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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남태령 지하철 터널에서 고압살수차를 동원해 지하철 터널 내부에 붙은 먼지와 부유분진을 초고압으로 제거하고 있다(2014.4.11).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 서초구 남태령 지하철 터널에서 고압살수차를 동원해 지하철 터널 내부에 붙은 먼지와 부유분진을 초고압으로 제거하고 있다(2014.4.11). ⓒ 유성호

서울시가 2016년 말 완전통합을 목표로 서울 메트로(1호선~4호선)와 서울 도시철도공사(5호선~8호선)의 통합을 10일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들이 요구했던 내용을 서울시가 수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서울 지하철의 시민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변화라는 관점에서 통합이 잘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1994년 서울 도시철도공사를 설립하면서 지하철을 분할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동일지역에서 동종업종 (공)기업을 복수로 설립해서 운영하면 경영성과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어서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전문적인 용어로는 비교잣대경쟁(yardstick competition)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공사 모두 서울지역 내에서 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므로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점 공기업으로 운영될 때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공기업을 애써 분할하는 것이므로 인원과 업무의 중복, 각종 시설·장비·물품 등의 자산 중복, 조직 이원화로 운영의 비효율성과 안전 문제 등을 필연적으로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기업 분할은 분할의 효과가 비용보다 높아야 타당한 사업이 된다. 하지만 대중교통의 특성상, 애초에 경쟁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용 시민들은 접근성과 종착점을 고려하거나 연계교통 이용의 편리성 등의 이유로 지하철 노선을 선택할 뿐이다. 서울 메트르와 서울 도시철도공사라는 브랜드를 비교하고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심지어 서울 시민들은 서울 지하철이 분할되어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거대노조 견제라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서울 도시철도공사가 서울 메트로와 통합으로 운영되면 정부 정책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조 견제라는 목적으로 지하철 운영체제를 변경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므로 적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원순 시장은 통합공사에 노동이사제와 경영협의회 운영 등을 골자로 하는 참여형 노사관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므로 이러한 거대노조 견제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통합이 가져올 효과

 지난 5월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모습.
지난 5월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모습. ⓒ 이희훈

그러면 통합의 효과를 한번 살펴보자. 일단 인건비 절감과 현장인력 강화를 통해서 재정절감은 물론 지하철 안전 확대도 가능하다. 사회공공연구원(2013)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업무가 중복되는 양 공사의 본사인력은 1025명(본사지원인력까지 포함)인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런데 통합으로 본사를 통폐합하고 이 인력을 현장인력으로 전환한다면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현장의 신규채용 규모(2014년~2017년까지 양 공사에서 총 2593명 정년퇴직)를 많이 줄일 수 있다. 현장인력이 늘어나므로 지하철 안전을 강화할 수도 있으며 1025명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면서 그만큼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각종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상적인 비품과 물품을 대량 구매할 수 있어서 할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호선별로 분할되어 있는 고가의 시설과 장비 등의 표준화가 가능해지면서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양 공사가 보유한 자산을 효율적으로도 이용할 수도 있다.

2014년에만 양 공사의 적자가 4000억 원(하지만 많은 부문이 낮은 요금과 공익서비스-무임승차, 환승할인 등- 에 기인한 것임)에 이르는 상황에서 통합으로 비용을 줄인다면 공사의 경영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양 공사 통합으로, 박원순 시장도 통합 발표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수도권 광역교통체계를 통합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구조조정 불안감을 뚫고 노조와 공감대 형성한 까닭 

보통 (공)기업 통합은 종사 노동자들의 반대를 불러오는데, 아무래도 통합이 되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지위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 박 시장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노조와 공감대가 형성될 때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 왔다.

지난 11월 28일에는 서울 지하철 노조(서울 메트로 제1노조)가 임종석 정무부시장과 한 면담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 방식의 통합은 없으며 통합 과정에서 노조 참여와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합의 5대원칙을 제시했고, 임 부시장도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사회공공연구원(2013)은 서울 메트로 조합원의 64.5%, 도시철도공사는 85.5%가 통합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은 지하철 분할의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합이 되더라도 지하철은 호선별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 지하철 통합은 다른 공기업 통합의 경우처럼 극심한 노·정 간 대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양 공사에서 대표적으로 중복업무를 하고 있는 본사는 통합폐합 되면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서울시가 밝힌 원칙대로 진행된다면 업무장소가 본사에서 현장으로 전환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본사 관리직들과 고위직들은 업무가 바뀌고 승진 문제도 있으므로 반발이 클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통폐합 되는 본사소속 노동자들(대부분 관리직으로서 대체로 노조에 소속되어 있지 않음)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외부적 문제도 예상된다. 바로 서울시 지하철 통합과 관련한 정치적 해석이 난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선주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박 시장이기에 지하철 통합이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이나 준공영제 정책처럼 대선용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만약 지하철 통합이 정치적인 쟁점이 된다면 될 일도 안 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지하철 통합은 지하철 분할 문제를 해소함은 물론 시민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하철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서발 KTX가 남아있다 

2013년 6월 14일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의 분할을 골자로 하는 철도 민영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 해 연말에는 수서발 KTX 운영 법인을 설립하면서 철도노조와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기도 했다. 현재 수서발 KTX는 당초 계획보다 공정이 지연되어 2016년 말에 개통예정에 있다.

당시 국토부는 서울 메트로-서울 도시철도공사 분할운영체계를 모범사례로 제시하면서 경쟁의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모범사례인 서울 지하철이 이제는 통합되면서 수서발 KTX 분할의 중요한 근거도 사라졌다.

아울러 수서발 KTX 노선 분할 또한 서울시 지하철 분할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철도공사의 KTX 노선과 수서발 KTX 노선은 전체 KTX 노선의 80% 정도를 공유하고 있고, 고속여객운송사업이라는 사업종류도 똑같기 때문에 서울 지하철처럼 경쟁의 효과가 거의 없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서 비용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서발 KTX 노선 운영을 위한 별도의 출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3000억 원 정도 소요된다.

반면 철도공사가 통합 운영하면 초기 투자비용은 1000억 규모로 줄어든다. 국토부 주장과 달리 수서발 KTX 분할로 인한 경쟁의 효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서울 지하철 분할의 경우처럼 비용과 문제점만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서울 지하철 통합을 교훈 삼아서 수서발 KTX 노선도 개통 이전에 기존 철도공사에 통합해서 운영하기를 박근혜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서울 지하철 통합 #수서발 KTX#노동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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