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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각계의 의견을 듣겠다며 추진한 '국민포럼'이 공무원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정부가 추진한 설명회마저 파행을 겪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1월 30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라는 공문을 시달했다. 이어 오는 10일까지 설명회를 열고, 11일까지 결과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자치 단체들은 이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 소속 직원의 설명회 참여를 유도했지만, 공무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 설명회 자체를 하지 않는 자치 단체까지 생기고 있다.

공무원 연금 설명회 포기하는 곳 속속

 8일 오후 충북 청주시청 4층 대회의실. 이곳에서 공무원연금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직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빈의자들이 정부에서 자치단체에 내려보낸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8일 오후 충북 청주시청 4층 대회의실. 이곳에서 공무원연금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직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빈의자들이 정부에서 자치단체에 내려보낸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조

충북 청주시는 지난 8일 오후 시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연금 설명회를 하려 했지만, 공무원노조 임원 5명이 참석해 넓은 회의실을 지켰다. 직원이라곤 정부에서 보내준 동영상 보여주기 위해 온 직원 2명이 고작이었다.

전북 남원시와 전주시, 충북 영동군, 전남 무안군 등은 설명회 자체를 포기했다. 공무원 단체의 반발도 있었지만, 소속 직원들의 불만을 키울뿐더러 가뜩이나 세금 도둑으로 몰려 바닥친 직원 사기가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담당 부서들이 밝힌 포기 이유였다.

세종시 정부 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지난 8일 오후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연금개혁 합동설명회를 진행했다. 애초 800명을 참석시켜 설명회를 할 계획이었지만 참석한 인원은 100여 명 남짓이었다. 또 강사의 뒤편에선 공무원 단체 회원 10여 명이 '정부의 연금기금 부당사용 30조부터 갚아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침묵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2일 경남도청 인재개발교육원에서 개최하려던 공무원연금 개혁 설명회도 교육 참가 공무원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인사혁신처는 교육원 측이 준비한 한 정규 프로그램에 연금 설명회를 억지로 끼워 넣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십시일반 고통 나누자 vs. 사회적 협의체 구성이 먼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에서 열린 합동설명회에 참석해 공무원들의 연금 개혁 동참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행정자치부·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등 7개 부처 공무원 17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처장은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은 십시일반이라는 말처럼 서로의 작은 고통을 나눠질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들이 고통 분담을 이해해줘야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한 "공무원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산다"며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헌신이라고 말하는데, 국민으로부터 존중받아야만 공무원으로 오래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만 공무원연금 제도가 더욱 탄탄하게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제도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며 "연금 재정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고령화와 저출산이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진행됐기 때문에 악화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금제도를 이번에 고치지 않으면 개선할 기회를 잃어버려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나는 공무원이 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헌신의 대가도 필요하다"며 "그 문제는 제가 반드시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공무원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보상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드리겠다"고 말해 공무원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처장의 설명에도 공무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던 공무원들은 연금 재정의 적자 원인과 OECD 회원국들에 비해 우리 정부가 연금 비용 부담률이 너무 낮은 문제, 사용자로서의 정부 책임 등에 대한 분노를 쏟아 냈다.

"정부 책임, 왜 공무원에게 돌리나"

 8일 오후 충북 청주시청 4층 대회의실 진행되는 연금 설명회에 참석하려던 직원들이 공무원노조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자 발길을 돌이고 있다.
8일 오후 충북 청주시청 4층 대회의실 진행되는 연금 설명회에 참석하려던 직원들이 공무원노조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자 발길을 돌이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조

공무원 한아무개씨는 "박봉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연금 바라보며 현장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며 "공무원들 성실히 기여금 내고 책임을 다했지만, 정부가 공무원연금 기금에서 편법으로 가져다 쓰면서 개정이 악화 됐다"고 분노했다. 이어 "정부는 책임지지 않고 공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사용자로써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무원 성아무개씨는 "외국 정부와 비교해도 한국 정부의 공무원연금 재정에 대한 부담률은 터무니없이 낮다"고 꼬집었다. 실제 OECD 회원국인 일본은 27.7%, 미국 35.1%, 독일 56.7%, 프랑스 62.1% 등을 정부가 부담하지만 한국 정부는 12.6% 정도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칼을 빼든 데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 이도 있었다. 최아무개씨는 "재정적자는 연금 개혁의 표면적인 이유"라며 "100조 원을 말아먹은 4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을 덮기 위한 새누리당과 정부가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하고 화제를 돌리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김성광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며 "군사 작전하듯 시기를 정해놓고 연금 개정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서 공적연금 전반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공무원u신문에도 송고 합니다.



#공무원연금#전국공무원노조#이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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