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나카페는 광명시의 명소가 아니다. 대부분의 카페처럼 커피와 몇 가지 음료, 그리고 빵과 쿠키 등의 간식거리를 판다. 그렇다고 평범한 카페는 아니다. 보나카페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편안하고 쾌적한 카페와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나카페를 소개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이 카페를 좋아하고, 찾아주고, 응원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광명시에는 보나카페가 네 곳 있다. 광명시청 민원실에 1호점이 있다. 광명시 여성회관에는 2호점이, 광명시민체육관에는 3호점이, 광명장애인복지관 별관에 4호점이 있다. 보나카페가 있는 장소를 하나씩 짚어보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광명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광명시의 후원과 지원으로 만들어진 카페가 바로 보나카페다.
'보나(Bona)'는 라틴어로 '착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보나카페는 '착한 카페'라고 풀이할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이 만드는 착한 커피를 착한 값으로 파는 곳이 보나카페다. 보나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지적장애인들이다. 보나카페는 지적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근로장애인과 훈련생들이다. 보나카페의 수입으로 이들에게 급여와 훈련비를 지급한다. 그러니 되도록 많은 이들이 찾아와 매상을 올려주어야 보나카페는 자립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나카페에 많은 이들이 찾아주기를 바란다.
'착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에 1500원
광명시청 보나카페 1호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2012년 4월. 보나카페 덕분에 시청 민원실에는 늘 은은한 커피향이 감돌게 되었다. 보나카페가 운영을 시작한 지 2년 반이 훌쩍 넘은 지금,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가 되었다. 시청 민원실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발길이 늘었다.
처음에 커피 한 잔 값은 1천 원이었다. 하지만 너무 값싸게 팔다보니 이윤이 남지 않아 1500원으로 올렸다. 그랬더니 수입이 조금 늘었단다. 솔직히 1500원도 싸다. 커피를 중저가로 파는 카페도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유명 브랜드 카페의 커피는 5천 원을 훌쩍 넘어 만 원 가까이 하는 곳도 있지 않나. 그런 곳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싼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커피가 비싸다고 타박하는 이들도 더러 있단다. 장애인들이 파는 커피니 더 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아팠다. 콩다방이니 별다방이니 하는 별칭으로 불리는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 값이 아무리 비싸도 비싸다는 타박을 하지 않는다. 비싸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작 1500원, 2천 원이 비싸다고 불평을 한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광명시청 민원실 보나카페에서 일하는 23세 청년은 지난해 4월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단다. 커피를 내리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커피를 내리고 종이컵에 담아서 내민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얼른 카운터 아래로 숨는다. 얼굴이 나오는 게 싫단다.
보나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은 수줍음을 많이 탄다. 그래서 말을 걸기 조심스럽지만 표정은 다들 밝다. 그래도 말을 걸면 커피 만드는 게 어렵지 않고, 쉽다는 얘기를 하고, 일하는 것도 좋다는 이야기도 한다.
광명시청 민원실 보나카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일 것이다. 이들은 점심시간에 자연스럽게 보나카페를 찾고, 시청을 방문하는 이들도 그곳으로 이끈다. 착한 가격의 맛있는 커피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그 말, 맞다.
나를 보나카페로 처음 이끈 이도 광명시 공무원들이었다. 맛있는 착한 커피를 사겠다기에 따라갔더니 민원실에 있는 보나카페였다. 착한카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자주 찾아달라고, 그리고 널리 홍보해달라고 그이는 신신당부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우동도 인기... "많이 찾아 주세요"
그 뒤부터 광명시청에 갈 때면 보나카페에 들르게 되었다. 보나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민원실의 널찍한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보나카페에서 산 커피를 들고 바로 옆에 있는 출입문을 나가면 넓은 테라스가 펼쳐진다. 이곳에는 파라솔을 꽂은 둥근 탁자들이 놓여 있다. 이 탁자는 광명시에서 마련했다.
보나카페 1호점이 문을 연 6개월 뒤, 광명시 여성회관에서 보나카페 2호점이 문을 열었다. 3호점은 2013년에, 올해 4월에는 장애인복지관 별관에 4호점을 열었다.
보나카페 4호점은 보나카페 가운데 가장 카페다운 공간이다. 널찍한 실내는 햇볕이 따사롭게 스며들어 안락한 느낌을 안겨준다. 카페 안쪽에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 여러 가지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보나카페 4호점은 커피와 차, 빵, 쿠키 외에도 가볍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우동을 판다. 처음에는 잔치국수와 카레 등도 메뉴에 포함되었지만,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준비하기가 벅차 지금은 우동만 팔고 있다. 우동 값은 4천 원으로 역시 착한 가격이다. 우동 국물은 장애인복지관 지하 식당에서 직접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다는 것이 김영민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 직업재활교사의 설명이다.
싸고 맛있어서 찾는 이들이 많단다. 보나카페 4호점의 우동이 대박을 쳐서 많은 이들이 먹으러 가면 좋겠다.
보나카페에서 파는 빵이나 케이크, 쿠키 역시 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의 '위드 베이커리'에서 직접 만든다. 위드 베이커리 역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양질의 재료로 만든 빵으로 값싸게 팔고 있다.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해야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맛도 좋다.
보나카페 1호점에 비해 4호점의 매상은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는 게 김 교사의 얘기. 아무래도 장애인복지관이 후미진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신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이 이용한단다.
현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지적장애인은 30여 명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자격증 시험이 있을 때 신청자들을 모아서 교육을 했다. 이렇게 자격증을 딴 이들이 4개의 보나카페와 장애인복지관에 있는 해누리카페에서 근로장애인과 훈련생으로 일하고 있다.
보나카페가 문을 열면서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게 김광수(광명장애인보호작업장) 실장의 말이다. 특히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덕분에 장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바리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일반 카페나 커피전문점에 취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나카페에서는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고 격려하지만 다른 곳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보나카페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김광수 실장은 "보나카페가 많아지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게 되겠지만, 현재 운영 중인 보나카페가 운영이 잘 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광명시에서 제공하는 공간이라 임대료 등이 들지 않아서 커피와 음료, 빵, 쿠키 등을 싸게 팔고 있지만, 아직은 기대한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상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이광수 실장의 설명이다.
"보나카페를 통해서 버는 것은 전부 여기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갑니다. 급여와 재료비 등으로 전부 쓰이는 거지요. 많이 팔면 팔수록 이 친구들의 급여가 올라갈 수 있어요. 많이 찾아주시면 이 친구들이 신나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겁니다."이광수 실장의 말이다. 광명시청 근처나, 여성회관 부근, 광명시민체육관, 장애인복지관 근처에서 약속을 잡는다면 보나카페를 약속장소로 잡는 건 어떨까? 맛있는 커피를 부담없는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