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 27일 오후 6시 22분] 여야가 담뱃세 인상과 누리과정 국고예산 우회지원 등 새해 예산안 쟁점에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혔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에서 담뱃세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은 국회인근 모처에서 40여분 가량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주장이 너무 강해서 오늘 저녁 방안이 있는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라며 "저쪽(새정치민주연합)에서 너무 세게 나오니 아주 부담스럽다. 상임위 개최는 아무래도 좀 힘들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타협과 합의가 될 수 있는지 좀 더 고민해보겠다"라며 "내일은 합의가 되거나 풀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오후 여야 원내대표 간 비공식 접촉이 있었으나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라며 "내일 다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의원님들께서는 내일 모두 대기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예산안 통과 시일인 12월 2일까지 6일이 남은 상황에서 28일 벌어질 여야 협상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2신 : 27일 오후 2시 40분] 누리과정 예산, '일부 국고 지원' 기존 합의사항 재확인여야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한 담뱃세 인상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안전행정위원회에서 담뱃세 인상과 관련한 지방세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은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기존 합의사항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임위원회 잠정 중단을 풀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 이후 누리과정 예산을 비롯한 현안 협의에 나섰다. 양측은 지난 25일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우회지원'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원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교육부가 523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에 야당은 동의를 했지만 새누리당은 예산당국과 예결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날 회동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양당 수석부대표는 "기존 합의사항을 확인했다"라며 "의견 차를 상당히 줄였다"라고 밝혔다. 누리과정 지원예산규모 합의를 묻는 질문에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결손 부분"이라고 밝혔고, 안 수석부대표는 "5233억 원"이라고 못박아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이후 "더 이상 논의가 필요없다"라고 말해 어느 정도 합의 지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했다.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면서 야당의 상임위원회 잠정중단도 철회될 전망이다. 당장 국회 안정행정위원회가 이날 오후 개의돼 담뱃세 인상과 관련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안행위를 열어 여야간 법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안 수석부대표도 "곧 예산부수법안 처리기한인 12월 2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법안소위에서 긴급하게 다루기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야당의 누리과정 예산 요구는 헌법 위반"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예결위원 전원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요구한 누리과정 예산액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소관상임위는 물론, 예산부수법안을 심의 중인 전체 상임위 활동을 파행으로 내몰았다"라며 "이는 국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예결위의 심의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법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는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하고 예결위에서 그를 종합해 본심사하도록 돼 있다"라며 "또한 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새정치연합이 누리과정 예산 지원분으로 '5233억 원'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국회법과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새누리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해야 할 누리과정을 국가가 한시적으로 지원하되 그 방식과 지원액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만큼 소관 상임위에서는 '증액' 의견만 표시하고 나머지는 예결위에서 확정하는 게 합당하다고 수차례 설득했다"라며 "다시 한 번 야당의 열린 자세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국회 선진화법 제정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당내 결집을 보여주는 한편,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명분을 강조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세연·황영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이 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또 다시 국회 파행을 몰고 가는 것은 선진화법 합의정신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반드시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여당 내 가장 온건파이고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입장을 가진 저와 김 의원은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야당과 화합·상생 정치를 하기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1신 : 27일 낮 1시 14분]"나보고 월권하라고?" VS "힘으로 그만 밀어붙여"
누리과정 예산 지원규모를 놓고 파행한 국회가 27일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까지 엿새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야 모두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누리당 김재원·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여의도에서 오찬을 같이 하면서 정상화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여야 모두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 지원규모에 대해) 저한테 각서를 쓰라고 주장하는데 그거야말로 월권"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힘 있는 여당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야당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느냐"라며 이번 파행 사태의 책임을 여당에게 물었다.
'평행선'만 달리는 누리과정·담뱃세·법인세... 12월 2일 예산안 통과 가능?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국회 의사일정 거부를 '정략적 행태'로 몰아붙였다. 특히, 김무성 당대표는 "예산안 처리는 매년 대립과 반목으로 제때 이뤄진 적이 없어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라며 "지금은 선명성 경쟁을 하고 정쟁과 당리당략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누리과정 예산지원규모는) 예산당국과 예결위에서 결정할 문제다, 여당 원내대표보고 이 예산을 보장하라는 각서를 쓰라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라며 "상임위 차원에서 의견을 달아 예결위에 넘기면 예산당국과 예결위에서 협의해 합당한 답을 내놓는 게 법과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담뱃세 인상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 등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결정 주체는 국회의장이고 우리에겐 권한이 없다"라면서 "이건 예산안과 동시에 12월 2일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법인세 인상과 담뱃세 인상 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무엇보다 그는 "경제는 심리다, 경제상황이 대단히 안 좋은데 (법인세 인상하면)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라며 "(법인세 인상을 통해) 순간적으로 세수가 늘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국부 유출 가능성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22%인데 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도 2013년까지 계속 떨어져 23.7%까지 왔고, 싱가포르나 홍콩의 법인세율은 17%대로 떨어져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올리면 어떤 경제적 파장이 오겠나"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도 만만치 않았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는 국회의 파행을 원치 않는다"라면서도 "여야 간사간에 합의하면 수석 부대표가 뒤집고 원내대표간 합의하면 상임위원들이 뒤집는 것은 의회주의에 대한 농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여야 교문위 간사 간 '누리과정 예산 편성' 합의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쪽에서 뒤집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3자 합의 번복에 이어 (양당 원내지도부의) 추가분 합의를 상임위에서 뒤엎었다"라며 "(국회의장은) 대화와 타협, 상호신뢰를 접는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강행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는 일종의 직권상정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어떤 이유라도 해서는 안 될 명백한 예산안 날치기"라며 "새누리당은 대화와 합의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담뱃세 인상 관련 지방세법 예산부수법안 지정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정부·여당은 (지방세법 부수법안 지정에) 급행열차 티켓을 쥔 듯 환호하는데 이 티켓은 날짜가 지난 것"이라며 "지방세법 부수법안 지정은 지자체 예산을 국회가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지방세법은 한 번도 소관 상임위인 안행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적 없다"라며 "안행위의 법안 심사권을 국회의장이 통째로 뺏어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화 "여야 합의 안 되더라도 처리하겠다"그러나 양당 모두 "시간이 없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홍문표 국회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을 만나,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예산안 등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헌법에 예산안 통과 시한이 정해져 있음에도 '지나서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박힌 것 같다, 이것이 DNA화 되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장이 야당 편을 좀 들어달라"는 호소에도 "51대49, 이쪽으로 좀 가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법정시한 내 처리 원칙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예정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오찬이 예산국회 정상화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복귀할 수 있도록 명분도 주고 해야할 것"이라며 "본인들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 뭔지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담뱃세와 법인세 등에 대해서는 "정치적 거래로 조세 체계를 바꾸는 건 민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라며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