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 글을 연재하는 최병성 목사(cbs5012@hanmail.net)는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입니다. [편집자말] |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발암물질에 강한 내성을 가졌을까요? 웬 뜬금없는 질문이야 하실 것 같습니다. 자,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를 풀어보겠습니다.
1999년 8월, 한국은 각종 쓰레기를 첨가해 시멘트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애초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쓰레기 사용 기준은 없었습니다. 제가 일명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수년간 지적한 뒤에야 환경부는 쓰레기 사용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쓰레기 시멘트가 허가된 지 10년이 지나서야 마련된 쓰레기 사용 기준, 일본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선 단적인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일본의 시멘트 공장들은 피부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염소(Cl) 함량 1000ppm 이하의 쓰레기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2009년 대한민국 환경부가 만든 시멘트 내 쓰레기 사용 기준은 염소 함량이 2%입니다. 2%를 ppm 단위로 환산하면 20,000ppm입니다. 2%는 일본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사용 기준 1000ppm의 무려 20배입니다.
발암물질에 대한 한국인의 체질이 일본인보다 20배 더 강해서 환경부는 이런 기준을 만들었을까요?
외국 시멘트와 비교해 보니 오마이뉴스 <10만인리포트>와 다음 <뉴스펀딩>에 쓰레기 시멘트 기사가 게재되자 많은 독자들이 외국의 사례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외국의 몇몇 나라들도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는 엄격한 쓰레기 사용 기준과 배출가스 규제, 시멘트 제품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사용하는 것은 같으나, 국내 시멘트 공장과는 차이가 큽니다.
어느 날, 외국으로 수출된 국내 시멘트에 유해물질이 많아 하역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항구에 발이 묶여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마침 저와 함께 방송을 준비하던 MBC 기자에게 시멘트협회에 이 사실을 질문해 보라고 했습니다.
기자가 "수출한 시멘트에 중금속이 많아 하역하지 못하고 항구에 묶여 있다면서요?"라고 시멘트협회에 물었습니다. 시멘트 회사 관계자들만 아는 비밀을 확인하려 하자 시멘트협회 상무는 당황했습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에서 만든 시멘트에) '왜 중금속이 많이 포함되어 있느냐'는 의견이 들어와서 시멘트 제조산업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국내 시멘트에 중금속이 많다는 걸 고백한 셈입니다.
그동안 유독 한국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함량 수치가 높았던 원인이 있습니다. 아래의 도표에 그 이유가 들어 있습니다. 이 표는 2006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만든 '폐기물 소각시설로서의 시멘트 소성로 관리기준 개선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외국은 시멘트 공장 배출가스 중 수십 종류의 유해물질과 중금속을 규제합니다.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통해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폐기물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는 겁니다. 쓰레기가 들어간 만큼 유해물질이 공장 굴뚝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고작 먼지, 황산화물, 질산화물 이렇게 달랑 세 개만 규제합니다. 환경부는 한국인을 전 세계에서 발암물질에 가장 잘 견디는 강철 체력이라고 생각한 걸까요?
국내 쓰레기 전문 소각장조차 시멘트 공장보다 엄격한 여러 규제를 받습니다. 시멘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어떻게 쓰레기 소각장보다 규제를 덜 받을까요? 시멘트 공장을 위한 환경부의 특별한 배려(?) 때문입니다. 그 탓에 국민들은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살아온 겁니다.
외국의 시멘트 공장들은 공장 굴뚝의 배출가스만 강하게 규제하는 게 아닙니다.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폐기물의 중금속 함량 기준과 사용량까지 통제합니다. 이런 사실은 국립환경과학원의 다양한 보고서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쓰레기 시멘트와 싸운다고?제가 쓰레기 시멘트 해결을 위해 환경부와 다투기 시작한 지 벌써 9년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시멘트 재벌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거라며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시멘트 안에 가득한 발암물질을 보고 침묵할 수는 없었습니다.
예상대로, 시멘트 회사로부터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증명서가 종종 날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협박에 겁먹지 않았습니다.
홀로 환경부와 시멘트 회사에 맞서는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마침내 환경부의 시멘트 개선안을 이끌어 냈습니다. 시멘트 공장 굴뚝의 배출가스 규제에 2009년부터 다이옥신 기준이 강화되었고, 2010년부터 염화수소, 수은, 비소, 카드늄, 납, 크롬, 불소, 암모니아 등의 항목들이 추가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더불어 이전에 단 하나도 없던 쓰레기 사용 기준도 마련되었습니다. 한 개인이 정부와 재벌을 상대한 싸움에서 이 정도면 큰 성과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시멘트 문제 해결은 아직 멀었습니다. 환경부의 개선안을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일본의 시멘트 공장과 비교해 환경부 개선안에 숨은 '꼼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쓰레기 시멘트 싸움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과 국내 시멘트 공장의 중요한 차이① 일본보다 20배 높은 쓰레기 사용 기준 앞에서 환경부가 최근에 만든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사용 기준 중 염소(Cl) 2%는 일본의 20배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환경부와 시멘트 공장은 가까운 일본의 쓰레기 사용 기준을 전혀 몰랐을까요?
시멘트를 생산하는 쌍용양회공업(주) 기술연구소와 서울대 등이 직접 작성한 '무기 폐기물의 시멘트 원료화 기술'(2002)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태평양시멘트 공장은 염소(CI) 1000ppm 이내의 폐기물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왜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20배나 높은 쓰레기 사용 기준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쓰레기 사용 기준은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처럼 기준이 엄격하면 시멘트 공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 종류가 제한되고, 쓰레기를 처리하며 받는 수입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시멘트 공장들은 '염소 BY-PASS(바이 패스)' 시설을 거쳐 염소 독성을 상당부분 제거하기 때문에 염소 함량 기준이 일본보다 높아도 문제 없다고 주장합니다. 염소 BY-PASS는, 시멘트 내 염소 함량과 독성을 줄이는 시설을 말합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시멘트 제조 기술력이 좋음에도 쓰레기 사용 기준이 엄격합니다. 또 일본은 염소 BY-PASS를 통과한 더스트(DUST. 쓰레기를 태운 뒤 남은 재)에 대해서도 세정시설을 추가로 통과하게 해 다시 한 번 염소를 제거합니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 공장은 일본보다 20배 높은 기준의 폐기물을 사용함에도, 일본처럼 세정시설을 갖춘 공장이 없습니다. 염소 BY-PASS 시설이 일본보다 20배 높은 쓰레기 기준을 합리화 해줄 수 없습니다.
② 발암물질 전환율이 두 배 이상 높은 한국의 석회석국내 시멘트에는 외국 시멘트와 다른 숨은 차이가 있습니다. 시멘트의 주재료인 '석회석 품질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시멘트를 제조하는 A사 고위 임원이 어느 날 내게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A사가 사용하는 석회석의 품질을 비교한 표(2005)입니다.
A사가 사용하는 석회석에는 좋은 품질의 기준이 되는 산화칼슘(CaO) 성분이 낮습니다. 반면 시멘트의 유해성을 높이는 알루미나(Al2O3) 성분은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석회석(0.61)보다 4배나(2.46) 높습니다.
시멘트공장협회가 한국요업기술원에 직접 의뢰한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조사 연구'(2006년 5월)라는 보고서에도 '국내 석회석 특성상 알칼리 함량이 높아 발암물질 6가크롬으로의 전환율이 일본(10~15%)보다 한국(20~30%)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A사 고위 임원은 "(시멘튼) 수출 제품은 (외국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고품위 석회석을 따로 쓰고 있다"고 제게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쓰레기 사용 기준이 일본과 똑같아도 발암물질로 전환되는 비율이 더 높은 상황. 과연 대한민국 시멘트는 안전할까요?
③ 시멘트 제조 기술력의 차이외국과 국내 시멘트 공장의 가장 큰 차이는 시멘트 제조 기술력입니다. 쌍용양회 기술연구소와 서울대 등이 직접 작성한 '무기 폐기물의 시멘트 원료화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처리 기술(30%), 유해물질 분석 평가 기술(30%), 산업폐기물 재활용 기술(20%) 수준은 외국에 비해 현격이 떨어집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시멘트 공장들은 '그 논문은 2002년 작성된 것으로, 지금은 시멘트 제조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선진국과 동일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제는 정말 시멘트 제조 기술력이 외국과 전혀 차이가 없을까요?
2006년 12월 26일 방송된 MBC <뉴스 후> '중금속 시멘트의 습격' 편에서 한 시멘트 공장장은 "우리에게 일본 기술력을 따라가라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마라톤을 하라는 것과 같다"라고 낙후된 국내 시멘트 기술력을 인정했습니다.
많이 양보해, 현재 한국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선진국과 차이가 없다고 합시다. 지난 10년 동안 발암물질 가득한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에 살아온 국민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까요?
지난 2009년 1월 환경부와 시멘트 공장 관계자들이 일본 시멘트 공장으로 견학을 갔습니다. 저는 일본 태평양시멘트 공장을 돌아보다 충격적인 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생산되는 시멘트의 유해물질을 공장 안의 연구소가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쓰레기 사용 기준뿐만 아니라, 제품의 안전을 위해 실시간으로 품질 분석까지 실시합니다. 하지만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국내 시멘트 공장에는 일본처럼 실시간으로 제품 유해물질을 분석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 없습니다.
처벌 기준을 만들어 보시지요 기술력 격차에서 비롯되는 외국과 국내 시멘트 공장의 중요한 차이가 또 있습니다. 유럽은 1983년부터, 발암물질인 6가크롬의 시멘트 함량 기준을 1kg당 20ppm이 넘지 않도록 법으로 정했습니다. 그 기준을 넘는 시멘트는 시장에 출하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환경부는 2008년이 되어서야 시멘트 1kg당 6가크롬 20ppm 미만 함량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만든 안전기준이란, 법적 강제성이 없는 시멘트 공장의 '자율'에 불과합니다. 처벌 규정이 없는 자율 기준이니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입니다.
지난 11월 3일 JTBC는 '석탄재로 만든 시멘트서 발암물질 검출'이란 제목의 뉴스를 보도하면서 "국내 4개 시멘트 제품을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 6가크롬 26ppm이 검출된 시멘트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가 정한 안전기준 20ppm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처럼 처벌 조항이 없는 시멘트 공장 자율 기준이니,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발암 시멘트가 생산·유통되는 겁니다.
국내 시멘트 회사는 이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선진국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선진국과 동일한 기술력을 가졌다면, 왜 처벌이 따르는 법적 기준을 외면하고 자율 기준을 따르는 것일까요? 왜 외국의 시멘트 공장들과 동일한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와 쓰레기 사용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것일까요?
환경부 장관님,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20배 더 발암물질에 강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센 강철 체력도 아닙니다. 제발 이제라도 올바른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는 중국산 시멘트와 비교하여 우리가 어떤 시멘트 안에 살아왔는지 한국 시멘트의 현실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