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혁명을 억압하며 8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혈 진압에도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자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월 30일(현지시각) 무바라크 무죄 선고에 분노한 이집트 시민 수천 명이 수도 카이로의 타흐히르 광장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경찰과 충돌해 또 2명이 숨졌다.
전날 이집트 카이로 형사법원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이집트 혁명 당시 시위대 유혈 진압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무바라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무바라크는 이 혐의에 대해 이미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증거 부족과 재판 절차의 오류를 이유로 재심을 요청했고, 결국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무죄가 결정됐다.
법원 앞에 모여 판결을 기다리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오열했고, 한 이집트 언론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850명의 희생자가 마치 집단자살한 것처럼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무바라크는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강조하며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성난 시위대는 이집트 혁명이 시작됐던 '민주화의 성지' 타흐히르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집트 경찰, 시위대 유혈 진압... 2명 숨져 약 2000명의 시위대는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아랍의 봄을 떠올리며 반정부 구호를 외쳤고, 곧바로 출동한 군경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경찰이 시위대를 두들겨 패는 등 또다시 유혈 진압이 벌어졌고, 결국 최소 2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또한 경찰은 시위대 1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무바라크 측과 대립하는) 무슬림형제단 단원들이 이번 시위에 참가한 것이 확인됐다"며 "그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자 결국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럼에도 시위대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카이로를 넘어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무바라크 무죄 선고가 '제2의 이집트 혁명'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