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가 고리원전 인근의 해수를 식수로 바꿔 지역에 공급하려던 계획을 세웠다 주민 반발에 막혀 연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까지 나서 방사능 물질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이 사업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아래 상수도본부)가 하루 4만5000톤가량의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해수담수화시설을 최근 준공하면서 시작됐다. 상수도본부는 고리원전 인근 지역인 기장군 대변리 앞바다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기장군 지역 주민들에게 이 물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3만여 가구 식수로 이 물을 사용하게 된다.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주민들은 물론 기장군까지 나서 반발하고 있다. 기장군은 지난 2일 상수도본부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기장군은 "원전 인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주민의 생명줄인 먹는 물까지 위협받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하고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했을 때 발생하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상수도본부에 있다"고 밝혔다.
"방사능 문제되자 부랴부랴 대책 세우는 상수도본부 못 믿어"특히 최근 환경단체가 원전 주변 해조류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을 검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법정 수돗물 검사 항목으로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측정할 수 없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해수담수화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일단 상수도본부는 반대에 밀려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이것이 사업의 철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수도본부는 "(삼중수소를) 내년부터 감시항목에 포함시킬 예정"이라면서 내년 초로 수돗물 공급시기를 잠정 예정하고 있다. 동시에 상수도본부는 수돗물 공급 전까지 설명회와 시음회를 갖는 등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한 수돗물을 식수로 공급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민정 기장해수 담수화반대주민대책위 대표는 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있기 전까지 상수도본부는 이번 사업을 일반 상수도 기준에만 맞춰 이상이 없다고 발표해왔다"면서 "방사능이 문제가 되자 부랴부랴 대책에 나서는 상수도본부를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책위 측은 향후 해수담수화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상수도본부에 해수담수화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오는 6일에는 기장군청 앞에서 이번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