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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화도량 회장 영담 스님이 조계종 16대 개원종회 때 마무리하지 못한 참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삼화도량 회장 영담 스님이 조계종 16대 개원종회 때 마무리하지 못한 참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병문

# [못 다 읽은 참회록] "승려가 밤샘 술판" "골프채로 폭행하고도..."

"상습 고액도박 폭로에 이어 우리 종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미(구족계를 받지 않은 승려)를 대낮에 경찰과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납치 감금해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해 관련자들이 징역형을 선고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역시 국고로 지은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밤샘 술판을 벌여 언론이 대서특필했고, 법인법의 형평성을 상실한 적용으로 분종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자성과 쇄신 결사를 전면에 내세운 종단의 민낯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결혼하거나 성 매수를 한 수행자를 문서견책하고, 술에 취해 대리운전기사를 골프채로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동국대 감사로 추천하고 수말사 주지로 임명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저기, 저기, 이게 말입니다……. 하지 마십시오. 신상발언을 통해 하시고요."
"이게 뭐하는 겁니까.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깽판 치면 때려주는 법은 없느냐."
"종회를 개판으로 만들자는 건가. 막가자는 것 아냐."
"임시의장을 바꾸자."

여긴 '막장 국회'가 아니다. 지난 11일 열린 대한불교 조계종 16대 개원 종회에서 나온 일부 승려들이 임시의장에게 야유를 보내는 장면이다. 조계종단에도 '국회'가 있는데, 총무원이 국가기구인 정부 역할이라면 '종회'는 입법부다.

최근 종회의원으로 선출된 승려는 총 80명. 이날 제200회 정기회는 처음부터 파행이었다. 16대 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해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영담 스님(최다선 의원, 7선)이 참회 발언을 하자, 이를 저지하면서 일부 종회의원들이 고성을 지른 것이다. 

결국 영담 스님은 준비된 '참회록'을 다 읽지 못하고 의장석을 내려왔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백상정사에서 영담 스님(61)과 만나 종회 개원 첫날 발언을 제지 당한 것에 대한 소회와 의장석에서 하고 싶었던 참회록을 마저 들었다. 우선 이날 불교계의 '파행 국회' 현장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불교닷컴>이 찍은 아래 동영상을 보길 바란다. 평소 우리가 보아왔던 승려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영담 스님은 조계종단의 현주소를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부터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조계종단의 현주소를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부터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병문

#[나부터 참회합니다] 자승 총무원장을 추대해 종단을 이 지경으로...

"2600년 불교와 1700년 한국불교의 유구한 역사와 정신문화의 보고인 불조혜명을 잇고 있는 현 우리 종단은 '참회'라는 부끄러운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소납은 33대 자승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추대하고 3년간 총무부장으로 재임하며 우리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사람입니다."
  
영담 스님은 종회가 개원하던 날 이렇게 말문을 열었는데, 그는 3년간 자승 총무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실세였다. 대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일까?  

"총무부장으로 재임했을 때인 2010년에 불교 템플스테이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어요. 4대강 예산을 날치기하면서 여당이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인데요, 그때 자승 총무원장은 강하게 정부를 압박하자고 했어요. 전국 사찰의 산문을 폐쇄했습니다. 그런데 예산을 달라고 산문을 폐쇄한다? 정부에게 떼쓰는 모양새여서 다른 방법을 강구했으면 했는데, 자승 원장은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사표를 내라고 했죠.

저는 사표를 안 내고 따라갔습니다. 비겁했죠. 자승 원장은 '10년~20년이 걸려도 정부 도움 안 받고 우리 힘으로 밀고 나가자'고 말했는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마무리가 됐어요. 명분도 실익도 챙기지 못하고 예산안에 대해 정부와 거래하면서 '종교 차별' 등의 논란이 흐지부지됐습니다. 거래에 동원된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 잘못한 겁니다."

"나는 비겁했습니다"

- 백양사 도박사건이 터졌을 때도 총무부장이셨죠?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당시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를 차렸습니다. 국민들에게도 참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죠. 그런데 그것도 말장난하다가 끝이 났어요. 자성도 쇄신도 못했고, 국민을 기만한 거죠. 결국 불교계가 이 지경이 된 것을 방치한 책임도 있겠죠."

- 당시 자정과 쇄신 결사가 잘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나요?
"자승 원장 직속 기구이기에 깊이 관여할 수는 없었지만 수석부장이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 다잡을 수도 있었습니다. 내가 비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실책입니다."

- 자승 총무원장과 결별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자승 원장이 약속을 어기고 재임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죠. 야당 견제세력이 없어서 그동안 선거법 등을 다 바꿨어요. 후보 자격 제한 등 현 총무원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죠. 많은 자리를 총무원장이 나눠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 이래서 종단이 발전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습니다. 체제는 안정되겠지만 종단은 썩어가는 거죠. 세계는 지금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변하는데 우리의 종회는 자유당 때와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총무원장 선거 때 여당을 견제할 든든한 야당 후보를 옹립했습니다. 결국 낙선했습니다. 종회의원 선거에서도 삼화도량 중심의 야당은 완패했는데……. 그래도 '신에게는 아직 15명의 종회의원들이 있습니다'. (웃음)"

- 자승 총무원장이 재임을 결심하면서 함께 하자고 하지는 않았나요?
"그랬죠. 우리 스님(은사 고산 스님)을 종정으로 모시겠다고 했어요. 그 전에 내가 동국대 이사장 임기를 마쳤을 때 총장을 시켜 주겠다는 말도 했죠. 요즘 이야기로 족발이나 닭발이라도 물려줄 요량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그 제안을 받으면 내가 팔려가는 것 같았어요."

- 일부에서는 여당쪽 종책모임인 불교광장과 야당 삼화도량의 면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하던데요.
"한편으로는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죠. 돈 주고 한 자리씩 받고, 협박하고 매수……. 스님들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뭐 하나 준다면 총알같이 여당 쪽에 줄서는 사람도 있었죠. 이런 때일수록 건전한 야당이 더욱 절실한 겁니다."

 영담 스님은 "부처님만 놔두고 모두 바꾸자"고 강조했다.
영담 스님은 "부처님만 놔두고 모두 바꾸자"고 강조했다. ⓒ 유병문

#[부끄러운 조계종] 부처님만 놔두고 모두 바꾸자

"부처님만 놔두고 스님들의 생각을 싹 바꾸지 않으면 박제불교가 될 겁니다. 말장난하는 결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결사를 해야겠죠."

영담 스님은 단호했다. 16대 중앙종회 원구성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온갖 위법, 탈법, 편법을 동원해서 당선된 일부 종회의원들은 집행부의 홍위병이 될 것"이라면서 "폭력승을 종회의원으로 출마시켜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서 종회가 폭력을 용인하고, 은처(숨긴 여자)를 용인하고 승려의 음주소란을 용인하고 성희롱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종회 의원은 직선직과 간선직이 있는데, 영담 스님이 우려한 직선직 종회의원 중에는 아래와 같이 법정에서 처벌을 받거나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관련기사: 적광스님 "1200만원 돈봉투에 영혼 팔 수 없었다")

1) 적광 스님(관련 기사 참조)을 끌고 가 집단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6월 집행유예 2년형을 받음.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으로 감경)
2) 적광 스님 폭행 당시 환속제적원을 대신 작성해서 서명 날인하도록 협박한 혐의.
3) 총무원 여직원 성희롱으로 사표를 냄.
4) 석탑을 다른 사찰로 몰래 가져가서 그 지역 문화재자료로 등록했다가 말썽이 일자 다시 되돌려 놓음.

또 간선직(직능대표) 종회의원 20명은 '직능대표선출위원'이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하는데, 그 과정에서 1명을 기명투표로 탈락 시켰다. 이와 관련 영담 스님은 "명백하게 조계종 선거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20명에 대한 무효가 확정되면 종단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지난 종회에서 나눠준 임시의장 인사말, 즉 참회록을 보면 골프채 폭력승, 은처승, 성매수승, 상습도박승 등 속가에서 보기에도 부끄러운 스님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감금 폭행 사실이 드러났는데 어떻게 의원을 합니까? 세속 선거 같으면 낙선운동을 하지 않아도 유권자가 떨어뜨렸을 겁니다. 도덕불감증이죠. 인사말에도 썼는데요, '욕망이 커서 이 세상의 권세만 탐하는 이는 파멸의 문에 들 것이다'라는 <숫타니 파타>의 부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가는 조계종"

 영담 스님은 "조계종이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담 스님은 "조계종이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유병문

- 조계종단이 이렇게 된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부 도박 권력승들의 문제인지? 아니면 수행 풍토의 문제인지?
"수행 풍토의 문제라고 봐야겠죠. 옛날에는 서로 주지를 하기 싫어했습니다. 주지를 맡기면 배낭을 짊어지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고 사찰도 덩달아 부유해지니까 서로 주지를 하려는 세속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승려를 수행자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폐단이 생긴 겁니다. 이익집단이 돼 버렸어요.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겁니다."

- 어떻게 해야 조계종단이 거듭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불가에 삼의일발이라는 말이 있어요. 옷 세벌에 바루(밥그릇) 한 개가 수행자의 삶이어야 하는데 그런 삶이 붕괴된 겁니다. 다시 계율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수행승가공동체성을 회복해야죠. 그나마 재가자들의 움직임이 위안이 됩니다.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이 서울대에서 토론회를 했고, 오는 12월 1일 조계사에서 대중 집회를 합니다. 지난번에 재가불자 1차 선언을 했는데 이때 2차 선언을 한답니다."

- 마지막으로 수천만 재가불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영담 스님은 누구?
불교방송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석왕사(경기도 부천) 주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북공동응원단 추진본부 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윤이상 평화재단 이사장, 재외동포교육재단 이사장, 비영리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 이사장,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조계종 종책(종무정책)모임인 삼화도량 회장이다.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승가 공동체인데, 수행자들이 수행자답지 못하게 생활하니까 재가불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수행자로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스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재가자나 지성인들이 박제불교를 혁파할 수 있도록 자기 목소리를 내어 주셨으면 합니다. 거기에 저도 책임있는 당사자의 한 명으로서, 종도의 한 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하는 진정한 참회의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결국, 영담 스님은 조계종 16대 종회가 개원하던 날 "임시의장으로서 목탁을 칠 수는 없다고 사료되어 의사봉을 놓겠다"면서 의장석을 내려왔고, 다른 의원이 임시의장을 맡아 의장을 선출했다. 영담 스님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참회의 절을 올렸다.


#영담스님#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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