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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하천 고유의 풍경을 볼 수 있는 파주시 공릉천 하류.
 자연 하천 고유의 풍경을 볼 수 있는 파주시 공릉천 하류.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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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는 자전거 잡지를 보다가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를 흐르며 지나는 공릉천(恭陵川) 중하류 구간에 자전거 길과 보행로가 생겼다는 기사에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가 개안하듯 눈이 번쩍 띄었다. 작년 가을 자전거를 타고 사적지이자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파주 삼릉(三陵)에 갔다가 처음 만난 공릉천.

삼릉 인근의 천변 길을 여행하다가 멋들어진 편대 비행을 하는 기러기들이 날아다니고, 수많은 철새들이 노니는 갈대밭과 회색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공릉천의 하류 지역을 눈앞에 두고 길이 끊겨 너무 아쉽게 되돌아왔던 기억이 있어서다.

공릉천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 부곡리 개명산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고양시, 파주시의 대지와 벌판을 어루만지며 유유히 흐르다 파주시 교하읍에서 송촌리에 있는 자유로 송촌대교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총길이 45.7㎞의 한강 제1지류다. 상류는 산을 휘돌며 대지를 적시고 중류와 하류는 예전부터 지역에 농수를 공급하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친근한 하천이다. 

산책로가 같이 나있는 공릉천 자전거 길은 고양시 관산동 필리핀군 참전비 앞에서부터 파주시 통일동산 직전의 송촌대교까지 중류와 하류구간에 이어졌다. 자전거 길의 전체 구간은 23.2km이며, 특히 한강과 합쳐지는 하류의 약 3km 비포장 흙길이자 뚝방길에선 감탄이 터져 나오는 공릉천의 숨겨진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여행심을 부르는 교외선 철길, 건널목

 추억이 된 '교외선' 흔적이 아스라히 남아있는 철길과 간이역들.
 추억이 된 '교외선' 흔적이 아스라히 남아있는 철길과 간이역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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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교외선 기차길 옆에서 마주친 목줄 풀린 동네 개들의 고마운 무시.
 한적한 교외선 기차길 옆에서 마주친 목줄 풀린 동네 개들의 고마운 무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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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전철에 애마 자전거를 싣고 대곡역(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에 내렸다. 서울에서 채 1시간도 안 걸려 왔지만, 대곡역에 내리자 막 수확을 마친 배추밭과 단층의 아담한 집들이 맞이하는 동네다. 대곡역은 1962년 개통되었던 교외선 기차역이었다. '교외선'이라는 왠지 여행심을 부르는 명칭은 2004년 교외선 기차노선이 사라지면서 운명을 함께 하게 된다. 인터넷 지도에는 아직도 교외선 기차길과 역명이 남아 있는데 화물수송용 열차가 지나가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교외선 기차가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대곡역에서 교외선 기차길 옆 도로를 따라 대정역, 원릉역, 삼릉역을 차례로 지나면 공릉천이 나온다.     

낙엽이 쌓인 채 길게 이어진 교외선 철로에 가을의 끝자락 분위기가 물씬하다. 철로에 놓인 오래된 침목 하나하나에 신촌에서 교외선 기차를 타고 유원지가 있는 장흥역 혹은 일영역까지 짧은 여행 겸 데이트를 했던 추억이 아련하게 배여 있는 듯하다. 지붕이 있는 야외 대합실 나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고 또 아쉬웠다. 그 땐 스마트폰이 없어서 말이 끊기고 어색할 때를 대비해 월간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세상 속 별별 이야기, 유머 시리즈 등을 열독해 두었다가 그녀에게 들려주곤 했다.  

자전거 탄 이방인을 보고 용맹하게 짖어대는 작은 개가 지키고 있는 주택가 앞 교외선 대정역은 동네 주민들의 쉼터가 됐다. 고등학생 둘이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길래 다가가 모르는 척 기차가 언제 오는지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며 기차가 오지 않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 해준다. 한적하고 쓸쓸한 대정역 기차길과 무인 철도 건널목 주변엔 이 뻔한 세상이 되기 십상인 '이 편한 세상'을 만드느라 대단위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그런 철길가에서 옛날 교외선 기차가 지나다닐 시절에 있을 법한 가게를 만났다. '기차길 옆 국수집', 이 식당의 오래된 여닫이 나무문은 열고 들어가면 8,90년대로 돌아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김을 뿌려 넣은 멸치 육수가 맛깔난 잔치국수로 늦은 아침을 먹고, 교외선 철길가에 있는 보기드믄 식당을 나와 한갓진 길을 계속 달리는데 저 앞에서 자전거 여행자의 천적, 목 끈 풀린 동네 개가 그것도 두 마리나 출몰했다.

급정지를 하고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 시선을 돌리고 딴 짓을 하는 척하며 눈치를 살폈다. 시골에선 사람을 물지 않는 순한 개는 가끔씩 풀어 키우곤 하는데 얘들도 그런 개였다. 바짝 긴장한 자전거 여행자는 아랑곳없이 지들끼리 동네 곳곳을 냄새 맡으며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무시를 당하게 되면 대부분 기분이 나쁜데 이런 '개무시'는 드문 행운이다.   

하천을 가른 보기 드문 인공구조물의 정체 '방어선'

 공릉천의 풋풋한 풍경 가운데 하나인 여유로운 고양이.
 공릉천의 풋풋한 풍경 가운데 하나인 여유로운 고양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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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릉천을 가로막고 있는 요상한 인공구조물의 정체는 전쟁을 대비한 방어선.
 공릉천을 가로막고 있는 요상한 인공구조물의 정체는 전쟁을 대비한 방어선.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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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의 아파트들이 빽빽이 둘러선 교외선 삼릉역을 지나면 테마 동물원 쥬쥬(고양시 덕양구 관산동)가 나오는데 그 앞이 공릉천이다. 인적도 드물고 시골 개천 같은 풋풋한 분위기의 공릉천에 난 멀끔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따라 파주 방향을 향해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공릉천에도 옛 하천의 흔적인 비포장 뚝방(제방)길이 나있어 자전거도로가 따분해지면 바로 위 뚝방길로 올라가 달렸다.

하천을 보다 멀리, 넓게 조망할 수 있는데다 뚝방길가엔 아이들의 귀여운 소란함이 들려오는 어린이집, 도시의 길고양이와 달리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둑길을 산책중인 고양이, 멋진 음률이 들려오는 색소폰 교습소 등을 지날 수 있어서다. 추수가 끝난 논 풍경도 홀가분하게 보여 좋았는데, 이맘때쯤 논 위에 있는 크고 하얀 원통은 벼에서 쌀을 수확하고 남은 짚을 트랙터로 둘둘 말아 포장을 해 놓은 것으로 소 사료로 판다고 한다.   

정다운 풍경 외에 기억에 오래 남을 개사육장도 지나갔다. 시골에 흔히 있는 가축우리 가운데 하나지만, 개사육장이 마음 아픈 건 개들이 질러대는 울부짖음 같은 목소리 때문이다. 검은 천으로 꽁꽁 가려진 축사지만 자전거가 휙 지나가자 짖어대기 시작하는데, 뛰어놀기 좋아하는 본능을 억누르고 죽을 때까지 좁은 철창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스트레스와 울분으로 가득한 짖음이었다.

물길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농업용수 확보용 보가 공릉천에도 여러 개 있었다. 
보 아래의 물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끊기자 수질이 완연히 다르다. 4대강 개발 사업의 문제점과 같은 현장이다. 보 같은 인공구조물이 하천을 막으면 생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하천 지형의 중요 요소인 토사 공급이 차단되며 물의 정체로 수질이 악화된다. 현재 국내 하천에는 크고 작은 보 3만4000여개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공릉천 주변은 도시화 되면서 점차 보의 기능과 용도를 상실해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얼마 후, 국토관리청에서도 없애지 못한 하천 인공구조물을 맞닥뜨렸다. 보처럼 하천을 가로막고 있는데 큰 돌기둥들이 촘촘히 서있는 요상한 모양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천변에서 산책하는 주민들을 붙잡고 여러 번 물어본 끝에 강아지와 산책 나온 칠순의 할아버지에게서 그 정체를 알게 됐다.

전쟁에 대비해 탱크나 군용트럭이 못 지나가게 만든 '방어선'이란다. 6.25전쟁과 월남전까지 겪은 할아버지는 전쟁이란 일어나선 안 될 정말 잔인하고 무서운 것이라 강조하셨다. 그래서일까 잠시 나눈 얘기 중에 당신이 경험한 구체적인 전쟁관련 이야기는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공릉천 위를 지나는 여러 개의 송전탑만큼이나 살풍경인 '방어선'은 하류에도 나있었다.  

달콤한 설탕 냄새를 풍기는 계수나무가 사는 파주 삼릉

 아무도 찾지 않은 늦가을 날의 한적하고 쓸쓸한 왕릉을 홀로 산책했다.
 아무도 찾지 않은 늦가을 날의 한적하고 쓸쓸한 왕릉을 홀로 산책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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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삼릉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맡아 보라며 보여준 계수나무 낙엽에선 정말 달콤한 설탕냄새가 났다.
 파주 삼릉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맡아 보라며 보여준 계수나무 낙엽에선 정말 달콤한 설탕냄새가 났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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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하천이지만 한강 권역의 한강 수계에 속하는 한강의 제1지류다. 서울에서 가깝고 상류 계곡 안에서도 곡류가 심해 경치가 수려하고, 유속도 빠르지 않다. 하천의 연안엔 고려시대 공양왕의 무덤과 백제의 최영 장군 묘, 인조가 잠든 장릉을 비롯한 조선왕조의 여러 무덤으로, 현대엔 송추·일영·장흥 유원지로 개발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공릉천 중류지역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국가 사적지가 파주 삼릉(사적 205호, 파주시 조리읍)이다. 삼릉(三陵)은 공릉, 순릉, 영릉을 말하는 것으로 조선전기 수양대군이 단종과 여러 신하들을 죽이고 피바람을 일으킨 계유정난의 설계자 한명회가 권세에 오른 후 두 딸이 왕비(각각 세자빈과 원빈)가 되었으나 모두 십 대의 꽃다운 나이에 죽자 두 딸을 위해 조성한 능역이다. 영릉은 영조의 맏아들로 왕세자가 되지만 1728년 11세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진종(효장세자) 부부의 무덤이다. 이후 동생 사도세자가 왕세자가 된다.

조선 8대 임금 예종의 원비(元妃)인 장순왕후(章順王后)의 무덤 '공릉'은 공릉천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공릉천은 일제강점기 때 유려하게 구부러진 하천의 모양을 따서 곡릉천(曲陵川)으로 바뀌기도 했다. 파주시는 하천의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였고 2009년에 가서야 공릉천으로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상당부원군(上黨府院君) 한명회의 딸로 1460년(세조 6) 세자빈에 책봉되었으나 그만 이듬해 어린 나이에 산후병(産後病)으로 죽고 만 사연이 있는 공릉 가는 산책로엔 소나무 외에 큰 키와 겨울에 잎이 지는 특성으로 왕릉의 경관용으로 많이 심은 갈참나무, 옛날엔 오리(五里)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살고 있었다. 나뭇잎 몇 개만 달랑 남아있는 겨울 초입의 나무들은 앙상해 보였고, 나무를 비추는 한낮의 따스한 햇살마저 여위어 보였다. 나목(裸木)에도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데 내겐 아직 그런 안목은 없구나 싶어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헐벗은 나무들 주변을 서성거렸다. 

늦가을 아무도 찾지 않는 삼릉의 푹신한 흙길 산책로를 거닐다 마주친 한 무리의 그 계수나무들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관상용으로 일본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노란 단풍이 예쁘고 떨어진 낙엽에서 설탕을 끓인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표소 입구에서 삼릉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낙엽을 쓸고 따로 봉지에 담아 놓은 계수나무 잎에선 놀랍게도 저녁마다 집에 가는 날 유혹하던 동네 빵가게 냄새가 났다.
    
철새들이 사는 갯벌과 갈대밭이 펼쳐진 공릉천의 진면목

 파주시에서 인증한 명물 이발관 '여로 이용원'은 금촌 시장에 가면 있다.
 파주시에서 인증한 명물 이발관 '여로 이용원'은 금촌 시장에 가면 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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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 가는 길을 떠올리게 했던 갈대밭, 갯벌 풍성한 공릉천 하류.
 순천만 가는 길을 떠올리게 했던 갈대밭, 갯벌 풍성한 공릉천 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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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도 먹을 겸 공릉천에서 가까운 경의선 전철역으로 갔다. 공릉천변의 역답게 이름이 금릉(金陵)역이다. 금릉역 앞에 멀끔한 가게와 식당들이 많았지만 이왕이면 동네 시장에 가서 먹고 싶어 한 주민에게 물어 보았더니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있는 정다운 이름의 금촌 시장을 알려 주었다. 매 1일과 6일마다 오일장도 열리는 큰 시장이다.

다양한 모양의 칼을 갈아주는 노인, 쇠통을 두 대나 갖추고 노부부가 운영하는 뻥튀기 가게, 옛날 쇠가위로 구성진 가락을 지어내며 손님을 끄는 울릉도 호박엿 장수, 양 다리에 장애가 있어 앉아서 다니는 아저씨도 시장통에서 당당히 손수레를 끌며 장사를 하는 등 오래된 전통의 시장임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자전거 여행자에겐 시장통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한 이발관이 마음에 들어왔다. 처음엔 '여로 이용원'이라는 서정적인 이발관 이름 때문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43년 경력의 피부 고운 이발사 아저씨와 이발 후 머리를 감아주는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있어 더욱 맘에 들었다. 2대에 걸쳐 이어진 이발관이라더니, 한쪽 벽에 파주시가 파주 최초의 이발관을 인증하는 '으뜸이' 명패가 붙어 있었다.       

오일장날의 장터에서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다시 공릉천으로 들어서니 하천 풍경이 한결 여유롭게 보였다. 한동안 하천이 안 보이게 무성하게 자란 갈대밭과 자전거 도로만 이어졌지만 점심밥 소화시킨다는 생각으로 운동하듯 열심히 달렸다. 하류 쪽으로 갈수록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고 한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과 함께 드러난 초겨울 풍경은 단순하고 헐벗었다. 풍경에 눈이 안가니 시선은 자연스레 내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내면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힘찬 목소리를 내며 연이어 하늘을 날아 다니던 기러기들의 멋진 편대 비행.
 힘찬 목소리를 내며 연이어 하늘을 날아 다니던 기러기들의 멋진 편대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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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릉천 하류는 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보금자리다.
 공릉천 하류는 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보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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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계속 흘러가는데 갑자기 자전거 도로가 뚝 끊겨 버렸다. 자전거를 타고 온 몇몇 주민들도 이곳까지만 달리고 쉬고 있었다. 길은 비포장 뚝방길로 바뀌어 이어지는데 바로 공릉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3km 가량의 하류 구간이다. 그동안 달려온 도시 하천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자연 하천 그대로의 풍광이 펼쳐진다. 비포장 흙길이라 자전거도로처럼 속도는 안 나지만 그 덕에 하천과 하천에 기대어 사는 동식물들을 천천히 마음속에 담을 수 있다.  

점점 하천폭이 넓어지더니 드문드문 서있는 키 큰 나무를 품고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질펀한 회색빛 갯벌이 나타나 여행자를 놀라게 했다. 바람이 불적마다 물결치는 갈대의 군무는 쓸쓸함을 넘어서 말못할 아름다움과 감동이 느껴졌다. 마치 전남의 명소 순천만으로 흘러가는 순천 하류를 떠오르게 하는 하천길이다. 뚝방길 오른쪽은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임금님 진상품 파주 경기미가 나오는 들녁이다. 너른 들판 너머로 조선시대 인조의 능인 파주 장릉이 있다 (장릉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비공개 능). 왕릉이 자리할 만큼 주변의 지형 또한 아름답다.

이곳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지역이기도 해, 왜가리·중대백로·흰뺨 검둥오리·청둥오리 등 새들의 먹이 터이자 보금자리다. 머리 위 하늘에선 거위와 비슷한 목소리의 기러기들이 떼로 편대 비행을 하며 날아가는데, 주변에 사람은 없었지만 철새들이 놀랄까봐 속으로만 감탄을 삼켰다. 공릉천의 백미인 하류에 자전거도로를 깔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천 하류 습지에 길을 내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만들고 사람들의 소음이 들려오면 아마 저 새들은 모두 쫓기듯 다른 곳으로 떠나갈 것이다.

오후 5시가 넘어서자 공릉천 너머 한강으로 벌써 뉘엿뉘엿 해가 지려하고 그림자가 길어졌다. 자전거 핸들을 꺽어 금릉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노을이 내려앉고 있는 갯벌은 놀랍게도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페달질을 멈추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고, 하천 곳곳에 앉아 쉬고 있는 철새들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 주요 자전거 여행 길 : 경의선 전철 대곡역 – 교외선 기차길 – 쥬쥬 동물원, 공릉천 – 파주 삼릉 - 금촌시장 – 공릉천 하류 뚝방길 - 경의선 금릉역

덧붙이는 글 | 지난 11월 26일에 다녀왔습니다.



#자전거여행#공릉천#파주 삼릉#금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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