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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자동차 제조 기업인 지엠(GM)의 단순하청기지로 전락한다는 혹평을 받는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축소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생산물량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군산공장이다.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지엠은 생산 공장 4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까지 거느린 지엠의 종합 사업장(7개) 중 하나다.

지엠은 지난해 세계 150여 개국에서 차량(CKD(반 조립품) 포함) 180만대 정도를 판매했다. 한국지엠에선 15만 1040대를 생산했다. 지엠은 한국지엠에 매해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지만, 한국지엠의 주력 차종은 대부분 국외에서 개발된 것들이다.

한국지엠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내수시장에서 12만 3928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만 9087대 대비 4.1%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역대 최고의 내수실적이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이하 노조)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설립한 한국지엠을 수년 동안 단순하청기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지엠 주력 차종인 크루즈. 2014년 G2 크루즈<시사인천 자료사진>
한국지엠 주력 차종인 크루즈. 2014년 G2 크루즈<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군산공장 1교대제로 전환 추진... 노조 "노동자에게만 희생 강요"

한국지엠은 준·중형차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의 생산물량을 줄여왔다. 이에 따라 2교대 근무제에서 1교대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감소뿐 아니라, 비정규직 해고와 맞물려 있는 문제다.

회사는 지난 6일 경영설명회를 열고 소문으로 돌았던 군산공장 1교대제 전환을 노조에 통보했다. "2017년으로 예정된 신차 크루즈(D2LC) 양산에 따른 시설과 준비 투자비를 지엠에서 최종 승인받기까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엔 김선홍 군산공장 전무가 '크루즈 후속 차종 승인을 위해선 군산공장의 1교대제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노조 쪽에 밝혔다. 회사는 군산공장을 1교대제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연간 적자 400억 원이 발생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와 조합원들은 "일방적인 1교대제 변경은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한 것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2017년 차세대 크루즈 군산공장 생산'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말 바꾸기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엠은 글로벌 생산체계와 판매망을 가진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대우차의 강점인 중소형 차량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후발주자인 상하이지엠(지엠과 중국 자본의 합작)이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로 성장하는 등, 지엠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지엠은 2010년 중국에서 230만 대를 팔았는데, 이는 미국에서의 판매량을 앞지른 수치다.

이 성공의 견인차는 '뷰익엑셀'이다. 2000년대 상하이지엠 매출의 70%를 차지한 이 '뷰익엑셀'의 전신은 대우자동차가 개발한 '누비라'다. 지엠은 대우차를 인수한 뒤 '누비라'의 명칭을 '라세티'로 변경했고, 한국지엠 출범 후엔 '크루즈'로 바꿨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년도별 생산 물량.<시사인천>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년도별 생산 물량.<시사인천> ⓒ 한만송

군산공장 생산물량, 대우차 시절의 절반수준

<시사인천>이 입수한 군산공장 연도별 생산 대수와 운영 방법(그래프 참고)을 보면,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생산물량은 대우차 시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997년 18만 3972대였던 생산물량은 IMF 구제금융 이후인 1998년과 1999년 각각 10만대와 14만대로 감소했다. 2000년에 다시 20만 4121대로 늘었으나, 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한 뒤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우차는 2000년 11월 3일 최종 부도 처리됐고, 2001년에 과거 사업 파트너인 지엠에 매각됐다. 지엠은 대우차의 승용차 부분만 인수해 2002년 10월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지엠대우)'를 출범시켰다.

지엠대우 출범 이후 군산공장의 생산물량은 2002년 7만 3709대, 2003년 11만 3405대, 2004년 17만 8350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5년 이후엔 20만대 이상을 꾸준히 생산했다. 하지만 지엠이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차량의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의 생산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10만대 이상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물량이 증가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노조는 계속적으로 수출시장 개척과 내수판매 활성화 방안을 함께 찾자고 회사에 제안했다. 하지만 회사는 수년째 노조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결정만을 통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산공장의 생산물량은 내수에 조금만 신경 써도 해결할 수 있다. 회사는 마케팅전략을 전면 수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부평공장도 생산물량 축소에 따른 고용불안이 예상된다. 지엠은 '차세대 말리부(E2SC)'를 부평1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평2공장의 생산물량 감소에 따라 1·2공장을 통합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지엠이 한국의 생산물량을 계속적으로 줄여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누비라#한국지엠 군산공장#크루즈#라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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