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는 한 사진작가가 필리핀의 톤도에서 발견한 행복과, 톤도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에 관한 이야기다.
교과서적인 행복론이 아니라 저자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는 톤도에서 거주하며 발견한 행복이라 신선하게 읽은 책.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소년이 햄버거를 먹지 못한 이유한 소년이 햄버거를 무척 먹고 싶어 했다. 소년은 매일 밤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잠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꿈속에서라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러나 소년은 햄버거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먹어본 적은 더욱 없었다. 때문인지 매일 밤 햄버거를 먹는 상상을 하며 잠들어도 꿈을 꿀 수 없다며 어떤 맛인지 저자에게 묻더란다.
'소년이 햄버거 맛이라도 알게 하자.' 저자는 이튿날 햄버거 3개를 사서 아이의 가방에 몰래 넣어줬다. 그런데 아이는 점심시간이 지나도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공책이나 연필을 꺼낼 때 봤을 것이며, 냄새로라도 가방 속에 햄버거가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챘을 것인데. 게다가 꿈속에서라도 먹고 싶어 매일 먹는 것을 상상하며 잠들곤 했다는 그 햄버거 아닌가.
한나절을 지켜본 저자는, 더 오래 두면 상해서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 소년에게 아는 체를 하고 만다. 소년은 이렇게 답했다.
"아니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햄버거를 사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그냥 먹을 수 있겠어요. 혹시 작가님이 넣어 주신 건가요?" ... 아이는 예쁘게 웃으며 대답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혹시 자기만 혼자 먹는 게 눈치가 보여서 그런 건지 가만히 지켜보았는데, 아이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다. 아이는 친구들을 경계하거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수를 헤아린 것이었다. 아이는 식당에서 칼을 가져와 햄버거 세 개를 열다섯 조각으로 잘랐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왜 햄버거를 친구들과 나눠 먹었니? 정말 먹고 싶어 했잖아.""혼자 먹으면 혼자만 행복하잖아요. 이렇게 많은 친구가 있는데, 혼자만 행복하다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죠. 나눌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니까요. 우리 모두가 함께했으니 저는 조금만 먹어도 행복해요."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에서밖에서 바라본 빈곤은 전부가 아니다
필자는 필리핀 톤도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톤도'라는 이름을 확실히 기억한다. 유엔이 정한 세계 3대 빈민촌 중 한 곳일 정도로 워낙 유명한 빈민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처럼 많은 사람이 톤도를 세계적인 빈민촌으로만 생각할 것 같다. 톤도를 알고 있다는 사람 대부분은 '마을을 뒤덮고 있는 쓰레기 산과, 그 쓰레기들을 뒤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들끓는 쥐와 벌레들과 여기저기 썩은 물이 고여 있는 곳'이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톤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고 한다. 햄버거 두 개 값에 해당하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는 속된 말로 그나마 '양반'이다. 이 정도의 수입조차 없어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찾거나, 구호 단체들이 주는 것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책에는 두 살 남짓한 아이에게 쓰레기를 뒤져 먹이며 살아가는 여인도, 종일 쓰레기를 뒤져 번 우리나라 돈 500원 남짓한 돈으로 동생과 병든 어머니를 보살피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도, 그보다 더 딱한 처지의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이처럼 가진 것이 너무나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권총 없이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라고, 카메라와 같은 고가의 물건들을 지니고 가면 생명까지 위험천만한 곳이라고 알려졌다. 때문에 요금의 10배를 줘도 택시 기사들은 톤도 인근도 가길 꺼린다고 한다.
톤도의 이와 같은 환경을 객관적으로만 판단하면 그야말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곳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를 읽으며 드는 생각들은 '톤도에서 살아가는 그들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빈곤이, 또 그들보다 많은 것을 가진 우리의 잣대로 판단한 그들의 빈곤이 과연 정말로 빈곤일까?' 하는 것이다. 책 제목처럼, 위 소년의 이야기처럼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우리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끼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살아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는 사진과 그리 길지 않은 글로 구성돼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모습을 담은 사진을 글과 엮었기 때문에 글이 주는 감동이 훨씬 살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
글을 읽지 않고 톤도의 풍경 사진만 본다면 톤도의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이야기하고자 쓴 책인가?'하고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로 책을 통해 만나는 톤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저분해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서 꽃처럼 피어난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글들을 읽노라면 마음이 밝아지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는 톤도 교육 센터에서 기사로 일하며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봤어요. 많은 사람이 묻죠. 왜 하필 이곳에서 일하느냐고요. 사실 다른 곳에서 운전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제가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요. 아이들의 모습을 더 오래 지켜보고 싶기 때문이죠. 하나 남은 제 삶의 목표는 바로 그거예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아이들이 빈민가 톤도를 어떻게 바꿔나가는지 반드시 지켜보고 싶어요. 그 기적의 순간을(버스 기사 버날도 페딸보)"-<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에서
톤도의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의사나 선생님 등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톤도로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톤도 교육 센터의 도움으로 공부해 대학까지 졸업한 후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들 대부분이 성공이 보장되는 기업 대신 선택하는 것은 위의 버스 기사처럼 톤도에서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어 이 책은 훨씬 감동적이다.
참 많은 사람이 행복과 성공을 위해 살아간다. 그럼에도 내 주변에는 점점 갈수록 힘들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누군가의 잣대로 규정된 행복을 위해, 혹은 행복을 좇아 살지 말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그 이유와 비결을 알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내가 원하는 행복이 과연 누군가의 행복인지를 생각하는 그리하여 나만의 행복으로 정말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자는 앞서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란 책도 썼다. 2012년, 우연히 처음 가게 된 톤도에서 발견한 '기적과 같은 일(출판사 설명 인용)'을 바탕으로 톤도의 교육 환경에 대해 쓴 책이다. 세계 3대 빈민촌이라 알려진 것에 비해 찾는 이방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 함께 읽으면 톤도 사람들과 그들의 희망을 아는 데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사진과 글: 김종원/ 넥서스 BOOKS / 2014.10.20 / 1만 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