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별나게 저 혼자만 제외되는가. 제가 당에서 필요 없는 존재일까요. 당에서 저의 존재감은 뭡니까."지난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강동원 의원(전남 남원시순창군)이 연단에 올라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 지역위원장 1차 인선 결과 발표에 불만을 품고 공개발언에 나섰다. 현역 지역구 의원 중 유일하게 지역위원장으로 임명되지 못해서다. 강 의원은 올해 초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새정치연합으로 통합할 때 합류한 인사다.
일주일이 지난 21일, 사실상 최종 발표인 인준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아래 조강특위)는 강 의원과 전직 지역위원장인 이강래 전 의원이 맞붙은 전북 남원·순창 등을 '사고 지역'으로 분류하고 조직 강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역위원장은 ▲ 현역 지역구 의원 ▲ 전직 지역위원장 등의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남원·순창 후보들은 각각 기준 하나씩만 충족돼 결정하기 애매했다는 것이 공식 설명이다.
경쟁 상대 이강래가 '입김' 넣었다?강 의원 측은 이러한 당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통 현역 지역구 의원이 지역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1순위로 꼽히므로, 지역위원장 역임 여부를 동일선상에서 고려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권 생활을 25년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지역위원장은 당연히 현역 지역구 의원 우선 아닌가"라며 "합당 전 지역위원장을 다시 선임한다는 건, 구 민주당 기득권을 지켜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강래 전 의원의 '입김'이 지역위원장 인준을 보류한 진짜 이유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일부 조강특위 의원들이 18대 국회 때 원내대표를 지낸 이 전 의원과의 인연을 고려해 강 의원 인준을 반대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 전 의원과의 '친분'이 지역위원장 인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과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사람들이 조강특위 안팎에 많다"라며 "아무리 원칙을 따진다 해도, 친분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귀띔했다.
"강동원 둘러싼 지역조직 여론 안 좋아 보류된 것"조강특위 측은 이 전 의원 '입김설'을 부인하면서, 전직 지역위원장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현재 남원·순창 지역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이 전 지역위원장(이 전 의원)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쪽(강 의원)으로 지역위원장이 정해지면 향후 지역에서 분규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조직이 '이강래파'와 '강동원파'로 나눠져 싸우는 상황을 막기 위해 결정을 유보했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을 둘러싼 지역조직 여론이 좋지 않아 보류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지역위원장인 이 전 의원이 공천한 광역·기초의원 후보와 강 의원 쪽 무소속 후보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 이 때문에 최종 당선된 이 전 의원 쪽 사람들이 강 의원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는 후문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강 의원을 뽑을 경우 광역·기초 의원들의 반발을 막을 명분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조강특위 의원들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표결에 따라 보류 결정을 한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지역위원장 보류 결정이 강 의원에게도 사실상 좋은 결과라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당의 한 인사는 "만약 경선을 하게 되면 강 의원이 이 전 의원한테 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남원·순창을 사고지역으로 분류한 데에는 강 의원을 보호하려는 사람들 뜻도 담겼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