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촉발한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며 기소된 송경동 시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박래군 인권중심사랑 소장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일 오후 부산지방법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으로 기소된 송 시인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정 부대표와 박 소장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총 5차례 벌어진 희망버스 운동의 상당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송 시인에 대해서 만큼은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송 시인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이외에도 2010년 기륭전자와 동희오토에서 있었던 집회 등에 참여한 것을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각각 판단했다. 당사자들은 재판부의 판결에 강력반발하며 재판 직후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선고가 끝난 뒤 부산지법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송 시인은 "희망버스 운동은 어떤 개개인이나 집단이 무엇을 지시해서 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만연한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터져나온 사건"이라며 "일개인이 주도한 것처럼 (판결)한 것은 재판부가 희망버스 운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무지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희망버스 전과정은 무척이나 평화로운 시민행동이었는데 이게 마치 불법 행동이었던 것처럼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송 시인이 현재 보석 상태로 다른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장 "법원이 노사관계 악화를 유도" 비판벌금형을 선고받은 박 소장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의 배경을 두고 "법원의 보수적인 성향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곧바로 항소를 통해 희망버스의 의미가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향후 이어질 희망버스 관련 재판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오늘은 3인에 대한 선고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15명의 희망버스 승객의 무공판 기소가 진행된 상태이고 130명이 약속기소가 되어있는 상태"라면서 "변호인단 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 담아서 이후에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갖도록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참가자들은 정작 자신들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희망버스는) 한 여성 노동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의 자발적 행동에 오히려 경찰이 개입해 문제가 커졌다"면서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의 문제가 다 해결되고 이후 노사관계가 잘 되어가는데 법원의 이런 판단을 내리면서 노사관계 악화를 유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309일간 한진중공업 내 크레인에 올라 고공시위를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이번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실체가 없는 시민운동이자 저항운동에 대한 책임을 송경동이란 개인에게 다 묻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재판부가) 사측 또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많은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다면서도 실형을 선고했다는 게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