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향으로 충남 태안을 알린다.
추운 날씨에도 주황의 탐스런 빛깔을 뽐내고 있는 황금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충남 태안군 태안읍 속말2길(상옥2리) 임대근(58)씨가 운영하는 황금향 농원.
태안군에서 유일하게 황금향을 재배하고 있는 임씨는 요즘 제철을 맞아 당도 좋고 빛깔도 실한 황금향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과 함께 만감류에 속하는 황금향은 맛과 당도면에서도 만감류 중 으뜸이란다. 껍질이 얇고 신맛이 덜해 일반 감귤이나 오렌지를 꺼려하던 이들에게도 안성맞춤 과일이라는 게 황금향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런 황금향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가 수확기로 임씨는 하우스 직거래를 통해 내년 2월 설 명절까지 황금향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평균 무게 250g의 황금향은 껍질째 씹어 먹어도 좋은 과일로 일반적인 성목 한 그루당 200에서 많게는 300개의 황금향이 열린단다. 현재 임씨의 3306m²(1000평) 하우스 안에는 총 300그루의 황금향이 심어져 있어 약 9만 개의 황금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임씨의 황금향 농장이 주목받는 데는 임씨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정신과 늘 배우고 익히려는 마음가짐에 있다. 사실 임씨는 고향인 경북 의성을 떠나와 이곳 태안에서 부인 한기숙(55)씨와 함께 25년간 장미농장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20년 전 꽃값이나 현재 꽃값이 같아 시세와 맞지 않자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할 수 없이 새 소득원을 찾던 중 거제도의 한 농장에서 황금향을 만나게 된다.
2003년 일본에서 개발된 황금향은 2005년 베리마돈나로 등록돼 2004년 제주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 현재도 황금향의 주생산지가 제주도일 만큼 황금향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해서 현재도 중부내륙권 내 황금향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임씨의 이 농장이 유일하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는 여지는 열려있다고 봅니다. 제가 25년간 쌓은 장미노하우만 고집했다면 황금향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는 없었겠지요."고교시절 화공과를 나와 농장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그가 타향을 고향 삼아 밭을 일구고 하우스 농장을 처음 지을 당시의 마음으로 그의 손에서 그렇게 황금향의 열매도 지난해 첫 수확에 이어 올해 본격적인 생산라인 가동을 마쳤다.
그가 밝힌 황금향의 매력은 맛과 영양은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중요한 난방비가 없다는 것이다. 하우스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농민들의 고충이 바로 이 전력난인데 황금향은 다행히 태안의 기후와도 썩 잘 맞아 별도의 경영비 없이 인건비와 전력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황금향 묘목이 성목이 되기까지 그가 기다린 시간은 꼬박 4년. 당장 한해 한해가 중요한 농민들에게 4년이란 시간은 가히 길고 긴 시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4년 이후면 30~40년은 거뜬히 과실을 맺을 수 있다니 황금향, 이름처럼 황금일세 그려.
임씨의 경우에는 장미농장 하우스를 그대로 살려 묘목을 심었고, 과일이 늘어져 나무가 부러지는 것을 막으려고 열매 하나하나에 줄을 매달아 7~9월 별도의 유인작업을 마쳤다. 유인작업 시에도 시간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귀띔한다.
지난해 첫 수확 당시에는 3kg 박스기준 400상자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그보다 8배 가까운 3000상자를 예상하고 있다.
"백지상태에서 도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뭐든 장애가 되진 않습니다.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지난해 황금향 수확에 따른 여러 언론매체의 보도이후 지금은 방문 및 전화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황금향. 침체된 한국 원예산업과 태안의 만감류 개발에도 첫 신호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