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구름도 신묘하다 뜬 돌 전설 하나 품을 만하다 -이상옥의 디카시 <저문 부석사>우리나라 사찰들이 자리한 곳치고 명소가 아닌 데가 없는 듯하다. 특히나 사찰을 가는 길목은 아름드리 나무들로 빼곡해서 도회지인들에게는 매혹적이다. 초겨울 저문 부석사는 한산해서 을씨년스러웠지만, 그래서 더욱 신비로웠다.
초겨울 저문 부석사... 신비로움 더해부석사로 오르는 길은 석축과 돌계단이 인상적이다. 부석사를 창건할 당시 비탈을 깎아서 절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석축을 쌓고 돌계단을 만들었겠지만, 극락에 이르는 16가지 방법 중 마지막 세 방법인 3품 3배관의 9품 만다라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천왕문에서 요사체로 오는 계단이 하품단, 범종루까지가 중품단, 상품단은 범종루에서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 앞까지라는 것이다.
불교에 문외한이라 그 깊은 뜻은 잘 모르겠지만, 무량수전까지 오르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며, 속세를 떠난 수도자의 길이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석사는 통일신라시대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절 지을 때의 일화 또한 흥미를 끈다. 뜬 돌의 전설이다. 의상대사가 당나라 양주에 이르러 병이 나서 양주성의 수위장 집에 머물렀는데, 그 집 딸 선묘 낭자가 의상에게 연정을 품게 됐다. 그때 의상의 나이 37세이고, 서묘는 17세쯤 됐다고 한다.
의상대사는 몸이 완쾌되자, 종남산 지상사로 공부하러 떠난다. 10년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선묘의 집을 찾았지만, 못 만나고 배를 탔다. 뒤 늦게 소식을 안 선묘는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되어 의상의 배를 호위했다. 의상이 신라에서 절터를 발견하고 절을 지으려 했으나 방해하는 무리가 있어 애를 먹는 터에, 선묘의 도움으로 집채 같은 바위를 세 번이나 공중에 뜨게 하는 조화를 부려 물리치고 절을 지을 수 있게 됐다는 것.
의상대사가 뜬 돌의 공력으로 부석사 창건부석사에는 용이 되어 의상을 도운 당나라 처녀 선묘 낭자의 추모각이 있고, 서쪽편에 '부석'이라고 새겨진 큰 돌덩이 있다. 의상대사가 뜬 돌의 공력으로 절을 짓게 됐다고 부석사(浮石寺)라 이름 지었다는 것은 널리 아려진 사실이다.
부석사가 창건될 때도 러브 스토리가 내재하고 있었다니, 사랑의 힘은 참 세기는 센가 보다.
덧붙이는 글 | 2004년부터 '디카시'라는 새로운 시 장르 운동을 해오고 있는바, 오마이뉴스를 통해 디카시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는 시인으로 반년간 '디카시' 주간이며 창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