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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남소연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정윤회(59)씨가 지난 4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연락을 취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는 정씨나 청와대 측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앞서 정씨는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당선 후에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 한 번 한 게 전부"라며 "3인 비서관과는 그런 것도 없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 역시 지난 7월 운영위에서 "2003년인가, 2004년 정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1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4월경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로 일절 연락을 하지 않는 것처럼 하던 정씨와 이 비서관이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정윤회씨가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로 정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받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조 전 비서관은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정씨)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라며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을 해보고요'라고 답변했으나 통화는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4월 15일 홍경식 민정수석이 불러 가보니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라며 그만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즉, 정씨의 통화를 거부한 지 나흘 정도만에 사퇴 권고를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나의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정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안봉근 비서관, 경찰 인사 검증 당시 '책임질 수 있냐'고 물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업무 당시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빚었던 갈등도 소상히 밝혔다. 무엇보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자신의 업무영역도 아닌 경찰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작년 10월 말인가 11월 초인가, 청와대에 들어올 예정인 경찰관 1명에 대해 검증을 하다가 '부담' 판정을 내렸다, 쓰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다"라며 "그랬더니 안 비서관이 전화해서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문제가 있다,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때 2부속실에서 왜 경찰 인사를 갖고 저러는지 이상했는데 한 달 뒤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 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라며 "더 기가 막힌 것은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안 비서관이 '막후'에서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 조 전 비서관은 "(단수로 찍은 경찰인사 명단은) 민정수석이 줬는데 결국 제2부속실 아니겠나, 당시 경찰 인사는 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단수로) 찍어서 내려온 인물이 보안 유출로 쫓겨난 사람, 옛 정무직을 했던 사람의 전 부인과 동거하는 사람 등 하자가 많은 인물들이었다"라면서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수석을 통해 실장에게 보고했고 그 인사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올봄에 청와대에 근무하는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다"라며 "이 비서관에게 '2급이면 인사 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버렸다"고 말했다.

매번 '문고리 3인방'과 충돌하는 자신을 겨냥한 '인사 보복'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7월에 내 밑에 있던 4, 5급 직원들이 각 기관으로 원대복귀했다, 각자 기관으로 돌아가 일을 잘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또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기춘) 실장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 대통령이나 김 실장이 4~5급 직원을 어떻게 알겠느냐,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말을 듣고 실천에 옮긴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나는 박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의 워치도그(watchdog·감시자) 임무를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면서도 "그 배후가 정윤회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즉답 피하는 청와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위 드러날 것"

청와대와 여당은 조 전 비서관의 '폭로'에 당황하고 있다. 그동안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사실무근으로 규정한 것을 뒤집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의 국정개입 사실까지 드러났다.

청와대는 일단 즉답을 피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반응을 듣기 위해서 (이 비서관 등에게) 전화해보지 않았다"라면서 "지금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는 검찰 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갖가지 주장"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수사 과정에서 진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이 비서관의 반론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언론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안 비서관의 경찰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보자"라며 "그것도 논리적으로 살펴보면 문서의 진위와 관련된 것이므로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개인적으로 이재만씨가 됐던, 또 누가 됐건 연락하고 그럴 수 있겠다"라고 주장했다.

"서로 연락을 끊고 지낸다"는 해명을 뒤집는 증언이 나오자, "개인적 만남일 뿐"이라고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홍 의원은 "만날 수는 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요한 것은 이분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국정에 대해서 논의하고 여러 정보를 주고받고 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 출신의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청와대에서 공직기강 관련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청와대를 나와서 수사기관을 통해서 밝혀져야 할 사실을 서로 경쟁하듯이 인터뷰를 하면서 외부에 발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정윤회#이재만#조응천#안봉근#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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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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