "현행 300명인 의원수를 늘리지 않고 비례대표 수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지역대표성 문제를 반영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당의 임대주택 지원 정책인 '신혼부부 집 한 채' 와 관련해 "당이 무상이라고 한 적이 없으며 서민 주거 안정과 저출산에 훌륭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혼부부에 집 한 채'라는 문구를 쓴 것은 인기를 끌기 위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라며 "(공짜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