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하고 싶다."자동차에 들어가는 쇠구슬(베어링)을 만들어 오다 사측의 직장폐쇄로 200일 넘게 일손을 놓고 있는 창원공단 내 케이비알(KBR) 노동자들이 이같이 외쳤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26일 오후 셰플러코리아 창원1공장 앞에서 'KBR 투쟁승리,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이들은 1km 정도 거리에 있는 KBR 앞에서부터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이 셰플러코리아 창원1공장 앞에서 집회를 연 이유는 KBR 사측이 이 공장에서 기계를 빌려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자동차 회사에 납품되고 있다.
"KBR 노동자들, 일터 돌아갈 수 있도록 힘 모아야 한다"
KBR 사측은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지난 5월 직장폐쇄를 감행했다. 이어 KBR 사측은 밀양에 있는 공장으로 기계반출을 시도하다 충돌을 빚기도 했다. 최근 법원은 사측이 낸 기계반출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통상임금소송에서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파업·직장폐쇄로 조합원들은 6개월째 임금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지회장 박태인)에는 현재 조합원 48명이 가입해 있으며, KBR과 셰플러코리아 공장 앞에서 집회·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최근 '밥 한 끼 연대'를 결의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소속 전체 조합원들이 KBR 조합원들의 투쟁기금을 모으기 위해 매달 1인당 5000원씩, 6개월 동안 모으기로 한 것. 전체 기금은 3억6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천섭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자본가의 탐욕이 노동자들을 204일 동안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노조 지회 간부가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을 맛봤다"라면서 "KBR 자본은 '노동자들한테 임금 올려주면 버릇 나빠진다' '돈 없는 너네들이 얼마를 버티겠느냐' 등의 막말을 했고, 가정통신문을 보내 가족들을 협박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신 지부장은 "자본가의 못된 버릇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하고, 당당하게 일터로 돌아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전체 조합원들이 '밥 한 끼 연대'를 결의했다, 투쟁 승리를 넘어 또 다른 연대의 상징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인 KBR지회장은 "사측은 기계반출을 하지 않기로 합의해 놓고 어기려고 했으며,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면서 "조합원들은 200일 넘게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함께 투쟁하고 있다, 함께 힘을 모아준 동지들한테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없는 사람이, 배고픈 사람이 힘들어지는 겨울이지만, KBR 동지들이 춥지 않도록 함께 따뜻하게 손을 잡아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 마지막에는 박태인 지회장과 유해종 부지회장이 삭발을 했다. 유 부지회장은 "삭발하니 시원하다, 투쟁해서 시원하게 승리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오는 27일 오후 셰플러코리아 창원1공장을 찾아 사측과 면담에 나선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최근 법원도 KBR 사측의 포장갈이 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라면서 "포장갈이를 통한 '미승인 볼(쇠구슬)'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KBR 노사 갈등 장기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원청사인 현대차의 노조 역시 이 같은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현대차지부는 KBR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