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유료 독자들의 모임(http://omn.kr/5gcd)입니다. 클럽은 회원들의 후원으로 '10만인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이 글을 연재하는 최병성 목사(cbs5012@hanmail.net)는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입니다. [편집자말] |
홍합이 폐타이어에 양식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지난주 국회도서관 구내식당 점심 식사의 재료가 홍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중국 음식 짬뽕에 빠지지 않는 게 홍합입니다. 그런데 짬뽕의 홍합도, 국회도서관 구내식당의 홍합도 폐타이어에 양식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먹는 것은 홍합이 아니라 홍합을 닮은 '지중해 담치'입니다. 이 지중해 담치가 마산과 창원, 여수 등 전국 대부분의 폐타이어 양식장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폐타이어를 손가락 길이로 잘게 썰어 끈에 엮어 지중해 담치를 양식합니다. 문제는 폐타이어에 양식한 지중해 담치가 국민 건강에 안전하냐는 것이지요.
지난 11월 21일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진짜 홍합을 아십니까?" 2편(부제: '발암물질논란')을 방송했습니다. 저는 이날 '먹거리 X파일' 인터뷰에서 "폐타이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천연고무라고 생각하는데, 폐타이어는 천연고무가 아니라 석유화학 기름덩어리다, 그 안에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관련 자료도 챙겨 주었습니다.
폐타이어는 인체에 안전한 물질이 아닙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고온·고압을 견디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이 첨가됩니다. 요즘 돌연사 하거나 폐암, 뇌수막 종양, 간세포암, 식도암에 걸리는 타이어 공장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산화방지제, 화학촉진제, 첨가제라는 이름으로 톨루엔, 벤젠, 자이렌, 페놀, 스테아린산, 유황 등의 수많은 발암물질들이 사용되기 때문이지요.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 폐타이어에 양식한 지중해 담치의 PAHs(다환방향탄화수소)를 검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폐타이어에 자란 지중해 담치에서 벤조 페릴렌, 인데노피렌, 디벤조 안트라센 등 발암물질이 자연산보다 평균 4배 더 검출됐습니다.
다행히 폐타이어에 양식한 지중해 담치에서 나온 발암물질이 유럽연합의 인체 유해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안전한 먹거리라고 권장할 수는 없습니다.
폐타이어에 양식하는 먹거리는 지중해 담치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으로 즐겨먹는 굴도 폐타이어에 양식하는 곳이 있습니다. 몇 해 전 경남 사천시 앞바다에서 폐타이어에 굴을 양식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경남 사천시 등 극히 일부에서만 폐타이어 굴 양식이 이뤄지고 대부분은 가리비 껍질에 양식되고 있습니다.
통영에서 굴을 양식하는 한 어민은 채널A '먹거리 X파일' 인터뷰에서 "오래 전엔 굴을 폐타이어에 많이 양식했지만, 지금은 인체 유해성 때문에 폐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민들이 지중해 담치와 굴을 폐타이어에 양식하는 이유는 편리함과 경제성 때문입니다. 폐타이어는 수년 동안 반복 재사용이 가능할 뿐더러 작업도 편리해 양식 어민들이 애용합니다. 어민들은 폐타이어에 지중해 담치와 굴을 양식하면서 폐타이어를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살피지 않고 어민들의 편리함과 경제성만을 추구한 '잘못된 재활용'에 불과합니다.
제주도 오름과 국립공원에 가득한 폐타이어제주도 곳곳에 펼쳐진 오름에 오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습니다. 그런데 그 오름을 오르는 언덕길마다 시커먼 고무매트가 깔려 있습니다. 제주도 오름뿐 아니라 설악산을 비롯한 유명 국립공원의 등산길에서도 폐타이어 매트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 오름과 국립공원 명산에 왜 폐타이어가 있을까요? 값이 싸고 오래간다는 이유 때문이지요. 비가 와도 발에 진흙이 묻지 않으니 좋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버려지는 폐타이어의 재활용을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폐타이어에 가득 담긴 인체 유해물질을 생각한다면, 과연 재활용을 잘한 것일까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시커먼 폐타이어 발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언덕을 오르다 보면 심장이 뛰며 저절로 깊은 숨을 쉬게 되지요. 그런데 맑은 공기가 아니라 사람들 발길에 부서진 폐타이어 가루와 유해물질을 마시며 올라야 합니다. 제주 오름과 국립공원의 폐타이어 깔개 역시 값싼 경제성과 편리성만 따진 '잘못된 재활용'의 예입니다.
폐타이어로 만든 시멘트는 과연 안전할까요?폐타이어의 재활용 사례 중 가장 잘못된 것은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입니다. 시멘트공장마다 폐타이어가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폐타이어는 비싼 유연탄을 대신해줄 수 있으니, 시멘트공장의 연료비를 절감해주는 효자입니다. OO시멘트공장에는 폐타이어를 사용해 연간 28억 원을 절감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시멘트공장들은 철슬래그, 하수슬러지, 공장오니, 소각재 등의 비가연성 쓰레기들은 '부원료'라 부르고,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의 가연성 쓰레기는 '부연료'라고 말합니다.
'부연료'라고 칭하니 사람들은 이 쓰레기들이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연료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폐타이어와 시멘트의 유해성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오해하는 것이지요. 이게 다 시멘트공장이 사용하는 '부연료'라는 언어의 속임 때문입니다.
시멘트 제조공정엔 '부원료'와 '부연료'의 구분이 필요 없습니다. 시멘트가 구워지는 70m의 기다란 시멘트 소성로의 온도를 1400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폐타이어와 폐고무 등의 가연성 쓰레기를 석회석과 함께 혼합하여 투입합니다. 소성로 안에 투입된 폐타이어가 자신을 태워 소성로의 온도를 높여주고 타고난 재가 자연스럽게 시멘트가 되는 것입니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폐타이어에 500도의 열을 가하면 50%의 중유와 카본블랙과 철심으로 분리됩니다. 또 <폐기물 유형에 따른 소각재의 중금속 용출특성 연구>에 따르면, 폐타이어를 완전 소각하면 비산재에서는 아연(Zn) 11만5025mg/kg, 납(Pb) 504.1mg/kg, 구리(Cu)155.3mg/kg, 카드늄(Cd)17.0mg/kg이 검출되고, 바닥재에는 아연(Zn)15,821.7mg/kg, 구리(Cu) 92.1mg/kg, 납(Pb)34.7 mg/kg, 크롬(Cr) 8.0mg/kg의 순으로 유해 중금속이 남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시멘트 제품에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함유량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지요.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가 자원 재활용이라고요? 환경부와 시멘트공장은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며 자원 재활용이라고 말합니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시멘트에 갇혀 살아가는 게 당연한 일일까요?
2009년 국회의원 182명의 요구로 감사원이 쓰레기 시멘트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국회의 감사원 감사 요구는 2008년 가을 환경부 국정감사 때, 제가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을 만나 쓰레기 시멘트 자료를 나눠준 수고의 결과였습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에게 쓰레기시멘트 자료와 환경부 장관에게 쏟을 질의서를 나눠주었지요. 그리고 감사원 감사관에게 쓰레기 시멘트에 감춰진 문제를 총 정리하여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감사원이 <시멘트 유해성 및 소성로 폐기물 반입 관리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보조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폐기물 재사용·재생 이용하거나 에너지를 회수하는 활동이 아니므로 재활용이 아닌 소각에 해당된다'며 환경부의 거짓말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동안 환경부와 시멘트업계가 쓰레기 시멘트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속여왔던 것입니다.
특히 감사원은 폐기물 소각에 불과한 것을 재활용이라고 하지 말라고 환경부 장관에게 주의조치까지 명했습니다.
진짜 자원 재활용은 '이것'입니다산더미처럼 쌓인 폐타이어와 폐기물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진정한 폐타이어의 재활용 방법은 아주 다양합니다. 지난 11월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자원순환사회 정착을 위한 올바른 법제정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병헌·권성동·이인영·이완영 여야 의원들은 모두 발언을 통해 자원재활용을 가로막는 것은 환경부라고 성토했습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한 업체 부회장은 폐타이어를 잘게 분쇄하여 고무와 철심을 분리하는 기술이 있으나, 환경부가 자원재활용에 쓸 폐타이어를 주지 않는다고 제게 하소연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폐타이어 재활용 기술은 그 어느 나라보다 뛰어납니다. 폐타이어를 중유와 카본블랙과 철심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외국에 수출할 정도입니다.
2014년 9월 15일자 <머니투데이>는 <동성홀딩스, 동성에코어 폐타이어 플랜트 中공장 준공>이라는 기사에서 동성홀딩스 기업이 폐타이어 열분해 에너지화 플랜트 기술로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2007년 1월 6일자 <매일경제>는 <폐타이어 재생기술 수출>이란 보도를 통해 벤처기업 기경IE&C가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에 '폐타이어 처리 환경기술 건설공사 기공식을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폐타이어의 중유와 철심 분리 관련 기술에 관한 자료는 너무 많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폐타이어 재활용 기술력을 국내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왜 국내에는 재활용 공장을 짓지 않을까요? 환경부 덕에 대부분의 폐타이어가 시멘트공장으로 가고, 정작 재활용 될 폐타이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폐타이어와 가연성 폐기물을 이용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던 분이 환경부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며 제게 다음과 같은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저희는 소각로개념이 아닌, 최고의 환경방지시설을 갖춘 효율성이 높은 열병합발전소를 추진했습니다. 높은 발열량을 지닌 폐타이어를 공급받으려 백방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대한타이어 공업협회 측과 논의해 보았습니다.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환경부방침이 '열적회수'가 아니고 시멘트공장을 위한 '물질회수'를 우선하는 정책을 하기에 시멘트공장에 줄 타이어도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시멘트공장만을 위한 환경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국민은 쓰레기시멘트에 갇혀 고통 당하고 있습니다. 자원 회수와 전기발전 등을 위한 진짜 폐타이어 재활용이 가로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그 증거로 우리나라 시멘트공장이 얼마나 많은 폐타이어를 사용하는지 일본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국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이 2006년 폐타이어 발생량의 61.2%인 17만3천 톤을 시멘트 제조에 사용했습니다.
일본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 시멘트공장의 경우 2006년 폐타이어 발생량의 15.9%인 16만8천 톤, 2007년은 더 줄어들어 13.9%인 14만8천 톤만을 시멘트 제조에 사용했습니다. 나머지 폐타이어는 철강, 제지, 발전소 등이 사용했습니다. 미국도 폐타이어 발생량의 19% 정도만이 시멘트공장에서 사용될 뿐입니다. 대한민국처럼 발생량의 60~70%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2006년 일본은 730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고, 한국은 490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습니다. 일본 시멘트의 연간 생산량은 한국보다 2400만 톤이나 더 많지만 시멘트를 위한 폐타이어 사용량은 현저히 적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시멘트공장은 국내에서 나온 폐타이어의 61.2%를 사용하고도 그것으로 부족하다며 일본 폐타이어를 수입해 사용했습니다.
잘못된 재활용 정책 탓에 국민들은 폐타이어에 양식한 지중해 담치와 굴을 먹고, 폐타이어 위를 걷고, 폐타이어로 만든 시멘트 안에 갇혀 살아갑니다. 시멘트공장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국민 건강을 해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어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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