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 글을 연재하는 최병성 목사(cbs5012@hanmail.net)는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입니다. [편집자말] |
지난 26일 밤, 뜻밖의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경남 창원시 가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로부터 받은 메일을 제게 전달한 것입니다. 포스코건설 측이 보낸 공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레미콘 공급 업체에 시멘트를 납품하는 회사 실사 결과 OO양회, OO시멘트, OO시멘트에서는 (시멘트 제조에)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에 상기업체를 제외한 시멘트 제품을 당 현장에 납품하는 레미콘에 적용하기로 협의 완료하였습니다."건강한 시멘트를 향한 변화의 시작 이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지난 수년간 간절히 소망했던 일이었는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미디어다음> 뉴스펀딩이 함께 노력하니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포스코건설이 경남 창원시 가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폐타이어가 들어간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건강한 집'을 지을 수 있는 작은 길이 열린 셈입니다.
참 반가운 일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이 건설회사가 레미콘 업체와 협의까지 다 마쳤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 공급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어렵습니다. 대형 공사일수록 여러 레미콘 공장으로부터 동시에 시멘트를 공급받기 때문입니다. 창원 가음주공아파트 재건축도 1500세대를 짓는 큰 공사입니다. 건설사는 공사 현장에서 약 30km 반경에 있는 9개 레미콘 회사로부터 시멘트를 공급받습니다. 그런데 건설사가 벌써 9개 회사와 협의를 다 완료했다고 합니다.
24페이지에 이르는 공문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레미콘 업체들이 '폐타이어가 포함된 시멘트를 사용하지 말라'는 포스코건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전 거래처인 시멘트 회사를 변경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쓰레기 시멘트 해결, 아주 간단합니다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 문제 해결은 간단합니다. 입주자들이 건설사에 쓰레기를 넣지 않은 시멘트 사용을 요구하고, 건설사는 레미콘 회사에 건강한 시멘트를 공급하라고 지시하면 됩니다. 시멘트 업체는 건설사 요구에 따라 깨끗한 시멘트를 생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건강보다 시멘트 회사의 이익을 대변해 온 환경부 탓에 '쓰레기 시멘트' 문제는 수년 동안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가능했을까요?
바로 <오마이뉴스> 10만인리포트와 <다음> 뉴스펀딩에서 연재하는 '우리집에 방사능이 나온다면' 때문입니다. 이 기사에 호응한 독자 여러분의 힘이겠지요. 허리띠 졸라매 구입한 내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분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27일 보도한 기사
'발암물질' 쓰레기시멘트, 한국 아파트가 위험한 이유에도 한 독자가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안 먹고, 안 입으면서 평생 벌어 산 내 집 달랑 1채, 그게 쓰레기였군요. 씁쓸한 현실이네요."더불어
'발암시멘트 아파트, 고작 3480원 때문이라니' 이라는 지난 기사에서는 시멘트 업체만이 아니라 값싼 쓰레기 시멘트로 건축해 이득을 얻은 건설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 이후 건설사도 국민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관련 기사를 읽고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안 재건축 조합장이 제게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조합장은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아파트 짓는 길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입주자들에게 쓰레기 시멘트의 실상을 알리고, 전체 뜻을 모아 건설사에 건강한 시멘트로 집을 지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라고 했습니다. 자기 돈 주고 사는 것이니, 소비자가 건강한 집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입니다.
재건축되는 창원시 가음주공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집이 될 겁니다. 소비자가 깨어나면 이런 기적이 가능합니다. 끝까지 이 일이 성공하도록 제가 직접 창원으로 달려가 조합원들에게 설명하고, 건설사도 만나 논의할 예정입니다. 조합원 요구에 신속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린 포스코건설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쓰레기 시멘트 해결, 간단합니다 정부와 관련 업체가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니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그것이 첫 번째 방법입니다. 시민들이 깨끗한 시멘트를 사용하라고 건설사에 요구해야 합니다. 건설사는 안전한 건축 재료로 건강한 집을 지을 의무가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시멘트 등급제 실시입니다. 쓰레기를 넣은 시멘트와 그렇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구분하는 등급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등급을 보고 직접 시멘트를 선택하면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세 번째 방법은 시멘트 성분, 원산지 표시 의무화입니다. 오늘날 대부분 상품 포장지에는, 상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표시됩니다. 원산지 표시 역시 의무입니다. 하지만 시멘트에는 어떤 표시도 없습니다.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가 자유롭게 시중에 유통되는 겁니다. 원산지 표시가 없으니,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도 그 사실을 국민이 몰랐습니다.
사장님, 정말 믿어도 되나요?포스코건설이 가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보낸 공문을 보면, 포스코건설이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은 시멘트라고 사용을 권한 두 개의 시멘트 회사 제품이 있습니다. 이 시멘트 업체는 시멘트 제조에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포스코건설에 회신했습니다.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 시멘트 공장의 회신을 믿어도 될까요? 아래 사진을 보시죠. 시멘트 제조에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시멘트 공장 현장입니다. 폐타이어 조각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폐타이어 조각을 실어온 차량이 한창 하역 중입니다. 올해 초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이런 풍경을 봤습니다.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시멘트 업체의 말을 믿어도 될까요? 정확한 현장 확인과 감시가 필요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포스코건설이 폐타이어로 만든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국내 시멘트 업체는 폐타이어보다 더 위험한 쓰레기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시멘트 회사가 '21세기 산업 생태계의 신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대한민국의 쓰레기 처리시설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쓰레기를 열거한 문서인데요. 석유, 화학, 섬유, 자동차, 전력, 전기, 전자, 제지, 철강, 인쇄 등 시멘트에 들어가는 쓰레기가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쓰레기 중에 폐타이어 하나 제외했다고 안전한 시멘트가 되는 건 아닙니다. 국민들은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 '깨끗한 시멘트'를 원합니다.
현재 32평 아파트 건설에 소요되는 시멘트 값은 약 13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이용하면 추가 비용은 30~40만 원밖에 들지 않습니다. 수억 원에 달하는 분양비를 고려하면 추가 비용 30~40만 원은 그리 큰 부담은 아닙니다.
건설회사는 건강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책임이 있습니다.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로 집을 지으면, 아무리 친환경 벽지와 마감재를 써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포스코건설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합니다. 포스코건설이 입주자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면, 폐타이어만이 아니라 모든 쓰레기를 넣지 않은 시멘트로 집을 짓겠다고 통 큰 결단을 내리면 좋겠습니다.
이제 건강한 시멘트를 향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바람이 '쓰레기 시멘트 추방'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깨어나야 합니다. 그동안 역세권, 조망권, 학군 등이 아파트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원한다면 쓰레기 시멘트 사용 여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더는 비싼 돈 주고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사는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에겐 건강한 집에 살 권리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깨어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쓰레기 시멘트가 추방되는 그날까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다음> 뉴스펀딩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